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빅스텝' 단행한 금통위.. "물가상승, 자본유출 우려한 결정"
"美 가파른 금리인상..한·미 금리차 확대 따른 외환부문 압력 완화 필요"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우리나라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한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사상 처음으로 단행한 지난달 13일 회의에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2일 한은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2년도 제13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 의장으로서 처음 참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들은 지난달 13일 열린 회의에서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회의에는 임지원 전 위원 임기 만료 이후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관계로 이 총재를 비롯해 이승헌 부총재와 조윤제·서영경·주상영·박기영 위원 등 총 6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빅스텝'을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 A금통위원은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통화정책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부분은 물가상승압력을 줄여 나가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지금은 통화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안정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현재의 높은 물가상승률은 상당부분 공급요인에 의한 것이지만 공급요인에 의한 물가압력을 해소할 방안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경기회복에 부담이 가더라도 통화정책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또한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외환부문의 압력증가를 완화해 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B금통위원은 "지난해 중반 이후 높은 물가 상승세가 예상과 달리 지속되고 최근 가속화됨에 따라 기대인플레이션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항후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대내외 불안요인들이 지속될 경우 국내외 경제에 고인플레이션 국면이 자리잡을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당분간은 물가안정에 초점을 두고 정책대응을 계속해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큰 폭의 금리인상은 현재 성장세에 일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나 이는 중장기 거시경제의 안정기조를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하며, 최근 원화약세 등 외환부문의 불균형 확대압력을 완화하고, 혹시 발생할지 모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국내금융시장의 충격 흡수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C금통위원은 "0.5%p 인상을 결정하면서 우려한 점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의도하지 않은, 갑작스러운 경기 하강"이라며 "다만 현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에 우선적으로 대응하여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시급하며, 현 수준의 인상을 실물경제가 감내할 수준이라 판단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아울러 "내외금리차가 확대되어 원화 금융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하락한 상황에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폭이 예상보다 커지고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자본유출 규모가 단기간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며 "따라서 내외금리차가 우려할 만큼 확대되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금통위원 역시 "당분간 물가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한 인플레이션의 급등세가 강화된다면 추후에 더 큰 폭의 금리인상과 성장손실 비용 감수가 불가피하다는 역사적 경험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고 했다.
이어 "금번 금리인상에는 주요국 금융긴축과 경기둔화 우려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고 위험회피 성향이 증가하고 있어, 자본유출 가능성에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며 "외환부문 건전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거시경제안정 등 양호한 펀더멘탈이 중요하나, 최근과 같은 글로벌 금리 급등기에는 내외금리차의 빠른 역전을 방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E금통위원은 "물가와 고용 상황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이유는 충분하며, 실물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 전망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과정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과 공급 차질의 장기화로 중장기 중립금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므로, 물가와 경기가 금리인상에 어떻게 반응하며 금융변수들이 어떻게 변동하는지 신중하게 살펴보면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E금통위원은 또한 "글로벌 경기침체 위험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 연준이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국제금융시장에서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록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글로벌 금융여건의 악화가 국내 외환부문의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세밀하게 점검해야한다"고 지적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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