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대위 전환 속도전..'위장·꼼수' 비판도 거세 "이준석 맘에 안든다고 당을 혼란으로 밀어서야"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조문희 기자 2022. 8. 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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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배현진, 윤영석 최고위원이 2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한 뒤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로 체제 전환을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 2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대위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전환으로 총의를 모으고 다음날 바로 공식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이르면 다음주 비대위 체제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에선 이준석 대표가 물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표를 쫓아내는 형태의 비대위 전환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당의 입 역할을 하는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분열로 가는 길”이라고 지도부를 직격했다. 사퇴 의사를 밝힌 최고위원들이 비대위 전환 의결에 나선 것을 두고 “위장 사퇴쇼” “꼼수”라고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최고위에선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의결에 참여했다. 현 최고위원 7명 중 4명이 참석해 정족수를 채웠다고 판단했다.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는 친이준석계 김용태·정미경 최고위원은 불참했다. 현 지도부의 마지막 최고위는 사퇴 의사를 밝힌 최고위원들이 비공개로 비대위 전환 의결만 하고 30분 만에 끝났다.

앞으로 60여명으로 구성된 상임전국위에서 당헌 해석을 통해 현재 당이 비대위로 전환할 비상상황임을 확인받고, 수백명이 참여하는 전국위에서 당헌 개정과 비대위원장 의결이 이뤄지게 된다. 국민의힘은 속도전을 통해 이번 주 윤석열 대통령 휴가가 끝나기 전에 비대위 체제를 마치고 싶어한다. 하지만 여름 휴가철인 점과 수백명에게 통보해 안건을 알려야 하는 등 준비 기간을 고려할 때 전국위는 다음주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단 이번 주 상임전국위를 열여 비대위 전환의 정당성과 근거를 먼저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권 대행은 이날 4선 이상 중진들과 오찬을 하는 등 본격적으로 비대위원장 물색에 나섰다. 비대위 전환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추천에 대해 “내가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이번 비대위는 빠른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침묵이 찬성은 아니다.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 결정
-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전날 의원총회 후 ‘비대위 전환’ 발표에 대해

당내엔 비대위 전환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가 분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SNS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배현진 최고위원 등의 최고위 의결 참여를 겨냥, “절대반지를 향한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비판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침묵이 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을 전체 투표로 결정한 것처럼 언론 플레이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고 밝혔다. 원내 지도부가 전날 의총에 모인 89명 중 88명이 비대위 전환에 찬성했다고 했는데, 손을 들고 반대하지 않았지만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는 반박이다. 그는 “무엇이 급한지 절차적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혼란의 종식이 아니라 혼란을 더 조장하는 분열로 가는 길이 아닐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민형배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위장 탈당’ 논란을 거론하며 “이제 우리 당 최고위원들의 ‘위장 사퇴’쇼를 목도하니 환멸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퇴 의사를 밝힌 최고의원들이 최고위에 참석해 비대위 전환을 의결한 것을 ‘위장 사퇴’로 지적한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에 “정치인은 공무원과 달리 사퇴선언하는 순간 그 직을 상실한다”고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행대행 겸 원내대표가 2일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 맘에 들지 않는다고 당까지 혼란으로 밀어넣어서야 되겠나
- 홍준표 대구시장

어떻게든 이 대표를 당에서 몰아내려는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홍 시장은 SNS에 “만신창이가 된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새 원내대표에게 지도부 구성권을 일임해 당대표 거취가 결정될 때까지 비대위를 꾸리는 것이 상식적인 해결책”이라며 “왜 자꾸 꼼수로 돌파하려고 하는지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표가 가처분 신청하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이는데 왜 무리한 바보짓을 해서 당을 혼란으로 몰고 가는지”라며 “이 대표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당까지 혼란으로 밀어넣어서야 되겠나”라고 했다.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최고위원들이 비상상황을 만들기 위해 사퇴한다고 받아들이는 국민도 많을 것”이라며 “(비대위로 가지 않고) 궐위된 최고위원을 전국위에서 새로 뽑는 쉬운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에게 명예롭게 당을 위해 퇴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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