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에 특별기금 압박까지.. 이중고 정유사 "韓산업과 안 맞아"

박한나 2022. 8. 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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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사들이 횡재세 도입 법안에 자발적인 특별기금 조성 압박까지 받으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횡재세는 산유국이 아닌 국내 산업에 맞지 않는 데다 적자 때는 무관심하다가 흑자에 바로 고통 분담을 하라는 것 자체가 이중잣대라는 항변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가 오르면 오른 대로 비싸게 사와 정제해 내수와 수출 대부분으로 파는 다운스트림인데 여기에 횡재세를 물리는 것은 과도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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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프리포트 지역에 있는 원유 저장 시설. <연합뉴스>

국내 정유사들이 횡재세 도입 법안에 자발적인 특별기금 조성 압박까지 받으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횡재세는 산유국이 아닌 국내 산업에 맞지 않는 데다 적자 때는 무관심하다가 흑자에 바로 고통 분담을 하라는 것 자체가 이중잣대라는 항변이다.

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날 정유사에 초과이익 과세를 물리는 이른바 '횡재세법' 발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유사의 초과 이득에 대해 50%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물리는 것이 골자다.

정유사들은 횡재세 자체가 국내 정유 산업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다. 정치권에서는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유가 등락 과정에서 얻은 이익에 횡재세를 걷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지만, 국내 정유 산업과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어서다.

미국, 유럽 등의 브리티시페트롤륨, 엑손모빌, 쉐브론 등은 육지나 바다에서 원유가 매장된 곳을 찾는 탐사와 탐사가 완료된 곳에서 시추해 원유 매장량을 확인한 후 직접 유전을 굴착하는 '업스트림'으로 수익을 낸다. 원유를 직접 땅에서 뽑아 올리다 보니 개발 마진이 높아 이 부분에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국내 정유사는 정제된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판매하는 단계인 다운스트림으로 수익을 낸다. 해외에서 원유를 사와 가공한 뒤 국내와 수출을 통해 남는 마진으로 이익을 낸다. 해외 기업들은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을 병행하는 데다 횡재세는 업스트림 부분에만 부과하는 만큼 국내 정유산업 구조는 물론 부과 대상이 해외 사례 근거와 맞지 않는 것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가 오르면 오른 대로 비싸게 사와 정제해 내수와 수출 대부분으로 파는 다운스트림인데 여기에 횡재세를 물리는 것은 과도하다"고 토로했다.

또 전날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이 개최한 '고유가 국민고통분단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에서 제기된 특별기금 조성 압박도 하반기 기업들의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요구라는 비판이 나온다.

간담회에서는 2008년 글로벌 위기 당시 정유사가 1000억원 특별기금 조성을 통해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했던 전례를 근거로 정유업계의 자발적인 고통분담의 의사를 전달했다.

문제는 정유사들이 당시 고유가로 흑자를 내 10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마련했지만, 그 해 하반기 유가가 급락해 적자를 부담해야 했다. 이를 통해 유가가 계속 올라가면 떨어질 때 속도도 매우 빠르다는 점을 이미 경험했고, 지난 2020년 연간 5조원320억원의 적자가 올해 상반기 수익으로도 회복되지 않은 기업들이 있다 보니 자발적인 특별조성 기금에는 정유사들은 현재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유사들이 2020년 대규모 적자인 5조320억원으로 고통을 겪을 때는 무관심하더니 고유가로 깜짝 흑자가 나자 추가 과세를 주장하는 것이 이중 잣대라는 비판도 나온다. 석유세부과금 등을 지급 유예한 적이 있지만 시점만 미룬 것이지 당시에 별 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하향 조정됐고, 경기침체 우려에 수요 하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정제마진도 20달러에서 3달러까지 약 90% 떨어진 상태로 실적 우려가 있는데 해외에서 도입하는 횡재세를 국내 사업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추진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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