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테이크아웃 韓 문화 독특..伊나 호주에선 보기 드문 광경"
역대 최연소 WBC 우승후
스페셜티 커피 사업 뛰어들어
韓日서 자기이름 체인점 운영
"커피 본연의 독특한 풍미
'테루아르' 극대화가 트렌드"
스물한 살, 이탈리아 여행 중 들른 에스프레소 바에서 커피와 처음 만났다. 그곳에서 맛본 에스프레소는 쌉싸름하면서도 캐러멜처럼 진득하고 달콤했다. 바에 서서 가볍게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이탈리아인들의 일상적인 낭만에 순간 매료됐다. 그 길로 호주에 돌아와 바리스타가 됐다. 셰프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맛에 예민했던 게 도움이 됐다. 그는 타고난 미각과 본능으로 커피를 탐구했다. 결국 스물네 살이던 2003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한국에서 매일유업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내건 커피전문점 '폴 바셋'을 운영 중인 호주 출신의 유명 바리스타 폴 바셋(사진)의 이야기다. 제주도에 새로운 형태의 특화 매장을 준비하는 등 신사업을 펼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 1일 폴 바셋 제주 용담 DT(드라이브스루)점에서 만났다. 바셋은 "10대 때부터 한 분야를 깊게 파고 싶었는데, 당시엔 와인 전문가나 셰프를 생각했다"며 "커피와 사랑에 빠진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웠다"고 회상했다.
WBC 우승 이후 많은 기회가 그에게 주어졌다. 2003년 호주에 자신의 로스팅 회사인 '바셋 에스프레소'를 세우며 스페셜티 커피 사업에 뛰어들었고, 2006년 일본에 이어 2009년 한국의 제안으로 현지에 폴 바셋 커피전문점을 열게 됐다. 현재 바셋 에스프레소는 호주, 한국, 일본 등에서 산지에서 직접 공수한 원두를 로스팅해 공급하거나 바리스타 전문교육을 진행하는 등 커피 품질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에서는 11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바셋이 말하는 좋은 커피는 원두 본연의 자연적인 단맛이 느껴지면서 그 맛이 풍부하고 균형 잡혀 있으며 깔끔한 커피다. 커피 업계에서는 이런 커피를 '클린 컵'이라고 한다. 바셋은 "이처럼 '정교한(exquisite)' 커피에서는 원두 재배지의 토양, 고도, 기후 등 자연환경에 따른 독특한 풍미가 그대로 느껴진다"며 "와인의 테루아르(자연환경에서 기인한 포도주의 독특한 향미)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바셋은 "진정한 스페셜티 커피는 원두의 재배부터 가공, 로스팅, 커피 추출에 이르는 전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최근에는 커피 맛에서 원두가 지닌 본질적이고 순수한 맛, 즉 테루아르를 극대화하는 것이 로스팅 특성보다 더욱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바셋은 커피를 소비하는 데 있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가 전통적인 방식을 앞지를 순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집에서 커피를 내려 먹는 것도 좋지만, 카페에 직접 가서 커피를 즐기는 것이 합리적인 사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로봇이 커피를 만들어 주는 카페가 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바셋은 "특정 장소에 한해서는 목적에 부합할 수 있지만, 로봇은 커피의 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스페셜티 커피의 경우는 결국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바셋은 국가마다 커피 취향과 소비문화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고도 했다. 예컨대 한국에서는 대용량 커피를 즐기고 테이크아웃 주문이 흔하지만, 이탈리아나 호주에서는 카페에서 커피를 포장해 나가는 일이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또 한국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산미가 덜하고 단맛이 있는 커피를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바셋은 "한국 커피 시장은 변화가 빠르다. 한국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더 좋은 커피를 찾고 이것이 커피 업계의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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