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달궈지는 지구촌, 기상이변이 인류 멸한다

2022. 8. 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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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논설위원

올 여름 지구촌 북반구에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폭염, 산불, 가뭄, 폭우가 동시다발로 나타나면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 서남부 해안도시 비스꺄호스는 42.6도까지 치솟았다. 영국 런던 히드로 지역은 40도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북서부 지역의 최고 기온은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인도에선 한낮 기온이 50도를 넘어 하늘을 날던 새가 떨어질 정도라고 한다. 폭염은 인명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만 폭염 사망자가 2000명 넘게 발생했다. '살인 폭염'이라 부를만 하다.

폭염으로 대지가 바짝 마르면서 산불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프랑스 서부 지롱드 지역에선 지난달 12일 산불이 발생해 아직까지 꺼지지 않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산불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근에서 발생한 '오크 화재'는 올들어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진화율은 30%에도 못 미친다.

폭염이 가뭄으로 이어지면서 곡물 수확량도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저수량이 관개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북부 이탈리아가 대표적 사례다. 이 지역에는 지난 2021년 11월 이후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있다. 사상 최악의 가뭄이다. 이탈리아 북부를 가로지르는 포강(Po River)은 강바닥이 드러나 모래사장처럼 변했다.

이같은 기상이변은 이 곳의 쌀 농사에 직격탄을 안겼다.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에서 가장 큰 쌀 생산국이다. EU 총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탈리아에서 쌀을 수입하는 국가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쌀뿐이 아니다. EU는 올해 기상이변으로 유럽 대륙에서 옥수수, 해바라기, 콩 수확량이 약 8~9%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기후이변까지 겹치면서 식량위기가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러다간 지구 전체 인구의 식량을 충당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구 인구가 80억명을 넘어섰고 인도가 곧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인구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국과 인도가 자체적으로 식량을 조달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는 우크라이나의 상황과 자체 기후변화를 이유로 올해 5월 밀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이렇게 인류가 극단적인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지구 온난화 탓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그 중 석탄, 석유 등 화석에너지를 연소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2018년 10월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협의체'(IPCC)는 지구 온난화 영향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30년 초 평균 기온이 19세기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극한의 무더위와 폭우가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 온난화는 가혹한 현실이다. 세계 각지에서 '비정상적 날씨'가 관찰된다. 기상학자들은 '비정상적 날씨'를 30년마다 한 번 정도 발생하는 날씨로 정의한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비정상적 날씨는 확실히 증가하고 있다. 이전에는 '비정상'으로 불렸던 날씨는 이제 더 이상 비정상이 아닌 게 됐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빙하와 만년설은 빠른 속도로 녹을 것이고, 가뭄과 홍수가 인류를 계속 괴롭힐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정치인들을 각성시켜야 하지만 그들의 관심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구 온난화 문제를 경시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구 온난화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믿기 어렵다.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역시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의 녹지공간을 보호할 의도가 없어 보인다.

기후 붕괴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인간이 유발한 것이라 자업자득이다. 우리가 현재와 같은 경제성장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기후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인간이 계속해서 물질적 풍요를 지향하는 한,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는 없다. 바뀌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할 수 있다. 아마도 모두가 알고있는 '현실'일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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