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침해 공동소송대리' 논란/하] 기술적 변론없이 승소 불가.. '변리사 추가선임' 선택권 있어야

이준기 2022. 8. 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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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로펌 의존에 비용부담 ↑
해외선 자국기업 재산권 보호차
전용법원 신설·법률개정 등 활발
지난해 11월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특허침해소송의 변리사 공동소송대리제 공청회 장면.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기업 입장에서 변리사의 기술적 변론과 도움 없이 특허침해소송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변호사는 소송 중 판사의 간단한 특허 기술 관련 질문에 답변하지 못하면 추후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하는 등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변론 진행이 어려워 소송에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김두규 HP프린팅코리아 법무이사는 특허침해소송에서 변호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법률 소비자 입장에서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변호사 변론 막혀 변리사 '쪽지 변론' 촌극= HP프린팅코리아의 경우 한국과 해외에서 특허침해소송을 자주 하는데, 국내 특허침해소송의 경우 변론 대부분을 변리사와 회사 엔지니어가 준비해서 진행한다. 그렇다 보니 변론 중에 변호사가 답변을 하지 못하면 방청석에 있는 변리사가 써 준 '쪽지 변론'으로 소송을 이어가는 경우도 많다.

김 이사는 "우리나라에는 특허침해소송 경험이 많고 역량이 뛰어난 변호사가 많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 대리인 선임 시 선택폭이 좁다"며 "우수한 변리사를 자체 고용하고 있는 대형 로펌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소송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중소·벤처기업들은 특허출원 단계부터 함께 일해 온 변리사를 대신해 대형 로펌에 특허침해소송을 맡기다 보니 특허분쟁에 따른 부담이 가중된다. 이 같은 과도한 소송 비용과 장기간 소송에 따른 법률 소비자의 부담을 개선하기 위해 일본, 중국, 영국, EU(유럽연합) 등 주요국은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를 허용해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다.

◇기업 보호·소송 효율성 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다드'= 영국은 법률 소비자의 소송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1988년 지식재산권법을 개정해 특허지방법원을 신설했다. 그러면서 특허지방법원에 대해 변리사의 단독 소송 대리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특허지방법원을 지식재산기업법원으로 개편해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

EU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유럽변리사가 무효심판에서 대리인 역할을 이미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쟁점을 놓고 다투는 침해소송에서 대리할 수 없어 변호사와 변리사 간 찬반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노키아, 아스트라제네카 등 37개 기업으로 구성된 'IP 기업연합'이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인정을 요구하면서 제도 개선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 결과 소송수행인가증을 획득한 유럽변리사는 내년에 출범하는 유럽통합 특허법원에서 단독 대리할 수 있게 됐다.

일본도 2002년부터 침해소송 대리 시험에 합격한 변리사는 변호사와 함께 공동소송 대리를 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독일 역시 특허무효 등에 관한 소송에서 변리사 단독 대리가 가능하다. 다만, 미국은 변호사 자격 보유자로, 미국 특허청의 '특허대리 시험'까지 통과한 자에게 특허변호사 명칭을 부여한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동소송대리제는 변호사는 필수적으로 선임하고, 소송 당사자의 필요에 따라 변리사를 추가 선임하도록 선택권을 부여하자는 취지로, 변리사의 단독 대리를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소기업과 산업발전 측면에서 '변호사 대리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 가까이 오랜 기간 충분히 논의된 만큼 합리적인 결정을 해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관련 성명을 통해 "다른 나라들이 인정하고 있는 변리사의 공동소송대리제를 세계 특허강국 4위인 우리나라만 허용하지 않고 있어 우리 기업들은 해외에서 산업재산권 침해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변리사에게 특허침해 소송대리권을 인정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허침해소송에서 변호사가 전문적으로 다루기 힘든 기술적인 부분을 변리사가 함께 참여해 보다 전문화된 소송을 준비할 수 있도록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초당적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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