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와 입 맞춰라"..故 이예람 중사 부대서 또 성추행
공군에서 남성 상관이 여성 부하에게 코로나 확진자와 입을 맞추거나, 그의 입을 핥으라고 지시해 해당 부하가 감염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상관은 여성 부하를 상대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기도 했다.
군 인권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이하 15비)에서 20대 초반 여군 A 하사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부대는 선임에게서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부대다.
군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15비 모 대대 소속 B준위(44·구속)는 지난 4월 3일 일요일 늦은 시간에 A하사에게 전화해 코로나에 확진된 남군 하사 격리 숙소로 불렀다. B준위는 A하사에게 “사무실 사람들 모두 코로나에 감염된 것 같다. 모든 일을 도맡아 할 수도 있다. 업무를 쉬기 위해서는 지금 격리 하사가 마시던 물을 마시는 방법이 제일 빠르다”며 격리 하사의 물컵을 받으러 가자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하사는 “그건 아닌 것 같다. 예정대로 내일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겠다”고 거절했다. B준위는 A하사에게 동행을 요구했고, A하사는 해당 숙소로 갔다고 한다. B준위는 A하사에게 격리 하사와 입을 맞추고, 혀에 손가락을 갖다 대라고 지시했다. A하사가 거부하자 자신의 손등에 격리 하사의 침을 묻힌 뒤 A하사에게 이를 핥으라고 했다.
B준위는 격리 숙소를 나오면서 확진자가 마시던 음료 한 병을 챙겼고, A하사에게 이를 마시라고 강요했다. A하사는 이를 어쩔 수 없이 마셨고, 결국 3일 후 코로나에 감염됐다.
B준위는 안마를 해준다는 핑계로 A하사의 어깨와 발을 만지거나 윗옷을 들춰 부항을 놓는 등 성추행도 저질렀다고 군성폭력상담소는 폭로했다.
B준위는 “나랑은 결혼 못 하니 대신에 내 아들이랑 결혼해서 며느리로서라도 보고 싶다” “장난이라도 좋으니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남자친구와 헤어졌으면 좋겠다” 등 성희롱 발언도 했다. A하사가 성추행·성희롱 상황을 피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현하면 통상적인 업무에서 A하사를 배제하는 등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A하사는 올해 4월 14일 공군 양성평등센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B준위는 이튿날 군사경찰대에 입건됐고, 같은 달 26일 구속됐다. B준위는 성추행·성희롱 혐의에 대해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하사는 B준위의 강요로 행한 일 때문에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았다. 성추행 수사를 하던 군사경찰이 코로나에 확진된 남자 하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다가 A하사가 확진자 격리 숙소에 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주거침입과 근무 기피 목적 상해 혐의로 입건한 것이다.
군성폭력상담소는 A하사에 대한 부대 내 2차 가해도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A하사, B준위와 같은 반에서 근무하는 C원사가 A하사의 성추행 피해 신고 사실을 알고 B준위에게 알려줬다고 한다. 이에 A하사는 올해 6월 C원사를 공군 수사단에 신고했다. 군은 C원사를 A하사와 분리하지 않았다.
군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는 가해자보다 계급·나이·성별 등 모든 면에서 약자다. 가해자는 장기복무를 시켜준다는 빌미로 피해자를 조종하고 통제했다”며 “허술하기 짝이 없는 부대의 대응, 피해 사실 유출로 유발된 2차 피해와 피해자의 고통, 피·가해자 분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은 어떤 변명으로도 설명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연 공군이 불과 1년 전 성추행 피해로 인한 사망 사건을 겪고 특검 수사까지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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