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이준석의 내부총질

박봉권 2022. 8. 2. 1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대표' 문자 유출은 대형 참사다. 국가수반의 뒷담화에 장삼이사들의 실망이 크다. 실망한 민심의 크기만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취임 3개월도 안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30%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레임덕 수준으로 지지율이 폭망하니 '취임덕' 조롱까지 나온다. 집권 여당은 지리멸렬이다.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다. 비대위 가동이 불가피해졌다. 자업자득이니 누굴 탓하겠나.

대통령에게 까인 이준석 당대표 기분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내심 미소를 지을 듯하다. 도덕적으로 치명적인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중징계를 받아 궁지에 몰렸는데 뜬금없는 문자 파동으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으니 말이다.

권력다툼의 희생양 코스프레로 지지 세력을 규합하고 동정 여론을 확 키울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그냥 뒷담화 문자에 '쿨'하게 대처하고, 자숙하는 모습만 보여도 자연스럽게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일이 술술 풀릴 상황이었다. 뒷담화 피해자가 실제론 최대 수혜자가 될 판이니 참 인간지사 새옹지마다.

그런데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게 사람이다. 참지를 못했다. '기회는 이때다' 싶었는지 예의 인신공격성 감정적 대응으로 분란을 더 키우고 있다. '양두구육'은 대통령과 윤핵관 모두 겉과 속이 다르다는 직격탄이다.

당 지도부를 "저자들"로 칭하며 "당권 탐욕에 제정신 못 차리는 나즈굴과 골룸(탐욕적인 반지의 제왕 캐릭터)"으로 비하했다.

여권의 텃밭인 대구에 가서는 식사후 페이스북에 '간장불고기' 사진을 찍어올렸다. 평소 "간을 본다"며 깔아뭉갰던 안철수와 윤핵관 핵심인 장제원 의원 성(姓)을 딴 '간장' 한 사발 막말로 인격적 모독을 서슴지 않던 그의 또 다른 도발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박살 나든 말든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에 빠지든 말든 화풀이 저격을 멈추지 않고 싸움을 부추기는 행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수틀리면 공멸도 불사하겠다는 오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 대선 전부터도 수시로 그랬지만 툭하면 총구를 대통령과 자신이 당대표인 집권여당에 들이대는 게 내부 총질이 아니면 도대체 뭔가. 대통령 뒷담화가 부적절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박봉권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