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사람들 마음에 '구럼비 바위'는 여전히 붉게 살아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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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7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안 구럼비 바위가 폭파됐다.
강정마을 중덕 해안가에 널따랗게 펼쳐진 길이 1.2㎞ 너럭바위인 구럼비는 주민들에게는 마을의 상징이자, 유년의 추억이 깃든 곳이었다.
2일 개막해 오는 26일까지 제주시 예술공간 이아에서 전시하는 <고길천의 강정 기록화-붉은 구럼비> 는 지난 10여년 동안 강정마을의 투쟁을 쫓아온 그의 눈길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고길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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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해군기지 투쟁 10년 기록 담아
목탄화 연작 73점·회화 대작 11점
2012년 3월7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안 구럼비 바위가 폭파됐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시작되는 상징과도 같았다. 강정마을 중덕 해안가에 널따랗게 펼쳐진 길이 1.2㎞ 너럭바위인 구럼비는 주민들에게는 마을의 상징이자, 유년의 추억이 깃든 곳이었다. 구럼비의 파괴는 그런 추억과 마을의 역사를 송두리째 앗아간 것이었다. 앞서 2007년 제주도와 강정마을회가 강정 해안에 제주해군기지를 유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이래 2016년 끝내 완공되기까지 공권력에 맞서 반대 투쟁을 했던 많은 이들이 잡혀가 고초를 겪었다.
‘제주’를 그려온 화가 고길천(66) 작가 역시 2007년 해군기지 유치 소식을 듣자마자 4·3항쟁과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반대 투쟁을 떠올리고 강정마을로 달려가 연대활동을 벌였다.
2일 개막해 오는 26일까지 제주시 예술공간 이아에서 전시하는 <고길천의 강정 기록화-붉은 구럼비>는 지난 10여년 동안 강정마을의 투쟁을 쫓아온 그의 눈길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붉은 구럼비’ 연작은 73점에 이르는 목탄화가 주를 이룬다. 어르신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그리려 했고, 시기별로 나눠 표현했다. 아크릴 물감과 오일 스틱 등으로 그린 회화 작품 11점은 대작으로 전시 도입부와 마음 속에 중요하게 남겨진 모습, 해군기지로 인해 변해버린 것을 표현했다.
“제목으로 삼은 ‘붉은 구럼비’는 바위도 생명체여서 지금도 살아있다는 것을 붉은색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고 작가는 말했다. 그는 구럼비 바위를 볼 때면, 어린 시절 놀았던 제주시 탑동 바다의 추억이 떠오르곤 했다. 이제는 매립공사로 묻혀버린 그 방파제에서 어느해 여름 발가벗고 헤엄치다 같은 반 여자아이가 하필 자신의 옷가지 옆에서 물장구를 치고 노는 바람에 한참동안 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기억도 있었다.
“4·3항쟁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해오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알았기에 국가폭력에 대한 강정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의 저항을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2013년 여름 강정 평화대행진 도중 뇌졸중으로 쓰러져 후유증을 앓고 있는 고 작가는 이번 전시를 마무리하고자 투혼을 발휘했다. “‘붉은 구럼비’는 강정 기록화 전시 제목이자 해군기지 건설을 담아낸 결정체이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가끔 한계를 느껴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지만 구럼비 바위 주름마다 켜켜이 쌓인 추억과 우리 삶의 터전에 대한 사랑, 평화와 인권 그리고 미래에 대한 애정이 너무나 깊고 넓어 포기하지 않고 그릴 수 있었어요.”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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