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할 수 있는데.." 만 5세 조기입학, 학부모에 왜 인기없냐하면..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2년 8월 2일 (화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1부, 이슈인터뷰로 시작합니다. 정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5세로 낮추는 것을 추진하자 유아·초등 교원부터 학부모까지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입학 연령을 낮추면서 생기는 기대와 우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광주교육대학교 박남기 교수와 연결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수(이하 박남기): 안녕하세요.
◇ 이현웅: 이번에 굉장히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교수님도 관심 깊게 보고 계실 것 같습니다. 만 5세라고 하면 인지 발달, 정서 발달이 어느 정도의 단계인가요?
◆ 박남기: 지금 부모님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추측해 볼 수가 있는 게, 현재도 만 5세 조기 입학이 허용이 되고 있거든요, 원하면. 2005년에는 거의 3천 명 정도 학생이 갔다가 2009년에는 거의 1만 명 가까이까지 상승을 했는데 부모들이 보니까 이게 아닌 거예요. 그래서 2021년 현재 5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부모들이 봤더니 이게 적용이 잘 안 되는구나, 이건 부모들을 통해서 추측해 보는 거고요. 그다음에 아동 발달 심리 전공자들에 따르면 만 5세가 지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알고자 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해결하려는, 탐구력이 증가하는 시기 또 집단 활동에 대한 즐거움을 알게 되는 시기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그 말이 현행 초등학교 1학년 과정에 집어넣어도 된다. 이걸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아교육 전공자들 말을 들어보면 만 5세 반은 기초적인 학습도 놀이 중심으로 하고 있고 또 다양한 야외 활동을 하거나 휴식과 취침을 해야 하는 나이거든요. 따라서 현재의 만 6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교육시설, 교실의 모습 또 여러 가지 교육과정 이런 여건 속에서는 초등학생 5세반이 들어오면 적응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이 되고요. 물론 교사들도 적응이 어렵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 이현웅: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져서 학교 입학을 빨리해도 된다는 의견이 있는데. 타당하지 않다고 봐야 하나요?
◆ 박남기: 어떤 연구 결과, 이론적 근거가 있는지 좀 더 살펴봐야 합니다. 실질적으로 초등학교 1학년 담임들에 따르면 갈수록 아이들의 격차가 커지고 학교 부적응하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문제의 아이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얘기하거든요. 그래서 그 주장의 근거는 한번 저도 더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이현웅: 이전 정부에서도 연령 하향을 추진했던 적이 많더라고요. 지속적으로 추진된 배경은 뭐라고 봐야 될까요?
◆ 박남기: 학령을 앞당겨서 사회적 약자, 중산층 사람들이 조기에 공교육체계에 포함돼서 교육 격차를 줄이겠다, 그다음 모든 아이들이 같은 선상에서 출발해서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식의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조기에 공교육체계에 편입시켜서 격차를 줄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는데요. 그럴 경우 초등학교 일학년 나이를 5세로 줄이기보다, 미국의 K학년, Kindergarten처럼. 우리나라도 공립학교에 병설유치원이 있잖아요. 유치원을 비롯한 유치원의 '만 5세반'을 공교육 혹은 의무 교육 체제에 포함시킨다면 그런 목표는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죠. 그런데 아직 준비되지 않은 아이들을 초등학교 1학년으로 넣는 것은 현재로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과거에도 강한 저항에 부딪혀서 포기했었고요. 진행했던 설문조사도 찬성하는 비율이 극히 낮았습니다.
◇ 이현웅: 당초 교육부는 순차적으로 4년에 걸쳐 앞당겨 입학시키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요. 논란이 지속되자 해마다 1개월씩 12년에 걸쳐 입학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렇게 되면 부작용이 줄어들까요?
◆ 박남기: 적응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여기에서 적응시간이란 만 5세 아이들에게 적합한 초등학교 교실, 시설을 만들어야 되거든요. 차츰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고 학급 장학생 수도 이러한 것들을 감당할 수 없어요. (만약) 1학년을 15명 정도로 (정원을) 낮추겠다, 그렇다고 하면 거기에 필요한 교실은 얼마나 되고 교사 확보는 어떻게 되어야 하고 초등교사의 역량, 연수는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국가도 적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겠죠? 그렇게 하고자 한다면 말씀드렸던 보완조치 계획을 마련하고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지 등 이런 것들이 병행되면 불안감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겠죠. 그런데 더 바람직한 방향은, 굳이 하려고 한다면 시범교육청을 만들어서 행정적 지원을 주고. 예를 들면 광주광역시가 '예산 지원을 받으면 해 보겠다'라고 한 뒤, 4-5년 해 보고 예상치 못했던 효과가 있고 이런 문제가 있다,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했을 때 거기에 맞춰서 교육과정을 개편하거나 시설을 바꿀 수 있겠죠. 그리고나서 차츰 확대할 수 있는데요. 역대 우리나라 정권들이 이러한 시범운영마저 없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행하고 피해를 고스란히 아이와 학부모, 사회에게 줬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를 의결을 통해 발족시켰거든요. 법으로는 되어 있는데 현 정부가 아직 구성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살펴보고 정말 필요하다면, 열린 자세로 가야죠. '반드시 하겠다, 시범을 하면서 고치겠다'가 아닌 기대한 효과가 나올지를 살펴보겠다는 자세로 가야죠.
