[경남人] 시대와 사람을 담는 무대 1인극 배우 한대수

KBS 지역국 2022. 8. 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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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지난 주말부터 어제까지 거창에선 아시아1인극제가 열렸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전통과 정체성을 담은 수작들이 무대에 올랐는데요,

세계 유일의 아시아1인극제를 이끌며, 전통 1인극을 이어온 배우를 경남인에서 만납니다.

[리포트]

망자의 한을 풀고 산 자를 위로하는 진혼굿.

한대수 씨는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며 우리 시대의 이야기로 전통을 전합니다.

거창사건 희생자 합동묘역.

6·25전쟁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 719명의 넋을 달래는 진혼무가 한창입니다.

한대수 씨는 지난 30년간 거창을 비롯해 전국의 민간인 학살지를 찾아다니며 1인극 진혼굿을 펼쳐왔습니다.

[한대수/1인극 배우 : "과거의 잘못된 것은 반성하고 잘된 것은 이어가고 그것을 지금 이야기로 해나가는 그런 작업이 저한테는 소중하고..."]

한대수 씨는 1984년 풍물을 접하면서 1인극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판소리, 줄타기, 각설이타령, 승무, 진혼굿 등 전통 1인극을 연구하고 계승하기 위해 우리문화연구회를 창립한 게 1987년.

거창의 면 단위와 학교에 풍물패를 만드는가 하면 무대에선 1인극 배우로 열연을 펼쳐왔습니다.

[한대수/1인극 배우 :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가장 아픈 부분, 변화시켜야 할 부분, 그런 부분에 동참할 수 있는 우리 문화의 역할이 무엇이 있을까."]

우리나라 유일의 인형극이자 전통그림자놀이인 만석중놀이를 이어가는 것도 그의 몫.

사물놀이를 처음 명명한 민속학자 고 심우성 선생이 복원한 전통놀이를 전수 받아 보존회를 만들고 전국에 알려왔습니다.

["기교를 부리려면 날개가 찰랑찰랑해야 하는데 같이 춤을 춰야 해요. 그래야 이 춤이 나와요. 학이 날아가는 형태가."]

그림자인형 27개가 등장하는 만석중놀이는 고려 때 사찰에서 글을 모르는 민초들에 부처의 말씀을 설파하기 위해 만든 극인데요.

동아시아권의 그림자놀이와 달리 극 사이 춤과 노래가 가미되는가 하면 인형 틀이 크고, 한지로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영화로 치면 이거는 이제 총천연색이죠. 한지로 하다 보니까 우리나라 인형극 같은 경우는 이제 채색이 가능했어요. 여러 겹으로 종이를 붙여서 이렇게 빡빡하게 만들어서..."]

전용극장을 만들어 인형극 축제를 열고 싶은 그에게 전통은 과거가 아닌 현재이자 미래입니다.

수천, 수만 년의 삶의 자취가 담긴 옛것을 잇되 오늘에 맞게 변주하고 새롭게 창조하려면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춤추기가 되었건 누군가는 소리하는 게 되었건 이걸 우리 교육 속에 넣어서 아이들이 그런 기능이나 연행을 익히게 해야 면면히 흐르지 않겠어요."]

설 자리를 잃어가는 1인극 배우에겐 더없이 반가운 무대.

한대수 씨는 고 심우성 선생이 공주에서 시작한 아시아1인극제의 맥을 거창에서 이어가고 있는데요.

아시아권 민족의 전통과 정체성을 확인하는 무대여서 더욱 뜻깊습니다.

[한대수/1인극 배우/아시아1인극제 대표 : "아시아 전통이 많이 서양에 물들어져 있어서 단절된 아시아 민족의 문화를 다시 새롭게 재창출하는 그런 연극제를 만들자고 해서..."]

[정형호/전 한국민속학회 회장 : "전통을 어떻게 현대화해서 이 시대에 대중에게 같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가. 한대수 선생님은 진짜 누가 가지 않는 진정한 이 시대의 광대죠. 이 길을 끊임없이 짊어지고 가시는 게 저는 아주 존경스럽고..."]

1인극 배우 한대수 씨의 무대는 전통을 기반으로 시대와 사람을 담습니다.

["분단문제라든지 또 열악한 노동자라든지 또 수입문제 또는 인구고령화문제, 그런 문제로 어렵게 마을이 없어져 가고 있는 농촌문제라든지 그런 문제를 잘 해결해서 더불어 살 수 있는 대동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게 우리 문화가 아닐까 싶어서..."]

혼자 서는 무대지만 함께 사는 무대를 꿈꾸는 배우.

그의 배우 인생은 그래서 외롭지 않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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