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일·'쪽82'는 날"..경찰국 출범일 내부망 등장한 '근조 리본'

이유진 기자 2022. 8. 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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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경찰국 입구에서 첫 업무일을 맞은 직원들을 격려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이 출범한 2일 일선 경찰관들은 이날을 “치욕의 날”로 부르자는 등 반발을 이어갔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회의)’를 주도했다 대기발령 중인 류삼영 총경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제도의 부당성을 계속 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경찰 내부망에는 경찰국 출범을 지켜보는 자조 섞인 한탄이 이어졌다. 부산 지역의 한 경찰관은 ‘오늘을 경찰의 날로 정하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장관급 격상이라는 대통령 공약이 실현된 날이기도 하다”며 “장관께서는 우리 경찰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경찰국을 창설하시고 지휘규칙까지 제어하셨다”고 썼다.

이 경찰관은 이어 “(장관은) 우리가 잘못된 길로 빠질까봐 14만 전체 경찰을 지휘, 통솔하시겠다 했다”며 “직접 파업 현장까지 헬기를 타고 오시어 경찰특공대 투입 여부를 검토하라는 현지 지도까지 해주셨다. 이런 기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오늘을 경찰의 날로 정하자”고 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파업 현장을 찾고 대책회의까지 주재한 상황을 비꼰 것이다.

다른 경찰관은 “경찰국 졸속 출범을 검은 리본으로 축하해달라”면서 “진정 국민이 우려하는 건 ‘불의에 저항하지 못하는 경찰’이다”라고 적었다. 해당 게시글에는 조의리본을 상징하는 ‘▶◀’ 기호를 쓴 댓글이 100여개 달렸다. 이 밖에도 경찰국이 출범한 8월2일을 가리켜 ‘치욕의 날’ ‘경술국치의 날’ ‘쪽82는(쪽팔리는) 날’ 등으로 지칭하는 글도 이어졌다.

경찰국 업무가 적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찰청 소속의 한 총경은 “경찰청과 경찰국은 행안부 장관 승인 후 반드시 국가경찰위원회 안건으로 부의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하며, 장관에 대한 보고도 중요 정책에 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비가 내리고 있다. 한수빈 기자

류삼영 총경도 이날 내부망에 ‘경찰국 출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경찰관들의 절제된, 그러나 간절하고도 강경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오늘 행안부 경찰국이 정식 출범하게 되었다”며 “1991년 8월1일 경찰청 개청 이후 사실상 치안본부 시절로 회귀하는 역사적 퇴보가 아닐 수 없다”고 썼다.

그는 경찰위 실질화를 촉구하며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당연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국 시선의 부당성을 지속 알리고 이를 바로 잡을 노력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라 해도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경찰국 신설로 모든 것이 끝났거나 더 논의를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또 경찰 지휘부를 향해서는 “더는 현장직원들에게 재갈을 물려서는 안 된다. 의견수렴, 정책제안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경청해야 한다”며 “경찰청 의견은 전체 직원들의 총의를 바탕으로 결정돼야 한다. 일부 수뇌부의 의견이 경찰 전체 의사로 잘못 결정되지 않도록 중대 사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적극 마련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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