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썰] 꼼수에 꼼수, 밀어붙이는 국민의힘 비대위..그래서 지지율이 오를까
“현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유권해석을 받고, 그다음에 전국위원회에서는 당헌ㆍ당규에 대해 결정을 해야 한다. 전국위원회에서는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
오늘(2일) 오전, 30분 만에 '속전속결'로 끝난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결정을 전한 박형수 원내대변인의 말입니다.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당헌 96조에 대해서는 “(당 대표) 직무대행을 추가하는 안을 전국위원회에서 의결을 받아서 진행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는 절차적 요건을 갖추겠다는 겁니다.
오늘 소집된 최고위원회는 당연직 최고위원인 권성동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 '사퇴' 의사를 밝혔던 배현진ㆍ윤영석 최고위원이 참석했습니다.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대표를 포함, 비대위 반대 입장을 밝힌 정미경ㆍ김용태 최고위원을 포함해 재적은 7명. 이 중 4명이 참석했으니 회의는 열 수 있고 의결도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100명 정도로 구성된 상임전국위원회, 700~800명 정도 되는 전국위원회는 전당대회에 다음으로 규모가 큰 당의 의사결정기구입니다. 비대위 출범을 둘러싼 당헌ㆍ당규의 해석 문제가 있으니 상임전국위의 해석을 받아보겠다는 것이고, 이후에 전국위에서 당헌 개정 등 의결을 거쳐서 비대위 구성을 하겠다는 겁니다.
전국위 소집을 위해서는 ①상임전국위의 의결이나 ②최고위원회 의결, ③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가능합니다. 전국위 의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의원은 당초 “당헌ㆍ당규상으로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 비대위로 무리하게 가서 여러 불씨를 안는 것보다는 순리대로 가야 한다(JTBC 통화)”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당헌에 근거, 최고위 의결이 있었기 때문에 소집 요건은 충족이 된 상황. 오늘 서 의원은 “실무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빠른 시간 안에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어제 페이스북에 '모순'적인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사퇴선언을 이미 한 최고위원들을 모아서 사퇴는 했지만 아직 사퇴서는 안 냈으니 최고위원들이 사퇴해서 비상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표결한다는 것 자체가 제가 1년간 경험해온 논리의 수준”이라는 것.
오늘도 “물론 반지의 제왕에서도 언데드(Undead)가 나온다”며 “절대 반지를 향한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썼습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우리 당 최고위원들의 '위장 사퇴' 쇼를 목도하게 되니 환멸이 느껴진다(김용태 최고위원)”, “무엇이 급한지 우리는 절차적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허은아 의원)”는 공개 비판을 내놨습니다.
어제 열린 의원총회에서 '참석한 의원 89명 중 1명을 빼고' 비대위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지만, 당내에선 여전히 다른 목소리가 들립니다. 허은아 의원은 "침묵이 찬성은 아니다"고 했습니다.
JTBC와 통화했던 중진의원들의 목소리는 이렇습니다.
“비대위로 가겠다는 뜻이면 원내대표를 그만두고, 새로운 원내대표를 뽑아라. 그것이 곧 비대위나 마찬가지”(중진의원 A, “직무대행은 그만둘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전당대회 관리만 목적이라면 직무대행 체제에서 비대위로 갈 필요 없다. 한두 달짜리 관리형 비대위할 거면 차라리 전당대회로”(중진의원 B)
“정무적으로는 비대위로 가는 게 맞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가 비대위 체제에 시비를 걸면 그것은 의미가 없다. 재판에 가도 흠이 없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중진의원 C)”
3선의 중진 조해진 의원은 공개적으로 "이 대표가 복귀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지 않고 본인이 원하면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전제로 비대위에 찬성했다(YTN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고 했습니다. "내년 1월 9일 이준석 대표가 법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권리를 봉쇄하고 이 대표를 축출하면 이 대표 쪽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근거입니다. 3선의 김도읍 의원도 "(이 대표에 대한)윤리위 결정 이후에 지금까지 당대표를 물러나게 할 수밖에 없는 사정변경이 있느냐"며 "종합적으로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관통하는 목소리는 이렇습니다. “무리해선 안 된다”, “당헌ㆍ당규상 흠이 없는 절차여야 한다”.
집권한 지 석 달도 안되어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다 이기고도 여당이 비대위로 가는 초유의 상황. 속도전을 한 데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낮아진 이유가 큽니다. 여당의 내홍이나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싼 이런저런 혼란 상황이 지지율을 크게 낮췄다는 건데. '꼼수'에 '꼼수', '무리'에 '무리'를 더한다면 여론은 또 어떻게 반응할까. 여러 의원들이 들려준, 공통된 목소리는 또 있습니다. “이런다고 지지율이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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