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약속 그리고 신뢰

한겨레 2022. 8. 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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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이 경쟁하듯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고 있다.

6월 울트라 스텝(1.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캐나다가 선진국 중 가장 높은 기준금리 2.5%에 도달했고, 한국은 2.25%로 선진국 중 두번째로 높았으나 일주일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2.375%까지 인상해서 미국에 역전된 상황이다.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외에도 미래 정책 방향에 대해 사전에 공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 정책을 폐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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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세상읽기] 신현호 | 경제평론가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하듯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고 있다.

6월 울트라 스텝(1.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캐나다가 선진국 중 가장 높은 기준금리 2.5%에 도달했고, 한국은 2.25%로 선진국 중 두번째로 높았으나 일주일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2.375%까지 인상해서 미국에 역전된 상황이다. 오랫동안 제로 금리를 유지하던 유럽중앙은행도 더 버티지 못하고 지난주 기준금리를 0.5%로 올렸으며, 현재 제로 이하 금리를 유지하는 선진 3개국 중 스위스와 덴마크가 최근 금리 인상에 동참하여 요지부동 초저금리를 관철하는 국가는 일본뿐이다.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외에도 미래 정책 방향에 대해 사전에 공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 정책을 폐기하고 있다.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최근 “지금은 명확한 가이던스를 제공하지 않고 매 회의에서 결정을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한 시기”라고 밝혔으며, 유럽중앙은행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역시 “향후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공하지 않고 데이터에 의존하여 결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된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이다. 당시 금리가 제로 수준에 근접하여 추가 인하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향후에도 상당 기간 저금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선언함으로써 미래 금리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어 추가적인 경기부양을 꾀한 것이다.

지금 포워드 가이던스 정책이 폐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고 그 함의는 무엇일까? 첫째, 지금은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애초 포워드 가이던스가 금리 하한에서 나온 궁여지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둘째, 여러 나라가 금리를 올렸던 2017~2019년에는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문제 제기가 거의 없었던 것과 현 상황은 비교된다. 당시 금리 인상은 금융정책의 정상화 측면에서 시도된 것이었지 지금처럼 인플레이션 압력에 쫓겨 허둥지둥 금리를 인상한 것은 아니었다.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가까운 미래의 경제지표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구사하는 것은 당국의 운신 폭을 좁힐 뿐 아니라 정책 약속을 수행하지 못할 위험성도 크기 때문이다.

셋째, 포워드 가이던스를 폐기하는 것과 중앙은행이 소통 자체를 축소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미래 정책 약속을 공표하지 않더라도, 현재의 인플레이션과 경기 수준이 어떠한지, 금융 부문의 잠재적 위기 요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중앙은행의 이해를 국민과 공유하는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끝으로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문제의식은 기준금리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정부 내내 많은 문제를 일으킨 부동산 정책을 생각해보면 고위 정책 당국자들의 경솔한 구두 개입이 매우 부정적인 역할을 했다. 양적 완화 등 전세계적으로 크게 확대된 유동성과 초저금리의 영향으로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국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음에도, 부동산 세제와 대출 규제 등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다고 큰소리쳤던 것의 부메랑은 매우 컸다. 심지어 중앙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가 정책 수단에 대한 약속일 뿐이었던 것에 반해, 부동산 정책 당국자가 정책 수단을 넘어서서 주택가격 인하라는 목표까지 언급하여 ‘지금 아파트를 사면 후회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결과적으로 그 약속이 공염불이 되어 정부 전체의 신뢰도 하락으로까지 이어졌던 것은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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