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들 '서랍 속 대안'으론 위기 극복 한계..민간 인재 중용해야"

좌동욱 2022. 8. 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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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前 부총리 인터뷰
지지율 하락 이면엔 결국 '경제'
고물가 구조 상당기간 지속 전망
인플레, 사회 모든 문제 건드릴 것
尹경제팀 구성원 다양하게 꾸려
민간의 혁신적 아이디어 찾아야
참모진 당장 바꾸면 되레 부작용
후임자도 동료·언론 눈치만 볼 것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 민간 인재 중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준 기자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2일 “관료들의 서랍 속 대안으로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는 어렵다”며 “(윤석열 정부가) 기업과 학계 등 민간의 인재를 더 모셔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선 “지금 시점에 대통령 참모들을 바꾸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시간을 조금 더 주고 (성과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인재 삼고초려하라”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대선 때 상임선대위원장, 선거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맡아 정권 출범에 기여한 김 전 부총리는 선거 당시 “새 정부에서 공직은 일절 맡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종종 김 전 부총리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총리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을 묻는 말에 “결국 국민의 시선이 중요하다”며 “인사 문제가 가장 크지 않냐”고 했다. 그러면서 “지지율 하락의 이면엔 경제 문제가 있다”며 “물질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정부가 조금만 잘못해도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인플레이션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위험성을 특히 경고했다. 그는 “선진 민주 국가들이 문제가 생기면 일단 돈을 풀고 국채를 남발해 세계 통화량이 급증했다”며 “국가 채무와 통화량 증가는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고물가 구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인플레이션이 우리 사회에 내재된 거의 모든 문제를 건드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런 새로운 형태의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정부 경제팀 구성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료들이 서랍 속에 준비해 놓고 있는 전통적인 대안으로는 과거에 전혀 볼 수 없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며 “재계와 학계 등 민간에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춘 인재들을 삼고초려해야 한다”고 했다.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를 의미하는 ‘모피아’들이 주요 경제 부처 고위직을 독식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상당히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모피아들은 실무 부서에서 행정을 뒷받침하는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에겐 기회 줘야

대통령실 참모진엔 ‘채찍’보다 ‘당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김 전 부총리는 여권의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선 “대통령실 스태프(참모)들이 완벽하게 짜여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임명직(고위 공무원)들에 대해선 시간을 조금 더 주고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참모들의 능력을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미다.

노무현 정부 초기 2년 동안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던 김 전 부총리는 “대통령실 참모와 같은 임명직을 수시로 교체하면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며 “후임자로 능력 있는 인재를 데려오기가 어려워지고 후임자도 소신껏 일하지 못하고 동료와 언론의 눈치만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당에 대해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2018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당의 지도부와 대선 후보들이 모두 외부 출신으로 채워졌다”며 “냉철하게 보면 당(국민의힘)의 자생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당과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선 “당이 혼란스럽고 정책 역량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대통령과 행정부가 앞장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 나오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 주장에 대해선 “당의 비상사태를 수습하는 일이 우선”이라며 “원내대표가 없으면 비상대책위원장도 선출할 수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상황을 수습한 뒤 물러나야 한다는 의미냐’는 질문엔 “도덕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인수위를 새로 한다는 각오 다져야

김 전 부총리는 ‘정부가 현재 위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하냐’는 질문엔 “(김대기) 비서실장 중심으로 현재 대통령이 당면한 문제를 하나하나 제대로 짚고 들여다봐야 한다”며 “인수위를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다시 큰 구상을 해보라”고 했다. 특히 “개혁을 추진할 땐 이해관계자들까지 윈윈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예를 들어 만 5세 조기 입학이라는 정책을 추진하려면 유치원 종사자들이 반발하지 않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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