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 전환' 속도 내지만..절차 논란·각론 이견 등 '험로'(종합)
'관리형' vs '혁신형', '9~10월 전대' vs '내년 초 전대' 등 이견 팽팽
이준석 측 "절차적 정당성 잃어" 반발..李 징계 후 복귀 여부도 논란 불씨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권 지지율이 총체적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당내 리더십 혼란상을 한시라도 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속전속결로 지도체제 전환에 나선 모양새다.
그러나 비대위의 성격과 전당대회 시기 등을 놓고 벌써 당내 이견이 드러나고 있는 데다 이준석계에서는 끊임없이 절차적 흠결을 주장하고 있는 등 전환 과정에서 당분간 잡음이 잦아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전날 선수별 간담회와 의원총회에서 당내 총의를 모은 데 이어 바로 다음 날 공식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이날 최고위 의결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내주 초까지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에서 비대위 체제 출범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됐다.
그러나 비대위의 성격과 전당대회 시기 등을 놓고 여러 의견이 맞서고 있어 출범 과정이 순탄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에서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헌 유권해석 및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이 곧바로 통과될지도 100%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비대위가 조기 전당대회 준비에 초점을 둔 '관리형'이냐, 아니면 당의 체질을 바꿀 '혁신형'이냐 등 콘셉트를 두고서부터 의견이 갈린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B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당의 지도체제, 리더십을 정상화시키는 게 급선무"라며 "이번 비대위는 빠른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그런 형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혁신위 부위원장을 맡은 조해진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새 지도부가 되는 비대위는 지금 지도부보다는 훨씬 더 유능하고 역량과 문제 해결 능력, 혁신 리더십이 있어야 된다"며 '혁신형' 비대위를 주장했다.
비대위원장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조경태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 후 기자들에게 "제가 만약 비대위를 맡게 되면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며 "가뜩이나 민심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당정, 대통령실까지 전면 쇄신 하지 않으면 이 분위기를 반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비대위 성격에 따라 인선 후보군도 엇갈린다.
'관리형 비대위'를 전제로 정우택·정진석·주호영 등 당내 5선·중진 그룹으로 위원장 후보군이 압축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외부 인사를 수혈해 당을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시작 단계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의견을 잘 듣고 수렴해서 하겠다"며 "의원들에게 그룹별로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전대 개최 시기도 첨예하게 입장이 엇갈리는 문제다.
비대위 출범 직후 즉각 전대 준비에 착수해 9~10월께 조기 전대를 개최하자는 주장이 있다.
집권 초반 비대위 체제가 부담스러우니 최대한 기간을 짧게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로, 김기현 의원 등이 이쪽을 선호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 경우 정기 국회와 일정이 겹치는 데다 현재 당헌상으로는 새 지도부의 임기가 이준석 대표의 잔여 임기인 내년 6월까지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정기 국회와 새해 예산처리를 마무리한 다음 내년 초쯤 전대를 열어 새 지도부에 임기 2년을 보장하고 2024년 총선 공천권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일부 친윤계를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이준석 대표의 복귀 가능성도 불씨다. 비대위 체제 전환은 사실상 새 지도부의 출범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지만, 이 대표가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복귀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는 당내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위 의장을 맡은 서병수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비대위가 출범하면 이 대표의 복귀는) 안 된다고 봐야 된다"면서 "비대위는 대표의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윤리위 6개월 징계가 자동으로 제명이 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해진 의원은 "이 대표가 원한다면 (징계가 끝나는) 1월 9일 이후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전제로 비대위를 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준석계 등은 여전히 비대위 체제 전환에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배현진 최고위원 등의 최고위 의결 참여를 겨냥, "절대반지를 향한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직격하며 절차적 하자 문제를 제기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SNS에 "무엇이 급한지 우리는 절차적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지금의 논의 방향이 혼란의 종식이 아니라 혼란을 더 조장하는 분열로 가는 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서 증거인멸 의혹에 연루돼 '당원권 정지 2년' 징계를 받은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은 페이스북에서 무등산 등반 사진을 올리며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간신들의 시대"라고 적었다.
권 원내대표를 겨냥한 사퇴론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 당시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을 강력하게 비난했었는데 이제 우리 당 최고위원들의 '위장 사퇴' 쇼를 목도하게 되니 환멸이 느껴질 따름"이라며 권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에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원내대표를 다시 선출해서 새 원내대표에게 지도부 구성권을 일임해 당 대표 거취가 결정될 때까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것이 법적 분쟁 없는 상식적인 해결책"이라며 "왜 자꾸 꼼수로 돌파하려고 하는지 참 안타깝다"고 적었다.
ge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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