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뜨거' 움츠린 대통령실 "초등 학제개편, 공식화 아닌 하나의 예"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대통령실이 초등학교 취학 연령 하향을 골자로 하는 학제개편안에 대해 '공식화한 것이 아닌 하나의 예를 든 것', '대통령의 당부는 확정 추진이 아닌 공론화 촉진'이라며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불과 나흘 전 교육부 업무보고 당시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고 밝힌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기류다.
대통령실은 그 배경과 관련해 "아무리 좋은 개혁 정책의 내용이라도 국민 뜻을 거스르고 갈 수는 없다"며 지지율 위기 와중에 학부모·교원단체의 반발을 의식하는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실의 이같은 태도에 따라 '설익은 정책을 무리하게 내 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안상훈 "대통령 지시는 '국회 논의 촉진자 역할 해달라'는 것"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2일 오후 브리핑에서 "요 며칠 논란이 된 이슈인 취학 연령 하향문제에 관해 설명하겠다"며 "(취학 연령) 하향은 방과후 돌봄 등 다른 개혁 과제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뭉친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대안이 되겠지만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수석은 이어 "노동개혁이나 연금개혁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개혁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교육개혁도 (정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국회 입법사안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며 "필요한 개혁이라도 관계자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니 교육부가 신속하게 이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하고, 종국적으로는 국회에서 초당적 논의가 가능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 교육부 업무보고에서의 대통령 지시사항"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9일 교육부 업무보고 직후 대통령실은 이재명 부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박순애 교육부총리가 저출산 고령화 및 유아 단계의 교육 격차 해소 차원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현재의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 방안을 보고하자 윤 대통령이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했었다. (☞관련 기사 : 이르면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1년 앞당긴다)
안 수석은 그러나 "취학 연령 하향은 노무현 정부도 추진했고, 영미권 중심 다수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어 여러 장점이 있는 개혁 방안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양한 우려에 대한 정책적 해결방안을 찾도록 노력하는 것이 교육부의 몫"이라며 "정해진 답은 없다. 옳은 개혁 방향이 있을 때 공론화, 국민과 소통할 책임은 정부에 우선적으로 있고 또 국회에 있다. 국민들께서도 미래를 위한 교육개혁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모두를 위한 대승적 결론이 도출되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달라"고 했다.
안 수석은 "아무리 좋은 개혁 정책의 내용이라도 국민 뜻을 거스르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결론이 난 게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공론화를 통해 확인해 보자는 출발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보고 당시의 '신속한 방안 강구' 지시와는 너무 달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안 수석은 "대통령이 말한 것은 다중 복합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부분은 사회적 공론화와 숙의 과정이 필요하니, 옳은 개혁 방향에 대해 정부가 넋놓고 있을 수 없고 교육부가 공론화를 신속히 추진해 달라는 메시지였다"며 "교육부총리의 브리핑 내용도 그것을 공식화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하고 있고, 하나의 예로서 그런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정도로 얘기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이 문제에 관한 공론화의 신속한 추진을 주문했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문제가 있어서 옳은 개혁방향이라 하더라도 국민 목소리를 잘 듣고 빈틈없이 하겠다는 의미"라며 "(그) 추가적 소통 행보를 부총리가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가 여론 반발을 감안, 박 부총리에게 신중한 검토를 지시했다는 보도에 대해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대통령실 "연금개혁안 만들어 곧 국회 제출"
한편 안 수석은 연금개혁 방안과 관련해서는 '조만간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개편안을 만들어 국회 연금개혁특위에 보고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안 수석은 "국민연금 모수(母數) 개혁에 관해서 조만간 복지부가 중심을 잡고 추진을 시작할 것"이라며 "법에 따라 5년마다 재정 계산이 나오면 어떤 방식으로 재정적으로 지속가능성이 더해지도록 고치느냐 하는 부분에 대해 개혁안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안 수석은 "되도록이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난번처럼 3~4개 안이 아니라 수렴될 수 있는 하나의 안을 만들어 내려고 하고 있다"며 "국회로 넘어가면 모수개혁안이 국회 내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서 한 번 더 점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금개혁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노후 적절한 수준의 소득 보장, 둘째는 지역·세대 간 공정한 시스템 확립, 마지막으로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라며 "(구조적 개혁과 모수적 개혁 중 )모수개혁은 지난 정부에서 하지 않고 떠넘겨진 과제다. 저희에게 넘겨진 지체된 과제"라고 시급성을 강조했다.
연금 구조개혁에 대해서도 그는 "기초생활보장, 기초(노령)연금, 국민연금, 특수직역연금, 퇴직연금, 그 외에 농지원금 등 다층화된 구조에서 그 각각에 대해 어떤 식으로 역할 재조정을 해서 가장 최적의 솔루션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구조개혁에 서둘러 나서야 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 당시) 기존에 4당 후보가 합의한 바 있기 때문에 개인적 바람과 희망은 아마도 이번 개혁은 다같이 초당적으로 합의할 수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며 "얼마 전 국회 원구성 합의를 하면서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두기로 합의했다. 거기서 구조개혁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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