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왜 그 많은 금속활자를 만들었을까..신간 '활자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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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서울 도심 한복판인 종로구 인사동에서 15∼16세기에 제작한 조선 전기 금속활자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학계는 조선시대에 수십 차례에 걸쳐, 수백만 자 이상의 금속활자를 만들었으리라 추정한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관련 유물인 고려시대 서적 '직지심체요절' 등에 가려 조선의 활자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저자는 조선시대 금속활자는 문자를 새긴 '보물'과도 같았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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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해 6월 서울 도심 한복판인 종로구 인사동에서 15∼16세기에 제작한 조선 전기 금속활자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한자와 한글 활자를 모두 합치면 1천600여 점. 1443년 훈민정음이 창제된 이후 한정적으로만 쓰였던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쓴 활자를 포함해 다양한 금속활자가 한 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학계는 조선시대에 수십 차례에 걸쳐, 수백만 자 이상의 금속활자를 만들었으리라 추정한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관련 유물인 고려시대 서적 '직지심체요절' 등에 가려 조선의 활자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20년 넘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활자를 정리하고 연구해온 이재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최근 출간한 '활자본색'을 통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의 활자를 조명하고 그 의미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저자는 조선시대 금속활자는 문자를 새긴 '보물'과도 같았다고 설명한다.
왕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금속활자를 갖고 싶어했지만, 누구나 마음껏 만들 수는 없었다.
책에 따르면 역대 왕 가운데 가장 많은 활자를 만든 왕은 정조로 100만 자가 넘는 활자를 만들었다.
세종과 세조가 그 뒤를 이어 수십만 자의 활자를 제작했는데, 임진왜란 이후에는 금속활자를 거의 만들지 못했다. 금속활자는 당시 문화 수준과 경제력을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한 셈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조선의 활자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조선의 활자가 인쇄 속도 향상이나 지식의 대중화에 기여하지 못한 채 권력층의 '독점물'로 남았다고 하지만, 저자는 이런 시선이 서양 중심적 관점일 수 있다고 경계한다.
"지금까지 인쇄술의 의미에 대한 잣대는 유럽에서 근대의 탄생이라는 현상에 기반을 둔 것이다. 더 이상 이런 강박감을 가질 필요도 없으며 우월감을 가질 필요는 더더욱 없다. (69쪽)
저자는 다양한 사료로 조선시대 활자가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 흐름을 조명하는 한편, 활자를 만들고 책을 찍는 데 관여하는 사람들도 주목한다.
판을 짜는 사람, 종이를 만드는 사람, 인쇄를 하는 사람 등 모두가 '문치주의의 숨은 공신'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일화도 흥미롭다.
조선시대에는 교정지를 인쇄한 뒤 틀린 글자에 붉은 먹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하고 줄을 연결해 맞는 글자를 적었는데, 오탈자가 나올 경우에는 처벌도 가혹했다고 알려졌다.
실제 정조는 아꼈던 신하 정약용이 책의 편찬을 잘못하자 파직했고, 16세기 문헌에는 책에 오자를 내거나 인쇄 상태가 나쁠 경우 담당자를 태형에 처한다는 규정도 있었다고 저자는 전한다.
책과함께. 304쪽. 1만8천원.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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