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N번방 방지법' 통과 2년, 검찰의 몰카 탐지는 152건 뿐

최규진 기자 2022. 8. 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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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들인 'AI 몰카 탐지 시스템' 무용지물
2020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152건만 적발

검찰이 n번방 사건을 계기로 5억 4천여만 원을 들여 도입한 'AI 기반 불법 촬영물 탐지 시스템'이 지난 3년간 152건만 적발한 것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20년 이른바 'n번방 사건 방지법'이 통과한 지 2년이 넘었지만, 피해자 보호와 지원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실에 따르면 대검찰청이 운영 중인 'AI(인공지능) 기반 불법 촬영물 유포탐지 및 피해자 지원 시스템'을 통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 요청한 건수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모두 152건이었습니다. 검찰이 삭제 요청한 영상은 2020년 116건, 2021년 36건이었습니다. 올해 초부터 6월까지는 0건에 불과했습니다.

텔레그램 'n번방' 대화 〈사진=JTBC 뉴스룸 캡쳐〉

대검찰청 과학수사부가 운용 중인 이 시스템은 2019년 7월부터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피해자가 불법 촬영물을 신고하면 AI가 100여 개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를 자동 탐색해 방심위에 삭제 요청을 하는 방식입니다. 당시 법무부는 홍보 보도자료를 통해 “인터넷 사이트로 유출된 불법 영상물을 최대한 탐색·삭제해, 피해자의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가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시스템 개발 사업에 총 1억 9200만 원의 예산을 썼습니다. 올해에도 시스템 고도화를 이유로 연구용역비 1억 5200억 원과 자산취득비 1억 9600만 원의 예산을 추가로 배정한 상태입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은 n번방 사건 이후에도 불법 촬영물이 끊이질 않고 있어 검찰의 해당 시스템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합니다. 해당 시스템을 도입한 계기였던 2019년 n번방 사건 발생 이후, 이듬해 2020년 6월 이른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 개정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 사이 피해자 지원기관인 여성가족부 디성센터와 여성긴급전화, 경찰청 등이 불법 촬영물을 적발해 방심위에 삭제 요청한 건수는 2018년 불법 촬영물 2만9,605건에서 지난해 18만1,159건으로 5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올해 초부터 6월까지는 12만3,605건의 삭제 요청이 접수됐습니다. 검찰이 시스템을 도입한 지난 2년과 비교해보면 47만1095개의 불법 영상물을 찾아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A씨는 “피해자들은 하루에도 수백개씩 불법 촬영물이 올라오는 걸 경험하는데 검찰에서는 152건 밖에 못 찾았다니 믿을 수가 없다”라며 “검찰이 이런 AI 기반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몰랐다. 다른 기관보다 인력과 예산 낭비를 하는 것 같고 신뢰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불법 사이트 등의 탐지 회피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앞서 법무부 사업으로 AI 시스템이 2019년 시험 운용 버전으로 개발되었으나, 이듬해 4월 'n번방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범 운용 기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법무부는“과거부터 고도화 사업 필요성을 갖고 예산 반영을 요청해왔으나 늦어졌다"며 "불법 사이트 증가로 시스템 서버 용량 과부하, 탐지 회피 기술 발전 등으로 올해 2월부터 시스템 고도화 작업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검찰청은 "예산 확보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수치 상 삭제 요청 건수가 적을 수 밖에 없었다"며 "고도화된 시스템으로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성범죄 피해 영상물 삭제 지원 전담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검찰뿐만 아니라 불법 영상물 삭제 지원 기관이 모두 나뉘어 있어 예산과 인력이 모두 부족하다는 겁니다. 국내 디지털 성범죄 지원 기관은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회에 설치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와 경찰, 검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성폭력상담소, 여성긴급전화 7곳입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후보 시절 내놓은 '원스톱' 통합 전담기관 설치 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의원은 “피해자들은 매일 자신의 불법 영상물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도 법무부의 인식이 안이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불이 났으면 119에 전화를 하듯이 불법 영상물을 삭제할 수 있는 '디지털 특공대' 같은 국가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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