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등록 안했는데, 짝퉁 제품이 나왔다면?

김국배 2022. 8. 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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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앤랩's IP매뉴얼]
법무법인 에이앤랩 김동우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앤랩 김동우 변호사] 내가 만든 상품의 형태(디자인)을 법적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디자인보호법에 따라 디자인권으로 등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디자인권을 등록받으면 최대 20년간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디자인권자의 허락없이 등록 디자인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디자인을 사용하면 디자인권 침해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디자인권을 등록하지 않은 채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다가 이를 도용당하는 경우가 정말 많이 발생한다. 신상품을 개발한 뒤 처음부터 어마어마한 물량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경우는 드물다. 시장에서 그 상품이 통할지, 통하지 않을지 가늠하기 위해 처음에는 소량 생산을 하게된다.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그제서야 생산량을 늘리고 거래선을 확보하는 등의 절차를 밟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흥행에 편승하기 위한 목적의 디자인권 침해 등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상품을 개발하는 단계부터 디자인권 등록을 준비했다면 보다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다. 디자인 침해자에게 ‘귀하가 판매하는 상품의 디자인은 나의 것이고 현재 출원돼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침해 제품을 판매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장을 발송하면 그걸로 쉽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권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타법에 따른 보호는 별론으로 하고, 디자인보호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2020년경 ‘움직이는 토끼 모자’의 원 발명자가 이를 등록하지 않아 수십개의 유사상품이 등장한 것이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물론 토끼 모자의 경우 디자인권보다는 실용신안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옳은 방향이라 볼 수 있겠다. 다만 권리를 획득해야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은 동일하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기에 이런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디자인권을 등록하지 않았다고 내 권리를 포기하긴 이르다. 디자인 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타인이 자사 디자인을 카피하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내지 ‘저작권법’을 기초로 상대방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물론 디자인 등록을 한 경우와 비교해 볼 때 권리 행사가 어렵고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사 디자인의 독창성이 강하고 타사 제품에서 같은 독창적 디자인 특징을 사용하고 있다면 비록 디자인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상대방 제품의 생산 판매를 막을 수 있다.

최근 우리 법인을 찾은 의뢰인의 사례를 통해 ‘미등록 디자인의 보호’에 대해 쉽고 간략하게 설명해보겠다. 의뢰인은 인형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자다. 흔한 디자인은 아니었기에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는데, 어느날부터 제품 주문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의뢰인이 오픈마켓을 샅샅히 살핀 결과 타 업체가 자신의 인형과 동일한 디자인의 인형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의뢰인은 디자인권 등록을 받지 못했지만 침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방안을 찾아달라고 당 법인을 찾은 것이다.

이 사건에서 의뢰인의 제품은 디자인 등록을 하지 않았기에 디자인보호법으로 침해자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물을 순 없다. 다만 부정경쟁방지법은 등록여부에 상관없이 선행상품의 모방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이 법리를 주장하기로 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에서는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 대여, 전시, 수입, 수출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이런 부정경쟁행위의 금지 및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방’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지다. 대법원에서는 형식적으로 동일한 경우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상품을 만드는 것을 모방이라 해석한다.

우선 우리는 침해자의 상품이 더 이상 판매되지 못하도록 판매 금지 가처분부터 신청한 뒤, 본안 소송을 준비하기로 했다.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의뢰인의 상품과 침해자의 상품이 사실상 완전히 동일하다는 점을 입증하고, 침해자의 상품이 계속 판매될 경우 의뢰인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처럼 디자인권 등록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도 부정경쟁방지법으로 그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으며, 만약 침해가 발생한 경우 최대한 빨리 전문가를 찾아 가처분 절차를 밟는 것이 손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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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배 (verme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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