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금리·수출..지금 경제 사이클 어느 국면에 있나?

조계완 2022. 8. 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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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쏟아지는 경제지표들, 위기감 한층 증폭
7월 소비자물가도 또다시 큰폭 상승
나중에 '물가정점' 확인해도 금리인상 지속
성장세 약화 뚜렷..'침체 진행중' 진단 성급
성장경로 불확실성 커져..2~3개월이 향방 결정
지난 6월 16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요즘 우리 경제는 금리, 소비자물가지수, 무역수지 적자 등을 두고 ‘사상 첫 빅스텝, 외환위기 이후 23년만에 최고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에 처음’ 같은 어휘들이 각종 새 경제지표를 연일 수식하면서 위기감이 한층 증폭되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소비자물가가 5%대(5.4%)로 올라서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5월 초 22년만에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선 이후 3개월가량 지난 지금, 경기순환변동 국면은 사이클상 어느 지점에 와 있는 것일까? 중앙은행의 고강도 통화긴축과 고물가 영향이 8월 들어 본격화하면서 하반기부터 완만한 경기침체가 시작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상품가격·금리·환율·수출·주택가격까지 모든 부문에 온통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있지만, 경제 당국은 “경기 동향이 불안하지만 ‘경기침체’ 진단은 아직 성급하다”고 선을 긋는다.

우리 경제는 매월 더 커지고 있는 물가·금리 충격이 시차를 두고 가계·소비자 및 기업 경제활동에 광범하게 퍼지고 있는 와중에 위치해 있다. 2일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 상승속도 (전년동기대비 6.3%)가 상반기에 비해 다소 완만해졌으나 한국은행은 물가안정목표(2.0%) 수준으로 물가 지표를 꺾어놓을 때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일 “물가 수준이 2∼3%면 국민이 못 느끼고 경제활동을 하지만 6∼7%가 되면 (상승세가) 가속된다. 안타깝지만, 거시적 측면에서는 물가 오름세가 꺾일 때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일 오는 10월께 물가 정점통과를 확인한다해도 금리인상은 올 연말 혹은 내년 초까지 지속될 공산이 크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블랙스완’(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이례적 사건)에 가깝다. 모든 제품가격은 경직적이라서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쉽사리 낮아지지 않는터라 인플레이션 압력은 당분간 꺼지지 않고,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반전될 거라고 기대할만한 요인도 마땅히 없는 여건이다.

전반적인 실물경기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회복·확장세가 서서히 후퇴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 건 뚜렷하다. 금리·물가 영향에 따른 전반적인 경제활동 둔화로 성장 흐름 모멘텀이 약화하고 있지만, “완만하든 급격하든 경기침체가 이미 진행중”이라는 일각의 판단은 다소 성급하다고 대다수 경제분석가들은 진단한다. 무엇보다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 이후 아직까지는 견조한 소비 팽창세가 경제를 지탱하며 이끌고 있다. 이 총재는 1일 “(한은이) 2분기 경제성장률을 0.3% 정도로 전망했는데, 실제로는 소비가 훨씬 더 많이 늘어 0.7%로 나왔다. 아직 국내 경기는 크게 나빠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 경제를 이끄는 동력은 기업 쪽의 투자지출보다는 민간 소비지출인데, 소비 확장세가 이어지면 생산·투자활동도 고금리·고물가 여건을 어렵사리 버텨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년동기대비 2.9% 성장했다. 올해 성장률은 2%초중반(지난해 4.1%)을 달성할 전망이다.

미국 국내총생산이 지난 1·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전분기 대비)해 개념정의상 ‘침체’에 빠졌다는 분석이 있지만, 여러 지표 중에 체감으로 경기침체를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는 ‘고용’(지속적인 일자리 감소와 실업률 급증)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6월 취업자가 전년동월대비 84만명 증가하는 등 지난해 4분기부터 탄탄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6월 실업률(3.0%)도 전년동월대비 0.8%포인트 하락(실업자 20만5천명 감소)했다. 다만 6월 임시일용 취업자가 전년동월대비 13만명 감소해 취약고용계층부터 경기 하강에 점차 노출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 인상으로 기업 투자지출이 위축되면서 향후 몇달 안에 총고용이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경기침체 초입에 들어섰다는 비관론은 과도하지만, 성장경로에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수출 동향이 대표적이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은 버팀목 구실을 할 수도, 정반대로 큰폭의 하강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부문이다. 수출금액 자체는 비교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무역수지는 7월까지 넉달 연속 적자를 보이며 1~7월 누적 적자규모가 150억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영향이 수출가격보다 수입가격 상승폭에서 훨씬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무역적자가 더 확대될 우려가 있다“면서도 “수출이 구조적인 부진에 빠져들고 있는 신호는 아직 없다”고 말한다. 고물가와 글로벌 통화긴축으로 세계 경기가 하강에 접어들겠지만, 지난 7월26일 국제통화기금은 미국경제의 경우 지난 2분기 연속 역성장에 빠졌으나 올해 연간 성장률은 2.3%를, 세계 경제성장률은 3.2%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정도로 수출이 급속 하강할 우려는 크지 않은 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지금, 향후 2~3개월간 물가·금리·환율 동향이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본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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