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대응이냐, 장기전이냐..이준석의 선택은?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조미덥 기자 2022. 8. 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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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8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사안을 심의하는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진술을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임전국위원회·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하는 등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위한 실무 절차를 속전속결로 진행하면서 이준석 대표가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가 끝나는 내년 1월 당대표로 복귀할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이 대표가 최고위 결정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한 것을 두고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최고권력으로부터 탄압받은 피해자 이미지를 구축해 장기전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동시에 제기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비대위 출범을 주도하는 친윤(석열)계 다수와 당권 주자들은 이 대표 징계 종료 전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당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여당의 빠른 안정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이다. 유력한 차기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 당에 필요한 것은 누가 복귀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비대위는 빠른 조기 전대를 준비할 수 있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해진·하태경 등 일부 의원은 비대위 체제를 이 대표 징계 종료 시점 이전까지만 가동해 이 대표가 복귀할 길을 열어놔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소수다. 조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복귀를 막지 않는 전제에서 비대위를 해야 한다”며 “만약 비대위가 (이 대표가 징계를 마친) 내년 1월9일 법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권리를 봉쇄하고 축출하는 쪽으로 되면 이 대표 쪽에서 (법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윤계 등 일각에서는 이 대표 징계 종료 전 경찰이 수사를 마쳐 이 대표 복귀 문제가 정리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경찰이 이 대표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거나, 공소시효를 이유로 불기소 의견을 내되 ‘혐의가 강하게 의심된다’는 식의 기록을 남기면 이를 근거로 당이 이 대표를 추가 징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에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이 대표 징계에서 비대위 전환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결국 이준석 몰아내기를 위한 작업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대표 징계라는 무리수를 둔 사람들이 스스로 위기를 초래하고서는 그 위기를 명분 삼아 비대위라는 초유의 꼼수를 들고 나왔다”며 “그저 ‘꼼수 비대위’라 쓰고 ‘이준석 당대표 제거 작전’이라 읽으면 된다”고 썼다.

이 대표의 대표직 복귀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어떤 대응책을 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홍준표 대구시장·정미경 최고위원 등 일부 인사는 이 대표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전날과 이날 잇따라 SNS에 이미 사퇴 선언을 한 최고위원들이 최고위에 출석해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 표결에 참여한 사실을 비판하는 등 절차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 그 근거 중 하나다. 실제로 이 대표는 비대위 출범이 현실화되면 가처분 신청을 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이 대표가 회복하기 어려운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에 쉽사리 쓸 카드가 아니라는 반박도 나온다. 여당 지도부가 비대위 전환 추진 과정에서 의원총회를 비롯한 의사결정 과정을 총동원한 것도 이 대표 측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에 대비하는 안전판을 마련한 차원이었다. 이 대표 측은 일단 전국위 결정이 나온 뒤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가 이 대표 복귀를 위한 목적으로 꾸려질지, 이 대표 축출을 위한 의도로 꾸려질지도 이 대표 대응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와 가까운 일부 인사들은 이미 사안이 법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로 확대됐기에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이 대표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계로부터 탄압받은 피해자’라는 이미지로 향후 정치 행보에 나서는 것이 아직 30대인 이 대표에게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SNS에 “전투에서 졌다고 전쟁에서 지진 않겠다”며 당장 법적 대응이 아닌 정치 영역에서의 장기전을 예고했다.

징계 기간이 끝나기 전 조기 전대가 치러지면 직접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이에 이 대표가 2030 남성을 중심으로 한 확고한 입지를 활용해 측근의 당대표 출마를 지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징계 이후 전국 당원들을 만나고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대리주자를 내세울 수 있다”면서도 “‘당심 7 대 민심 3’으로 대표를 선출하기에 당선되려면 민심에서 압도적으로 이겨야 하는데, 이 대표만큼 국민 여론조사를 독식할 대체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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