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대만 치킨게임'.. 무력충돌 일촉즉발
대만 언론 "3일 蔡총통과 만남"
美, 핵항모·상륙함 등 인근 배치
中 "어떤 조치 할지 지켜봐달라"
대만, 군사대비태세 단계적 격상
대만 시민들도 ‘펠로시 관심’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둔 2일 대만 타이베이 시민들 앞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에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대만해협의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타이베이=EPA연합뉴스 |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일 언론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한 긴장 고조에 대해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군을) 매우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고 하원의장이 안전한 방문을 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며 중국 측 움직임에 경고를 보냈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중국은 단기 및 장기적으로 추가적인 조치를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잠재적인 조치로는 대만해협 내에 대만 밖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과 같은 군사적 도발이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대규모로 항공기가 진입하는 작전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는 대만해협은 국제수로가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은 허위적 주장을 하는 등 외교·경제적 공간에서의 조치도 포함될 수 있다”며 “이는 계속된 추세지만 범위와 규모가 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인민해방군(PLA)은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펠로시 의장의 도발은 중국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군대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며 “공격받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지만 공격을 받으면 반드시 반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우리가 어떤 조치를 할지 지켜봐 달라”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손 놓고 있지 않을 것이고, 반드시 주권과 영토의 완전함을 지킬 것”이라고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실제 중국군 동향도 심상치 않다.
중국군은 앞서 1일부터 대만해협의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중간선에 군용기를 근접 비행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군용기 여러 대가 1일부터 대만해협 중간선 가까이 머물고 있다면서 이날 오전 대만해협 중간선을 근접 비행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소식통은 “중국 군용기와 군함이 이날 오전 중간선을 압박했다”며 “이는 매우 도발적”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대만이 분할할 수 없는 중국 영토여서 대만해협에 중간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1일 오전 9시쯤에는 중국 공군 최신예 젠(J)-16 전투기 4대가 대만 서남부의 대만 ADIZ에 진입해 대만군이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경고 방송과 함께 방공 미사일 부대의 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일촉즉발의 긴장이 계속됐다.
중국 해사국은 1일부터 2일까지 보하이해와 남중국해에서 실탄사격 훈련을 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은 1995∼1996년 제3차 대만해협 위기 때도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 우려됐다. 중국은 1995년 6월7일 당시 리덩후이(李登輝) 대만 총통이 미국을 방문하자 그다음 달 21∼26일 중국 북서부 신장(新疆)미사일기지에서 대만 북부 동중국해의 공해상으로 중장거리 미사일 7발을 발사했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항공모함 2대를 보낸 바 있다. 대만군은 중국의 군사 행동에 대비해 대비태세를 격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대만군이 이날 오전 8시부터 4일 밤 12시까지 중국군에 대응한 군사적 대비태세 단계를 높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대만군의 군사적 대비태세 격상이 전시체제 돌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미·중 간 긴장 고조 상황과 관련해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가 중요하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한 긴장 고조에 대해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양안 관계의 평화적인 발전을 계속 지지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3일 한국에 도착해 4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나는 등 고위 관계자들과 회동한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도 만날 가능성이 있다.
펠로시 의장은 방한 기간 외교부 당국자와는 별도 회동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워싱턴=이귀전·박영준 특파원,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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