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표정을 담은 동독 사진가..아르노 피셔 회고전

김슬기 2022. 8. 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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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까지 성곡미술관
`서베를린, 쿠르퓌르스텐담`. [사진 제공 = Estate Arno Fischer, ifa]
1989년 12월 31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 아르노 피셔(1927~2011년)는 사진기를 메고 나섰다. 거리에는 충격과 흥분과 환희가 넘실거렸다. 장벽을 넘는 청년들, 불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은 한 장의 사진에 모두 담겼다. 그가 찍은 건 한 시대의 초상이다.

'가장 유명한 무명 사진가'가 한국에 왔다. 피셔는 일생을 동독에 거주하며 다큐멘터리를 찍듯 시대의 표정을 담았고, 라이프치히 미대 교수로 학생을 가르쳤다. 1950년대 사진 작업을 시작한 이후 그의 베를린 아파트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헬무트 뉴턴 등 세계적 사진가를 초대해 토론했던 공간이기도 했다.

성곡미술관에서 8월 21일까지 열리는 '동베를린의 사진가' 전시는 베를린 장벽이 건설되기 직전인 1953년부터 장벽이 무너진 1989년을 거쳐 피셔가 세상을 떠난 2011년까지 그의 생애를 아우르는 회고전이다. 작가가 직접 뽑은 빈티지 프린트를 포함해 젤라틴 실버프린트 117점과 폴라로이드 66점이 걸렸다.

성곡미술관은 "2차 세계대전을 경험했고 분단과 통일을 경험한 우리와 가까운 작가"라고 소개했다. 고향인 베를린의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약 7년 동안 동서 베를린의 평범한 일상을 찍은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무표정한 시민들 모습은 동서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작업은 사건 자체를 찍지는 않았지만 사람들 표정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젊은 시절 찍은 상업용 패션 사진과 1970~1980년대 뉴욕, 옛 소련, 폴란드 등 여행 사진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사진 역사가 마티아스 플뤼게는 "수천 장의 사진 중 피셔의 인생을 다 담을 수 있도록 작품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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