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학제개편안은 수단 불과.. 국민 뜻 거스를 수 없어" 장관은 전날까지 "목표 불변"

안상훈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이 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한 해 낮추는 학제개편안 등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한 살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학제개편안에 대해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며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2일 내놨다. “아무리 좋은 개혁 정책이라도 국민 뜻을 거스르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백지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국민이 원치 않는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했다. 거센 반발 여론에 부딪히자 대통령실이 나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설익은 정책을 무리하게 내놨다가 혼란만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간 박 부총리의 강경기조와 비교할 때 대통령실과 정부 사이 소통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안상훈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취학연령 하향 조정 문제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며 “(교육개혁의) 뭉친 실타래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자체로 목표인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 수석은 취학연령 하향을 두고 “다수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고 여러 장점이 있는 개혁방안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교육부 업무보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박 부총리에게 ‘신속한 추진’을 지시한 것에 대해서도 “교육부가 신속하게 공론화를 추진하고, 국회에서 초당적 논의가 가능하도록 교육부가 촉진자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 대통령 지시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나흘 전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박 부총리에게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이재명 부대변인이 밝힌 내용이다. 안 수석의 이날 설명은 윤 대통령의 당시 지시는 ‘학제개편을 신속히 추진하라’가 아니라 ‘공론화를 신속히 추진하라’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무보고 브리핑 당시 박 부총리의 발표나 최근까지 발언 등을 고려하면 안 수석의 이 같은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부총리는 업무보고 당시 “영·유아 교육을 강화하는 유보통합을 추진하고, 1년 일찍 초등학교에 진입하는 학제개편 방향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박 부총리는 전날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반발이 크면 철회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목표는 변함이 없고,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안 수석이 이날 같은 질문에 “국민 뜻을 거스르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작지 않다. 안 수석도 업무보고 당시 박 부총리와 배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 주무부처 사이 소통에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학제개편안을 두고 예상 외로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대통령실이 박 부총리와의 교감 없이 수습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이어진다. 박 부총리는 이날 안 수석 브리핑 이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부모단체간담회에서 “국민이 원치 않는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입장 정리 직후 그간의 기조를 바꾼 셈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