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경상수지가 진정한 국제수지"..맞는 말일까

세종=안재용 기자 2022. 8. 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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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8.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리나라의 종합적인 국제수지는 지난해보다 줄겠지만 500억달러(약 65조원) 정도 흑자는 유지할 것이다. 지난 6월 기획재정부가 예측한 경상수지 흑자가 진정한 국제수지 흑자로 볼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일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무역수지보다 경상수지에 근거해 한국의 경제상황을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다. 무역수지가 올해 1~7월 동안 150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한국경제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그럼 경상수지 흑자가 진정한 국제수지 흑자라는 한 총리의 주장은 과연 맞는 말일까.

건전성 측면에서 보면 한 총리의 논리엔 일리가 있다. 국가간 재화·서비스 거래, 배당금 지급·수취 등 경제활동을 통해 한 국가에 실제로 외화가 유입 또는 유출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은 경상수지이기 때문이다.

국제수지는 정의상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나 문맥상 한 총리는 자본수지는 빼고 '일정기간 동안 한 국가가 다른 나라와 행한 모든 경제적 거래를 체계적으로 분류한 것'이란 단어 자체의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란 재화나 서비스를 외국과 사고 판 결과를 화폐단위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상품수지를 비롯해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 등으로 구성된다.

최근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서로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상수지 중 무역수지와 비슷한 성격을 갖는 상품수지와 무역수지간 집계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상품수지는 국가간 상품거래를 측정하는 지표다.

무역수지는 특정 거래가 '관세선을 통과'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집계한다. 반면 상품수지는 소유권 변동을 기준으로 집계한다.

통상 인도와 대금거래가 일치하는 농수산품, 가전제품, 중간재 등의 상품 수출에서는 둘 사이에 차이가 없다. 그러나 선박과 같이 인도시기와 대금지급이 차이가 나는 상품 수출은 통계상 차이가 발생한다.

선박을 건조할 때 발주자는 건조율에 맞게 대금을 조선사에 지급한다. 쉽게 말해 선수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 선박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발주자가 중도금을 지급한 시점에서 해당 거래는 무역수지에 집계되지 않는다. 배가 관세선을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품수지에서는 수출로 인정한다. 배의 일부분에 대한 소유권이 외국인에게 이전됐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국내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 바로 해외에 판매하는 가공무역과 해외에서 상품을 샀다가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바로 수출하는 중계무역은 상품수지에는 포함되나 무역수지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관세선을 넘지 않고 소유권 이전 만이 발생하는 거래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무역수지 적자는 17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상품수지는 27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지와 무역수지간 차이가 44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이다.

또 경상수지에는 상품수지 외에도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 등이 포함된다. 서비스수지는 교육, 여행 등의 분야를 다룬다. 본원소득수지엔 주식 배당금 유출입 등이 반영된다. IT산업이 발달하고 국가간 자본이동이 활발해진 상황이라 해당 수지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5월 서비스수지는 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5억2000만달러)과 이자(10억1000만달러)가 흑자를 보이며 14억5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이전소득수지는 3억2000만달러 적자다. 상품거래 외에도 서비스, 배당금·이자 유출입 등을 통해 11억2000만달러의 자금이 한국인 소유로 이전된 것이다.

다만 국제수지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국제수지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로 구성된다. 이론상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합은 0이 된다. 경상수지가 적자라도 금융투자 등을 통해 해외자본이 들어와 자본수지가 흑자가 되면 국내에서 해외로 자본이 순유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본수지는 외국인 직접투자와 주식·채권 등 포트폴리오 투자 부문으로 나뉜다.

실제로 지난 5월 금융계정 순자산은 30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내국인 해외투자가 외국인 국내투자보다 30억3000만달러 많았다는 얘기다. 같은 달 경상수지 흑자 규모(38억6000만달러)와 8억3000만달러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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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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