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행 임박에 전투기 뜨고 실탄 훈련..미·중 긴장 '최고조'
중국 전투기는 대만해협 근접 비행..실탄 훈련도
미국도 대만으로 항모 이동..일본에 상륙함도 배치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 저녁 대만에 도착할 예정이다. 중국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만은 군 경계 태세를 강화했고, 미국은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를 배치하는 등 펠로시 의장의 안전 확보에 나섰다.
펠로시, 3일 대만 총통 만날 예정...대만군, 경계 태세 강화
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펠로시 하원의장은 2일 저녁 10시 20~30분(한국시간 2일 저녁 11시 20분)쯤 대만 수도인 타이베이에 도착할 예정이다. 펠로시 의장은 타이베이에서 하룻밤 묵은 뒤 다음 날(3일) 오전 8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고 입법원(의회)을 방문한 뒤 오전 10시쯤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쑤전창 대만 행정원장(총리)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환영했다. 쑤 원장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외국 손님의 방문도 따뜻하게 환영한다"며 "정부는 그러한 손님을 위한 최상의 준비를 할 것이며 그들의 계획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임박하면서 대만은 중국의 군사 도발에 대비한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대만 연합신문망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이날 육·해·공 3군이 ‘전비정비(군사대비) 강화지도기간’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기간은 2일 오전 8시부터 4일 자정까지다. 대만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인근에서 적의 군사 활동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며 "중국의 위협엔 '눈에는 눈'으로 맞서는 비례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도 강조했다. 대만 공군은 펠로시 의장 일행의 안전한 방문을 위해 ‘공중안전회랑’도 개통했다. 공중안전회랑은 우군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하도록 공역에 설정한 '비행기길'을 의미한다.
중국 군용기, 대만해협 중간선 근접 비행...실탄 훈련도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며 무력 시위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전투기 여러 대가 2일 오전 대만해협 중간선에 근접 비행했다. 대만과 중국 사이의 한가운데 지점을 말하는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5년 미국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경계선이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중국 전투기가 중간선을 잠시 건드리고 돌아가는 전술적 움직임을 반복했으며 대만 전투기들은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항공 당국이 대만과 가까운 푸젠성 주변에 항공편 운항을 부분 통제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중국 샤먼항공은 2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문에서 "푸젠 지역 유량 통제의 영향을 받아 샤먼항공은 2일 일부 항공편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유량 통제는 항공 안전을 위해 특정 시간대 동일 공역에 진입하는 항공기의 수를 조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펠로시 의장 전용기에 대한 중국군의 군사적 대응에 대비하는 정황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중국군은 남중국해와 가까운 보하이 등에서 동시다발적인 실탄 훈련에 나섰다. 중국 해사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칭란해사국은 2일 오전 0시부터 6일 정오까지 남중국해 일부 해역에서 군사훈련이 실시된다고 공지했다. 칭란해사국은 훈련 해역을 적시하고 “훈련 기간 관련 해역에서의 선박 통행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광둥해사국도 2일 오전 2시부터 3일 오후 5시까지 남중국해 레이저우 반도 서부 해역에서 대규모 사격훈련을 실시한다고 전했다.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을 남중국해에 배치...CNN "24시간 감시"
미국은 펠로시 의장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에 나섰다. 미국 ABC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는 지난달 25일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현재 남중국해에 도착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해군 제7함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로널드 레이건호는 예정된 작전의 하나로 영유권 분쟁이 있는 남중국해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또 미국 강습상륙함인 트리폴리함, 아메리카함이 일본 오키나와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고 군사 전문매체인 미해군연구소(USNI) 뉴스가 보도했다. 트리폴리함과 아메리카함은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수직이착륙형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다. 트리폴리함은 '라이트닝 캐리어'라고 불리며 F-35B 20대를 탑재하고 있다. 또한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미 공군기지에는 현재 공중급유기(KC135) 9대와 항공모함 함재 수송기 C2A 그레이하운드 2대, 미 해군 강습상륙함 트리폴리 탑재기인 MH60 헬기 1대 등이 도착했다.
앞서 CNN방송은 미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국방부가 이 지역에서 중국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으며 펠로시 의장을 지키기 위한 계획을 확보하기 위해 24시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은 대결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이 의도적으로 행동을 취해 실제 충돌로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미국도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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