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물가정점".. 대외 돌발변수땐 장담 못해
유가·기상여건 등 대외변수 산적
예상밖 악재땐 정책기조 바뀔수도
최근 2달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까지 치솟으면서 연간 물가상승률이 5%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9~10월이 물가 정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유가 상승, 기상여건 등 대외돌발 변수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고물가가 하반기까지 지속돼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과 2월 소비자물가는 3% 후반대에서 머물다가 3월과 4월은 4%대, 5월은 5%대, 6월에는 6.0%까지 올랐다. 이후 7월에 다시 한번 최근 고점을 경신, 6.3%까지 올랐다.
통계청은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08.74(2020=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6.3% 올랐다고 이날 밝혔다.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동안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린 기름값 상승세는 다소 꺾였지만 이른 폭염과 장마철 영향으로 채소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올랐고, 외식 물가도 약 3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전기·가스·수도 요금 등 공공 서비스 요금도 줄줄이 올랐다.
소비자물가에 대한 전망은 최소 10월까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월별) 물가상승률이 6% 이하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 "연간 물가상승률이 5%는 넘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당분간 높은 물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도 '국내외 경제동향'에서 소비자물가가 상당기간 6%대에 달하고,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5%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은은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를 기록한 것과 관련,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당시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국제유가과 곡물가격 등 공급측면의 물가 압력이 여전히 크다고 봤다. 국제유가의 경우 주요 산유국의 생산 증가량이 더딘 가운데 동절기가 다가올수록 러시아-유럽 간 갈등 고조에 따른 에너지가격 급등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는 설명이다. 수요 측면에선 외식, 여행·숙박 등 관련 개인서비스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물가 상승을 이끌어 온 대외불안 요인들이 조금씩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가가 9~10월 기간에 정점을 찍고 꺾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그간 물가상승을 주도해 온 국제유가가 다소 하락하는 등 석유류 물가상승압력이 둔화하는 모습"이라며 "최근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6월 중순께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들어 100달러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에 따라 7월 중 석유류가 물가 상승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는 1.59%포인트로 전월(1.74%포인트)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기상 여건에 따라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7월27일 기준 전국 평균 폭염 일수가 6.5일에 달해 평년보다 폭염 일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며 향후 주요 식자재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했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가 정점을 지나도 과거 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나타나는 등 고물가가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은의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예상 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7%로 6월(3.9%)보다 0.8%포인트나 더 올랐다.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일 뿐 아니라, 상승 폭도 2개월 연속 최대 기록을 세웠다.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강해지면, 경제 주체들이 오른 물가 눈높이에 맞춰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줄줄이 인상해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총재는 물가대책으로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이 총재는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물가가 예상했던 기조에서 벗어나면, 금리 인상의 폭과 크기를 그때 가서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면서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상한 기조대로 금리 인상을 점진적으로 할 수 있을지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아마도 유가 수준이 될 것 같다"면서 "10월 이후에 유가가 크게 오른다면 예상 밖으로 물가가 더 올라가고, (통화) 정책 기조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강민성·문혜현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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