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외교부는 어느 나라 외교부인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방해하는 ‘의견서’ 대법원에 제출…시민사회 ‘격앙’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외교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을 사실상 방해하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확인돼 시민사회단체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 외교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외교부인가”라고 되물으며 분노를 표했다.
시민모임은 2일 오후 광주시의회 시민소통관에서 외교부가 일제강제동원사건에 대하여 의견서를 낸 것에 대하여 격하게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지난 26일 외교부는 2018년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명령을 4년 동안 거부하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의 채권과 관련한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매각) 명령 사건이 계류된 대법원 상고심 담당 재판부에 대법원 민사소송규칙 제134조의 2(참고인 의견서 제출)를 근거로 의견서를 제출했다.
민사소송규칙(제134조의 2)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공익과 관련된 사항에 관하여 대법원에 재판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모임은 외교부의 이 의견서는 피해자들의 권리실현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의견서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외교부 당국자에 의하면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민관협의회 개최 등 국내적 노력’,‘한⋅일 양국의 외교적 협의’,‘기타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피해자들의 권리실현을 사실상 방해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또한 배상책임이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이 외교부의 입장을 핑계로 대법원의 배상명령을 기피하는 수단으로 삼을 여지마저 제공한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 복원에 대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 18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현금화 결론이 나기 전 어떤 형태로든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일본 외무성 당국자는 “현금화 문제를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겠다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말에 주목하고 있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무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첫째, 이번 소송은 강제징용 피해자와 일본기업 간 민사의 영역이기 때문이고 둘째, 민관협의회 개최와 한⋅일 양국의 외교적 협의에 피해자들의 의견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시민모임은 이 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월 28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서 열린 외교부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 면담에 외교부 측은 이상렬 아시아태평양국장, 백수림 서기관, 이동한 사무관 세 명이 참석했고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은 이국언 이사장, 민병수 이사를 비롯한 관계자 네 명이 참석했다.
외교부 측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이 날 면담은 표면적으로는 ‘광주를 방문해 방일시 일 측과 이야기 한 결과의 향후 추진계획’을 말씀드리고 싶다‘라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민관협의회‘에 광주 참여를 재요청해 일본기업의 매각자산을 현금화 시키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의도가 충분히 드러났다.
녹취록에서 이상렬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피해자들인 할머니들 나이를 드시니까 당연히 쇠약해져 가는 상황이고, 그리고 현금화에 대해서 모든 사람들이 일정 정도 우려를 갖고 있고...” 라고 말하자 민병수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는 “현금화되면 어떤 것이 우려된다는 말씀이신지?” 라고 되묻는다.
이에 이상렬 국장은 “일본은 그것은 (일본기업에 대한 매각 현금화) 상관없는 문제라고 하지만 사실상 명백한 것이고, 그러다 보니 현금화라는 것은 일본기업 자산이 실제로 넘어가는 상황을 의미하는 거죠. 넘어가게 되면 일본이 거기에서 보복을 할 것이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고 (중략) 그러면 현금화를 해야 하는 것인지, 저희는 외교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봤을 때는 물론 다른 여러 가지가 있지만 또, 외교관계도 중요한 가치 중에 하나입니다” 라고 말한다.
결국 외교부는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데 강제징용 판결과 일본기업 매각과 현금화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으니 이에 동조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시민모임은 “2013년 시민모임이 외로운 소송과정에서 외교부에 요청했을 때 외교부는 ‘답변서’를 통해 “상기 소송은 사인간의 민사소송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정부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부적절한 측면이 있음을 양해바랍니다 라고 밝히며 피해자들을 외면했던 정부가 이제 와서 ‘외교의 중요성’을 들어 압박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피해자들을 제쳐두고 양국 간의 이해만 내세워 돈으로 무마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박근혜 정부 때 이미 실패로 드러났다”고 밝히며 “윤석열 외교부도 똑같은 점철을 밟아서는 국민적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2016년 11월에도 외교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 견해들을 주로 인용한 의견서를 대법원에 전달한 사실이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이 의견서는 국민의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2018년에 검찰이 외교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시민모임 이국언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피해자들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의견서를 내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그 내용을 보지 못한 것도 문제이고 피해자들의 나이를 들어 더 이상 안타까운 상황임을 강조하지만 정말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생각한다면 이렇게까지 찬밥 취급하거나 내동댕이쳐서는 안된다” 고 격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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