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벌금 못내는 취약계층에 노역장 대신 사회봉사 확대

이보라 기자 2022. 8. 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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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화 공판송무부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별관 기자실에서 빈곤·취약계층 벌금미납자 형 집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경제적 능력이 없어 벌금을 내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대해 노역장 유치 대신 사회봉사 집행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2일 “생계가 곤란한 벌금 미납자의 노역장 유치 등 환형을 최소화하고, 사회봉사 활동으로 경제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벌금형을 선고받고 벌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는 노역장에 유치된다. 1일에 10만원으로 환산돼 벌금 액수 만큼 노역장에 갇혀 노역을 해야 한다. ‘노역장 행’을 택한 사람들은 상당수가 몇 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낼 경제적 여력이 안 되는 이들이다. 대검에 따르면 전체 노역장 유치 집행자 중 500만원 이하 벌금형이 약 93%, 100만원 이하 벌금형이 약 60%를 차지한다.

검찰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코로나19에 따른 불황 등으로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갇히는 사례가 급증했다. 500만원 이하 벌금형 미납 건수는 2019년 약 13만8000건, 2020년 약 14만2000건, 2021년 약 19만9000건이었다. 최근 5년간 1일 평균 교정시설 수용인원 중 노역 수형을 하는 비율은 2.8%에 이르렀다.

벌금 미납자가 노역장에 유치되면 가족관계와 생계활동이 끊기고 교정시설 수용에 따른 낙인효과가 생기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노역장에 유치되면 기초수급권 지정도 취소돼 경제적 기반도 박탈된다. 교정시설 입장에서도 노역장 유치로 지속적으로 인력과 예산이 소요되고 과밀화도 심화된다. 비교적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경제적 여건 때문에 사실상 단기 구금형에 처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검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 ‘500만원 이하’ 벌금 미납자는 벌금형을 사회봉사로 대체해 청구하기로 했다. 검사가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를 청구하면 법원이 사회봉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대검은 경제적 능력에 대한 판단 기준도 대폭 완화해 소득수준 기준을 중위소득 대비 50% 이하에서 70% 이하로 넓히기로 했다. 4인 가구의 경우 월소득 256만원 이하에서 358만원 이하로 범위가 확대되는 셈이다.

대검은 사회봉사 유형·기간 등을 벌금 미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맞춤형 사회봉사 대체집행’을 시행할 방침이다. 농·어촌 지원(모내기, 대게잡이 그물 손질), 소외계층 지원(독거노인 목욕봉사), 긴급재난복구 지원(제설작업), 지역사회 지원(벽화그리기), 주거환경개선 지원(다문화가정 도배)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봉사 유형을 선택하도록 안내하기로 했다.

벌금 미납자의 생업, 학업, 질병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사회봉사 개시 시기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벌금 일부를 납부한 미납자, 벌금 분납·납부연기 대상자도 남은 금액에 대한 사회봉사 신청이 가능하다. 500만원 이하 벌금 미납자의 건강 상태가 노역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검사 직권으로 분납·납부연기도 할 수 있다.

대검 관계자는 “교정시설 내 단기 구금의 경우 교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수감생활 대신 땀흘리기’ 봉사는 정신적·심리적 교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검찰은 빈곤·취약계층의 시각에서 재산형 집행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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