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감독 '외계+인' 1부 예상 못한 부진, 그럼에도 불구하고(종합)[Oh!쎈 초점]

김보라 2022. 8. 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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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올 여름시장 4파전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서며, 극장가 기대작으로 떠올랐던 영화 ‘외계+인’이 예상하지 못했던 부진을 겪고 있다. 대작들의 오프닝 스코어가 30~40만 명 선에서 시작했던 것과 비교해 1/2 수준으로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이다. 개봉 전 예매율이 높았던 만큼 첫 주말이 지나면 누적 관객 100만을 훌쩍 넘기고 순항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예상했던 만큼 관객들이 움직여주지 않아서 생각지도 못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이에 어제(2일)까지 누적 관객수는 139만 8077명(영진위 제공)이다.

일주일 늦게 개봉한 두 번째 주자 영화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이 승기를 잡았고, 외화 ‘탑건: 매버릭’(감독 조셉 코신스키)도 관객몰이에 성공해 장기 흥행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외계+인’이 돌연 흥행세로 접어들진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내일(3일)은 세 번째 주자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이 극장가에 상륙하기 때문에 ‘외계+인’의 흥행은 더 요원해 보인다.

사실 ‘외계+인’은 제작 단계부터 흥행할 요소가 다분했다. ‘도둑들’(2012), ‘암살’(2015)로 쌍천만을 이룬 최동훈 감독의 복귀작이라는 점과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소지섭, 염정아 등 대중적 흥행을 일구어온 배우들이 만나 초특급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최 감독이 전작 ‘전우치’(2009)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든 한국판 무협 액션을 선보인 바 있기 때문에 거기서 한걸음 세계관을 확장한 ‘외계+인’의 서사 및 멀티 캐릭터들의 조합이 또 다시 반향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심리가 숨어있었다.

베일을 벗자 뜻밖의 반응으로 점철돼 기대하던 스코어와 달리 입소문은 순조롭게 흐르지 못했다. 유튜브 및 SNS에서 흘러나온 관객 후기가 ‘외계+인’ 1부의 이미지를 만들었고, 예비 관객들은 무작정 ‘재미없음’으로 좌표를 찍어 다른 영화를 선택하거나 집에서 드라마를 보는 편을 택했다. 극장과 OTT가 공존하는, 코로나 팬데믹이 만든 새로운 관람 형태가 정착된 것이다.

그렇다면 ‘외계+인’을 향한 입소문이 부정적으로 흘렀던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스토리텔링이 삐걱하니,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특히 모두의 목표물이었던 ‘신검’을 차지하려는 이유에 공감이 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연출은 물론 각본도 잘 써온 최동훈 감독이 무려 2년 반을 들여 시나리오를 완성했지만, 감독 특유의 말맛이 인물 곳곳에 살아있음에도 대사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감독이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흘러간다는 시간의 방향성에서 벗어나 여러 시대가 한꺼번에 공존한다는 상상력을 십분 발휘했음에도 수많은 캐릭터들이 목숨을 내놓고 새파란 신검을 좇는 과정에 좀처럼 몰입되지 않았다.

무륵(류준열 분), 이안(김태리 분), 가드(김우빈 분), 흑설(염정아 분), 청운(조우진 분), 자장(김의성 분), 우왕(신정근 분), 좌왕(이시훈 분) 등 여러 캐릭터들이 나름의 매력을 갖췄고 배우들의 연기에도 구멍은 없었지만 이들이 미치도록 신검을 손에 넣고 싶어 하는 이유에 도무지 설득되지 않았다. 비록 많은 현상금이 걸려있고 외계인이 인간의 뇌를 탈출해 지구를 전복시킬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를 획득한다고 해도 말이다.

1편과 2편을 나눈 지점이 아쉽기도 했다. 최 감독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1편의 엔딩과 2편의 시작’에 관한 질문을 받고 “본능적으로 거기에서 끝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답했다. 그런데 1부만의 서사를 완결했다기보다, 오히려 맥이 끊어졌다. 덕분에 궁금증을 형성했지만 2부 개봉 때까지 그게 지속돼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그럼에도 ‘외계+인’의 미덕은 있다. 외계 행성에 살던 가드가 지구에 안착해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외계 죄수들을 좁은 뇌 안에 관리하며 살아간다는 발상은 독창적이고 새롭다.

그리고 포털을 통과해 현재에서 고려 때로 이동하는 모습을 그려 시간의 진행 방향에 대해 고찰했다. 시간의 흐름에 반기를 든 것은 그간 할리우드 SF 판타지 영화에서만 봐왔던 소재인데, 최동훈 감독이 한국인의 정서와 상상을 발휘해 한국판 SF 판타지 액션 장르라는 고유한 영역을 창조해내서다.

그렇기 때문에 ‘외계+인’ 2부가 흥행으로 갈 반전의 가능성은 다분히 존재한다. 출연 배우들도 시나리오를 2부까지 완전히 다 읽었을 때 온전한 재미를 느꼈다고 한 만큼 2부가 나오면 풀리지 않았던 의문점이 해소될 수 있을 터다. 어쩌면 2부 개봉 후 1부 관람으로 역주행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겠다.

현재 2부의 후반작업을 진행 중인 최동훈 감독이 1부에서 아쉬웠던 지점을 보완해 내놓는다면, 관객으로부터 재평가 받는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 여러 가지 떡밥을 2부에서 어떻게 회수하고, 마무리할지 궁금하다. 기존 인물들에서 새로운 캐릭터들도 다수 등장한다고 하니, 다시 한번 기대감을 가져본다.

모쪼록 ‘외계+인’ 2부는 관객들을 만족시킬 SF 판타지 액션 영화로 탄생하길 간절하게 고대한다.

/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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