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조 "돈 자랑 아닌 절약정신 랩, 틈새시장 노립니다"[인터뷰]

김현식 2022. 8. 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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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규앨범 '캠프파이어' 발매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잡지 읽듯이 편하게 즐겨주세요.”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소속사 콴엔터테인먼트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래퍼 지조(ZIZO, 본명 민주홍)가 정규앨범 ‘캠프 파이어’(CAMPFIRE)를 소개하며 꺼낸 말이다.

“도서로 따지면 리빙, 스포츠, 정치 스캔들, 운세 등 다채로운 이야깃거리를 응축한 잡지 같은 앨범이에요. 이 얘기 저 얘기 다 끌어내서 집어넣어 봤으니 가볍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조의 말대로 ‘캠프 파이어’는 다채로움이란 표현이 잘 어울리는 앨범이다. 앨범에 수록한 곡은 더블 타이틀곡 ‘삐뚤빼뚤’과 ‘한국은행’을 포함해 총 14곡. 전곡이 앨범 발매와 함께 처음 선보인 따끈한 신곡이다.

“흐름이 빠른 요즘 같은 시대에 14곡을 한방에 내는 건 분명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텐데 한편으로는 이게 유니크함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14곡으로 채운 정규앨범을 내는 시도를 하는 게 갈수록 더 어려워질 것 같아서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더블 타이틀곡 ‘삐뚤빼뚤’과 ‘한국은행’은 신구 래퍼와 호흡해 듣는 재미를 더한 곡들이다. 우선 두 곡 중 ‘삐뚤빼뚤’은 신예 래퍼 언오피셜보이와 함께 불렀다. 가사에는 마음처럼, 계획처럼 되지 않는 삐뚤빼뚤한 인생 속 나름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문득 인생을 돌아보니 평탄했던 적이 없구나 싶었고, 동시에 평탄하기만 한 삶을 살아온 분들이 얼마나 많겠나 싶었어요. ‘인생은 원래 그런거야’ 하고 설득하거나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진부해질 것 같아서 주제를 가볍게 다뤄보려고 노력했고요.”

‘한국은행’은 한국 힙합계의 독보적 캐릭터인 YDG(양동근)가 피처링한 곡이다. ‘절약하고 저축하며 한국에 있는 모든 은행처럼 많은 돈을 모아서 네가 힘들 때 힘이 되어주겠다’는 메시지를 가사에 녹였다.

“돈 자랑하고 차 자랑하는 플렉스(Flex) 주제 가사로는 이미 그런 가사를 주로 쓰는 래퍼들과 차별화를 두기 어렵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그냥 저답게 아끼는 삶에 대한 소시민적 이야기를 가사에 담아봤어요. 아, 3년 전에 써둔 곡이라 ‘금리가 낮아서 1.2%’라는 가사가 담겼는데 요즘 금리가 많이 올랐더라고요. 가사를 바꿀까 하다가 어차피 금리는 유동적이니 그냥 원래대로 갔습니다. (미소). 금리보단 ‘절약 정신’에 초점을 맞춰서 들어주세요.”

수록곡 중 꼭 소개하고 싶은 곡으로는 쿤타와 작업한 곡이자 ‘내 집 마련의 꿈’을 주제로 다룬 ‘모델하우스’를 꼽았다.

“저희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쿤타 형 집으로 가서 작업했어요. 6시간 동안 함께 있었는데 4시간이 수다였고, 2시간이 작업이었죠. (웃음). 누구나 자신만이 이상향의 집이 있을 테니, 많은 분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곡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지조는 절친한 음악 동료 BK 블락과 결성한 듀오 투게더 브라더스로 2011년 정식 데뷔했다. 투게더 브라더스로는 2013년 정규앨범 ‘라디오 스테이션’(Radio Station)을 낸 적이 있으나 홀로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것은 데뷔 후 11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 물음에 지조는 “기대 반 걱정 반”이라면서도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으려 한다”고 덤덤히 말했다. 아울러 그는 “힙합 음악 수요층이 다이아몬드 구조처럼 되어 있다면, 가장 넓은 중앙이 아닌 위아래에 있는 꼭지점, 즉 틈새시장을 노리는 게 저와 어울릴 거라고 본다”면서 “‘캠프파이어’가 알음알음 알려져 단골손님이 늘어나는 식당처럼 꾸준히 찾아주는 분들이 있는 앨범이 되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이미 공은 던졌으니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에 대한 판단은 대중에게 맡기려 해요. 엄청난 악평을 받지만 않으면 좋겠습니다. (미소).”

한편 지조에겐 각종 프리스타일 랩 대회에서 정상을 휩쓰는 성과를 냈던 것에 비해 작업물로 보여준 성과가 아쉽다는 반응이 늘 따라붙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물음에 지조는 “프리스타일 랩과 작업물은 또 다른 갈래”라면서 “역도에 인상과 용상, 레슬링에 자유형과 크레코로만형이 있듯이 내가 잘하는 분야가 따로 있는 것이니 그런 반응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반응에 신경쓰기 보단 계속해서 신선함을 좇는 데 노력을 쏟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인 Mnet ‘쇼미더머니11’에는 참가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지조는 ‘쇼미더머니2’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으며, ‘쇼미더머니8’에 재참가했을 땐 경연곡 ‘쇄빙선’으로 다시 한번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앨범을 만들면서 새롭게 완성한 벌스가 많아서 참가한다면 유리한 점이 있겠지만, 이미 두 번이나 출연하기도 했고, 앨범 작업에 많은 에너지를 쏟은 상태라 이번엔 출연하지 않으려고 해요. ‘쇼미더머니12’라면 또 모르겠지만…(미소).”

지조는 당분간 공들여 준비한 ‘캠프파이어’를 리스너들과 함께 즐기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꺼낸 이번 앨범으로 리스너들과 캠프파이어 하듯이 소통하고 싶어요. 남들처럼 학창시절을 보내고 군대에 다녀온 평범한 30대 청년의 이야기를 많은 분이 공감하며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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