◇ 이현웅: 가장 뜨거웠던 논란 중에, "공교육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서 학력 격차를 줄이겠다" 취지는 좋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더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 박남기: 말씀드렸던 것처럼 1학년 학급장학생 수를 15명 정도로 하고, 거기에 상응해서 교사가 충분히 개별 지도 하고, 필요한 지원을 해 준다면 오히려 줄어들 텐데. 이번 발표에서 초등학생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1학년에 만 5세 아이들을 집어넣어도 문제가 없다라고 하는 건 대규모학급을 유지하겠다는 걸로 보이잖아요. 그렇게 되면 결국 어린 아이들이 교사의 충분한 개별지도도 받을 수 없고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할 것이고, 초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에 필요한 읽고, 쓰고, 셈하는 것도 배워야 하니까. 부모들이 사교육이나 개인 지도 등으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이런 우려는 국가가 어떻게 불식시키고 보완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공교육 체제에 집어넣고 대형으로 끌고 갈 경우 개인의 차이나 고유한 특성 같은 것은 고려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들이 우려하듯이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겠죠.
◇ 이현웅: 만 5세 아이들이 현행 초등학교 1학년 과정을 배우게 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하셨는데, 교육과정 자체를 만 5세용으로 조금씩 변경해서 시행하는 방법은 가능할까요?
◆ 박남기: 그렇죠. 이미 교육부장관도 만 5세에 적합하게 교육과정을 개편할 의향이 있다고 얘기했는데요. 1학년 과정만 개편이 필요한 게 아닌 전면적인 개편을 해야합니다. 2023년 개정교육과정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걸 전면 무시하고 새로 만들어야 되겠죠. 상당한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됩니다.
◇ 이현웅: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에 대해서 오후 여덟 시까지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언급도 했는데, 현재 인프라에서 가능한가요?
◆ 박남기: 가장 큰 착시현상이 뭐냐고 하면, 초등학교 교실이 남아도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돌봄 수요가 많은 지역에는 현재도 과밀화급이에요. 도시에 남아도는 것은 돌봄 수요도 없어요, 애들이 없기 때문에. 따라서 초등학교 안에서 종일 돌봄을 하려면 그만큼 많은 시설 투자와 여러 보완책이 들어가야 되고, 초등학교에서 만약 돌봄을 하려고 하면 초등교사들의 시간과 에너지 같은 것들 때문에 초등교육이 '소리지를 수 있다' 이런 우려가 있었고요. 그사이에 가장 큰 이슈였어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진지하고 깊이있는 검토가 필요합니다. 단순하게 초등학교에서 여덟 시까지 돌보겠다고 하면 거기에 필요한 인력, 시스템, 시설이 갖춰져있지 않은 상황 속에서 자칫 초등학교 교육마저도 소홀하게 갈 수 있는. 현재도 시설이 없는데 방과후돌봄을 하고 있는 서울의 사례들을 보니까 1학년 담임들이 오후에 교재 연구를 하거나 학교 업무를 처리할 공간이 없더라고요. 결국 그 반 아이들은 다음 날 손해를 보겠죠.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현웅: 입학을 앞당기면 '졸업도 빨라지고 취업도 빨라지고 결혼도 빨리할 수 있어서 저출산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는 논리도 등장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 박남기: 비판이 거세지니까 합리적 이유를 대야 해서 한 것 같긴 한데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요새 대학생들이 대부분 1년씩 휴학을 해요. 또 결혼연령에 미치는 변수가, 1년 빨리 나온다는 게 얼마나 변인이 될까 모르겠는데요. 사회문화적이 워낙 크기 때문에 1년 빠른 입학이 빠른 출산, 결혼이 이어질지. 결혼을 한다고 해서 출산을 하는 게 아니란 말이죠. 출산률 제고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예요. 오히려 이렇게 1년 일찍 졸업하도록 해서 전체 시스템을 뒤흔드는 진통보다는 다른 직접적인 보완책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이현웅: 스코틀랜드 관련 보도를 보니까 입학 연령을 오히려 상향한다는 논의가 나오던데, 해외의 경우 초등학교 입학 나이가 우리랑 비슷한가요?
◆ 박남기: 각 국가마다 1학년들에 대한 상황, 입학연령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전반적으로 보면 OECD국가, 경제 선진국들 중에서 38개국에서 26개국이 만 6세로 우리나라랑 같습니다. 만 5세는 영국,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4개국밖에 되지 않습니다. 특히 호주나 아일랜드는 만5세 입학이 의무도 아니고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금방 말씀하신 것처럼 핀란드, 스웨덴은 현재 만 7세에 입학하도록 되어있습니다.
◇ 이현웅: 조기입학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부족해 더 혼란이 오는 걸로 보이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 박남기: 제가 의아한 것은 왜 이렇게 갑자기 발표를 하게 됐는지에 대한 교육부의 충분한 해명이 없습니다. 뉴스에 보면 교육부 조직 안에서 나온 게 아닌 장관이 제안한 거다,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장관은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장관의 의견이 이렇다, 장관은 상위조직과 협의가 됐다라고 보도가 나온 걸로 봐서는 다른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예요. 여기서 걱정되는 것은 현재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0조 1항을 보면 학제는 국가교육위원회의 결정사항이에요. 이미 교육부가 월권을 한 거란 말이에요. 한 살을 늦추는 것이 학제를 바꾸는 게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는데요. 그 내용에 비춰 보면 학제개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학제개편으로 보는 게 타당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교육부 장관이 필요하다는 교육정책을 의뢰해서 결성하고 의견 수렴, 조직하도록 되어있으니까 안건을 의뢰하고 어젠다를 가지고 보다 깊이 있게, 널리 다양한 전문가들도 논의를 거쳐서 갔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과거에도 많은 비판이 있었고 좌절이 됐었던 것을 왜 갑작스럽게 꺼내서. 교육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되어야 하는데 국가가 나서서 문제를 일으키고, 국민들의 에너지가 허비되는 게 안타까워 보입니다.
◇ 이현웅: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광주교육대학교 박남기 교수였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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