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출범, 시작부터 '강대강' 충돌..국가경찰위 "법적 대응"(종합)
이상민 "경찰국, 경찰위 소관 아냐"..국힘 "민변이 경찰위 장악"
(서울=뉴스1) 정연주 박동해 이승환 기자 =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2일 공식 출범했지만 시작부터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김호철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서울시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국 신설 등과 관련해 "치안행정의 적법성 회복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 법률에서 허용되는 대응조치를 수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가경찰위는 치안정책의 최고 심의·의결기구로 경찰국 신설·지휘규칙 제정의 절차·방법과 내용에 이르기까지 법령·입법체계상 문제점을 지속 제기해왔다"며 "문제 제기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시행되는 것에 유감"이라고 말했다.
경찰국 운영은 물론 행안부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규칙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헌법에 근거하는 경찰 관련 법령'을 준수했는지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국가경찰위는 '심의·의결의 기속력을 가진 합의제 의결기관'"이라며 "국무총리 경찰제도발전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항들의 후속조치도 책임있게 심의·의결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회 입법을 통한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도 촉구했다.
그러면서 "경찰을 대상으로 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면 법령상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국가경찰위원회의 실질화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국가경찰위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률이 신속히 개정될 수 있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경찰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선 국가경찰위 위상 강화를 통한 경찰 통제를 경찰국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다만 행안부는 국가경찰위가 원래 목적인 경찰의 심의·의결 기구가 아닌 경찰청의 '자문기관' 수준에 머물러 제 역할을 못한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문재인정부였던 2019년 당시 법제처가 국가경찰위를 두고 '행안부의 자문기구'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 국가경찰위는 실질적 지휘 권한이 없어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여겨졌고 문재인정부에서 국가경찰위 실질화를 추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각에선 '거수기 위원회'라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가경찰위는 지난 30여년간 총 515차례 회의에서 안건 2544건을 의결했지만 단 3건만 부결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7일 대정부질문에서 "경찰청 안에 국가경찰위를 보좌하는 사무국 내지 사무과가 있는데 그곳에서 선별한 의안만을 회부했으니 이런 현상(거수기 현상)이 나타난다고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찰국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국가경찰위의 기자회견에 대해선 "경찰위원회도 나름의 입장이 있겠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도 관련 법령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마쳤다"라며 경찰국 신설은 경찰위의 심의·의결 사항이나 소관 업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국가경찰위를 두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바타'라며 비판하고 있다. 김호철 국가경찰위원장은 민변 회장을 역임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김호철 위원장은 민변 회장 출신이고 하주희 국가경찰위원은 민변 사무총장 출신으로, 특히 하 위원은 반미투쟁에 앞장섰다"며 "민변이 장악한 국가경찰위를 방탄조끼처럼 이용해 전 정권 불법 행위 수사를 막아보려는 속셈"이라고 국가경찰위의 진의를 문제 삼았다.
일찌감치 경찰국 위법 논란에 선을 그은 이 장관은 곧바로 순경 등 일반직의 고위직 비중을 현행 3.6%에서 2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에 착수한다. 이달 초순 경무관 전보 인사를 마친 직후 준비에 들어가는 총경 인사가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서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밝힌 데 이어 "대통령 공약 사항인 '순경 등 일반 출신의 경무관 이상 고위직 20% 이상'을 이루기 위한 인사안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국 사무실에서 김순호 경찰국장 등 직원들을 만나선 "경찰국에는 입직 경로는 없고 하나의 경찰, 국민을 위한 경찰만 존재한다. 경찰국 초대 멤버였다는 사실이 여러분 경력 중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경력이 되도록 다 같이 노력하자"며 격려했다.
경장 경채 출신인 김순호 국장은 "국민들께서 또 경찰 동료들께서 염려·우려하시는 점이 어떤 것들인지 충분히 잘 안다. 그래서 더 책임감이 무겁고 막중한 사명감도 있다"며 "우려와 염려하는 부분들에 대해선 소통과 공감의 영역을 많이 확대해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jy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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