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조기입학 폭탄'에 험로 거쳐온 유치원·어린이집 통합도 혼란

방준호 2022. 8. 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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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지난달 29일 교육부 업무보고를 통해 추진을 공식화한 '만 5살 조기 입학'이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던 '유보통합'(유아 교육과 보육의 통합) 논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보통합의 주체인 어린이집-유치원 간 이해관계 조정을 책임져야 할 교육부가 학제 개편 추진으로 인해 교육 현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데다, 학제 개편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영유아 공교육에 대한 혼란스러운 인식을 드러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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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살 초등입학' 논란]복지부 어린이집-교육부 유치원 이중구조 해소 오랜 과제
유아교육·보육 통합 20년 이해충돌 끝 최근 공감대 커져
'유보 통합' 제쳐둔 조기 초등교육 카드에 우려 터져 나와
1일 오후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질의응답이 열린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이 취재진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지난달 29일 교육부 업무보고를 통해 추진을 공식화한 ‘만 5살 조기 입학’이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던 ‘유보통합’(유아 교육과 보육의 통합) 논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보통합의 주체인 어린이집-유치원 간 이해관계 조정을 책임져야 할 교육부가 학제 개편 추진으로 인해 교육 현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데다, 학제 개편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영유아 공교육에 대한 혼란스러운 인식을 드러낸 탓이다.

유보통합은 현재 교육부(유치원)와 보건복지부(어린이집)로 이원화된 만 0~5살 영유아 관리·지원 체계를 한곳으로 모으는 정책이다. 현재 만 0~2살 영아는 어린이집만 갈 수 있고, 만 3~5살 유아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선택할 수 있는데, 분리된 지원 체계로 어린이집과 유치원 사이 교육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20년 넘게 이어져왔다. 무엇보다 유보통합은 △완전 무상교육 △유치원·어린이집 격차 완화 △교사의 처우 개선 △교육과 보육의 질 개선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정부의 관리 등의 시작점으로 여겨진다. 이미 만 3~5살 어린이 92.4%(2019년 기준)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니고 무상교육 원칙 또한 유아교육법(24조)에 담겨 있는 만큼, 어느 기관에 가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보육이 가능하도록 ‘공교육화’하는 것이다.

유치원 교사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학제 개편이 영유아 공교육화를 지향하는 유보통합과 충돌하는 것으로 여긴다. 정부가 학제 개편의 이유로 ‘조기 공교육 진입을 통한 교육 격차 완화’를 내건 탓이다. 이경미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장은 “유치원도 이미 공교육이라는 취지에서 유보통합에 동의해왔다”며 “정부의 만 5살 조기 입학은 결국 초등학교만을 공교육으로 인정하고 유아교육기관의 공교육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업무보고에 유보통합이 상대적으로 부실하게 담긴 것도, 정부의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업무보고에 유보통합은 △유보통합추진단 설치 △기존 보육예산과 지방재정교부금을 통한 재정지원 정도의 큰 원칙만 담겼다. 유보통합을 위해선 보육 정책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와 협의가 필수적인데 이 또한 사전에 이뤄지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과 국정과제에 포함된 유보통합보다 갑작스럽게 제시된 학제개편에 정부가 더 공을 들인 셈이다.

20년간 여러 정부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을 정도로 유보통합은 어려운 과제다. 박근혜 정부 때 유보통합추진단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돌봄과 육아 사이의 교육적 관점 차이에서부터, 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의 자격 차이에 이르기까지 이해관계자가 다양해 조정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이에 의견 차는 줄어드는 모양새였다. ‘유아의무교육 및 무상교육·보육의 쟁점과 과제’(2021) 보고서가 유치원 단체들, 보육 단체들, 학계, 교육청 등의 의견을 정리한 결과를 보면, 대부분이 교육부가 주축이 된 유보통합에 찬성했다. 2016년 누리과정 지원을 둘러싼 보육 대란, 2019년 사립유치원 집단 휴원 사태 등을 겪으며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 필요성을 인식한 영향이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사이에 지금처럼 갈등 없는 유보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던 때가 없었다. 영유아 교육의 제대로 된 공교육화를 추진해야 할 적기에, 교육부에 대한 신뢰가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에서 무너진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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