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빈라덴 뒤 이은 알카에다 수괴 제거..바이든 "정의 실현됐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사마 빈라덴과 함께 9·11 테러를 지휘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수괴 아이만 알자와히리(71)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1일(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연 대국민 연설에서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은신해 있던 알자와히리가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발코니에서 생방송으로 연설하며 수 일 전 공습을 승인했다고 밝히고 "정의가 실현됐다. 테러리스트 수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 재확진 와중에도 이날 연설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어디에 숨어 있든, 우리 국민을 위협한다면 미국은 당신을 찾아내 제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고위 안보 관료들이 지난 4월 초 알자와히리의 은신처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정보 당국이 몇 달 간 은신처를 특정하고 신원을 확정한 뒤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해 왔다고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는 당국이 가옥 구조까지 상세히 파악한 뒤 미 동부 시각으로 30일 밤 9시48분(카불 시각 31일 오전 6시18분)께 알자와히리가 은신처 발코니에 혼자 나왔을 때 미 중앙정보국(CIA) 드론을 통해 정밀 타격했고 동거 가족을 포함해 다른 사망자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익명을 요구한 관료들을 인용해 전했다.
알자와히리는 2011년 미군의 공격으로 빈라덴이 사망한 뒤 알카에다의 수장 자리를 이어받았다. 빈라덴의 오른팔로 여겨졌고 몇몇 전문가들은 알자와히리가 9·11 테러의 작전 참모라고 믿었다. 미 정부는 2001년 알자와히리를 "최우선 수배 대상"으로 지정하고 2001년 2500만달러(약 327억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미국은 앞서 2006년에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 인근 미사일 공격으로 알자와히리 사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1951년 의사와 학자로 이루어진 이집트 카이로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알자와히리는 15살 때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조직인 무슬림 형제단에 가입했다. 이후 그는 가업인 의사의 길을 걸으며 1973년 이집트 정부 전복을 기도하는 이슬람 지하드(이슬람 성전주의자) 조직에 합류했고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당시 이집트 대통령 암살 혐의로 조직의 다른 동료들과 함께 체포됐다. 암살 혐의는 풀렸지만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수감된 알자와히리는 석방 뒤 1985년 이집트를 떠났다. 이후 그는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등을 전전하며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이슬람 부상병들을 치료했다. 알자와히리는 이 시기에 빈라덴과 만나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 때 빈라덴의 개인 주치의를 맡기도 했다.
이후 1993년 이집트에서 이슬람 지하드 운동이 다시 분출하자 알자와히리는 이 단체의 수장을 맡았다. 단체는 호스니 무바라크 당시 이집트 대통령 암살시도 등 정부를 전복시키고 이슬람 국가를 세우려는 일련의 테러 활동을 주도했다. 12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수많은 테러를 주도한 혐의로 이집트 군사법원은 1999년 궐석재판을 통해 알자와히리에게 사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 은신처와 자금줄을 찾아 전 세계를 떠돌던 알자와히리는 1997년 빈라덴의 근거지인 아프가니스탄 잘랄라바드로 이주했고 이듬해 빈라덴의 알카에다와 이슬람 지하드 조직을 합병해 '성전을 위한 세계이슬람전선'을 결성했다. 1998년 5월 이 단체를 결성하면서 이들은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미국인과 그 동맹을 살해하는 것은 모든 무슬림의 의무"라고 선언했다. 같은 해 8월 이들이 가한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 대사관에 폭탄 테러로 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이들은 2001년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와 워싱턴 국방부 청사(펜타곤)를 공격한 9·11 테러를 자행해 약 3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알카에다의 전술 및 사상적 지도자로 여겨졌던 알자와히리는 빈라덴과 같은 카리스마는 없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BBC 방송은 빈라덴이 죽은 뒤 알자외히리가 알카에다의 수장을 이어 받긴 했지만 미국의 공습으로 측근을 잃고 점차 조직을 통솔할 능력을 잃어갔다고 봤다. 매체는 알자와히리가 최근 수 년 간은 때때로 메시지를 발신하는 주변적 인물로 전락했으며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와 같은 다른 세력이 등장하면서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새 알카에다의 수장이 나올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는 전임자보다도 적은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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