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민영화 20년 지나고도.. '정치권 줄대기' 답습
법무팀장엔 사법연수원 동기 영입
내년 3월엔 장승화 이사 임기만료
다시 정치 관련 인사 물색 가능성
최정우 회장 경질 주장에 힘 실려
포스코는 완전 민영화된 사기업(privated company)인가? 아니면 주식만 민간에 넘어간 민유화(民有化,privatization)된 공기업인가?
취임 4년차를 맞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65)이 정치색 짙은 인사를 계속 영입하면서, 2000년이후 민영화 20년을 맞은 포스코가 외풍에 시달려야 하는 이유를 놓고 뒷말이 많다. 일각에선 뚜렷한 주인을 찾아주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주인 없는 민영화가 낳은 취약점이 노출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홀딩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고등학교 동문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등 끊임없이 정치권 인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는 전임 회장들이 정권 교체 시기마다 잇따라 중도퇴임한 전례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즉 외풍을 막기 위한 '바람막이' 인사라는 얘기다.
◇정치권 인사로 채운 사외이사= 2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에선 내년 3월 장승화(59)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장 사외이사는 내년으로 사외이사를 6년간 지내게 돼 교체가 불가피하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한 회사에서 6년, 계열사를 포함해 9년 이상 재직할 수 없다. 이에 포스코홀딩스는 현재 새로운 인물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포스코홀딩스가 또 다시 정치권과 관련된 인사를 영입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런 전례를 갖고 있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선임한 손성규(63) 사외이사는 충암고(7기) 출신으로 윤 대통령(충암고 8기)과 고교 동문이다. 손 사외이사는 연세대 경영학 학사, 미 노스웨스턴대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으며 현재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한국회계학회장,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한국거래소 공시위원장 등을 지낸 경험이 있다.
그는 포스코홀딩스 자사주를 5270주 보유해 최정우 회장(1526주)보다도 3배 이상 많은 지분을 들고 있으며, 이사회 내 감사위원장도 맡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손성규 사외이사는 대통령 취임 전에 선임이 됐고, 그 전에 주총 안건을 올렸다. 이미 그 전부터 선임 과정이 진행된 부분"이라며 "자사주 보유에 대해서는 선임 전 알지 못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주총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때 조달청장과 환경부장관을 지낸 권태균(67)·유영숙(67) 사외이사를 각각 선임하며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유 이사의 남편은 남충희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로 정치권에 몸을 담은 경험이 있다.
이 외에도 포스코는 김성진(73) 사외이사가 노무현 정부 시절 중소기업청장,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그는 올해 주총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최정우 '나홀로 非서울대' 인맥=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4월 법무팀장(부사장)에 김영종(56) 법률사무소 호민 대표변호사를 영입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작년 6월엔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디지털 혁신 특보단에서 활동한 오석근(61) 커뮤니케이션 본부장(부사장)을 선임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그는 포스코홀딩스로 소속이 정해졌다.
이처럼 최 회장이 정치권 인사에 공을 들이는 배경은 역대 회장들이 정권 교체와 함께 모두 바뀌었다는 점이 작용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포스코는 전임 5대 회장인 유상부, 6대 이구택, 7대 정준양, 8대 권오준 전 회장이 공교롭게도 역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중도사퇴한 전례가 있다. 이들 5~8대 회장은 모두 서울대 이공계 출신인 데 반해, 최 회장은 부산대 경제학과를 나왔다는 점도 다른 점으로 거론된다. PK 출신 배경을 업고,문재인 정부 때 회장에 선임됐다.
최 회장은 하청노동자 사망사건, 성희롱 사태에 사내하청 직원 소송 패소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경질 주장도 받고 있다. 최 회장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4월 임직원들에게 "포스코는 2000년 10월4일 산업은행이 마지막까지 보유한 2.4%의 지분을 매각해 완전한 민간기업이 됐다"고 메일을 보내는 등 '국민기업'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완전 민영화된 사기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권 인사들을 계속 영입하는 걸 보면 민유화된 공기업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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