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방정오 배임 불기소에 시민단체 "일방적 변명 들은 꼴"

2020년 8월 경찰에 고발된 방 대표 업무상 '배임' 혐의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지 8개월만에 불기소처분
고발인 측 "피의자의 일방적 변명을 받아들이고 있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검찰이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정했다. 혐의를 제기했던 시민단체들은 불복하고 항고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방 전 대표의 배임 혐의에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찰이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한 지 8개월 만이다.

세금도둑잡아라, 민생경제연구소, 시민연대 '함깨'는 2020년 8월 방 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상'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방 전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하이그라운드가 2018년 컵스빌리지에 19억 원을 대여한 것과 이듬해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한 것 등이 업무상 '배임'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2월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이의 신청 후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지시한 바 있다. 보완 수사를 마무리한 뒤, 지난해 12월 경찰은 다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송치 8개월 만에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나온 것이다.

▲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사진=TV조선

컵스빌리지는 방 전 대표가 2017년 11월까지 대표로 활동한 영어유치원이다. 방 전 대표가 지분 4.91%를 갖고 있는 디지틀조선일보는 2014년 1억9000만원을 컵스빌리지에 투자(지분율 15.83%)했다. 방 전 대표 자녀도 이 유치원에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컵스빌리지는 2020년 9월 파산했다.

검찰은 하이그라운드가 대여해준 19억 원 중 4억원은 건물임대차 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담보로 하고, 나머지 15억 원에 대해서는 미변제 시 컵스빌리지 주식 70%를 하이그라운드가 양수하는 조건이 있어 19억 원이 대여 형식을 띤 '실질적 투자'라고 봤다. 컵스빌리지가 변제하지 못한 것은 투자손실에 불과해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 손실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회사자금을 대여한 경우, 업무상 '배임'이 인정된다.

또한 검찰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으로 예상치 못하게 컵스빌리지가 파산해 투자를 실패한 것이라는 방 씨 측 주장과, 하이그라운드의 대주주인 BRV가 애니메이션 확장 등 투자 의도가 있었다는 BRV 직원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항고장을 제출한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2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일단 명백하게 법적인 형식으로 '대여'이고, 회계상으로도 '대여'이어서, 투자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주식을 담보로 하는 '대여' 계약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인 이야기”라며 “검찰 측은 BRV가 투자하려 했다고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따르더라도 BRV는 하이그라운드의 대주주일 뿐이지 주체는 여전히 '하이그라운드이다. BRV는 컵스빌리지와 아무 관련이 없어 수상한 자금거래 대목이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 대표는 이어 “코로나19로 예상치 못하게 컵스빌리지가 파산했다는 주장도, 하이그라운드에서 코로나 유행하기 전에 대손충당금 처리를 한 셈이라 의미없는 이야기다. 이미 하이그라운드에서 컵스빌리지가 채무변제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2019년 12월에 이미 대손충당금 설정을 한 것”이라며 “검찰은 코로나는 그 다음에 일어난 것인데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 변명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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