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으로 바캉스를 떠나는 예술 애호가 5인의 피서법

서울문화사 2022. 8. 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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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처럼 휴양지에서 즐기는 여름도 좋지만 모두 휴가를 떠나고 한적해진 도시에서의 바캉스는 색다른 묘미가 있다. 여름의 정취가 가득한 매력적인 전시로 무장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아 영감을 얻고 위시리스트 속 책과 영화를 탐독하며 보내는 바캉스야말로 남은 하반기를 위한 진정한 충전이 될 것이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사진전 : 결정적 순간>

이병률 시인

Q 여름에 방문했던 뮤지엄 중 기억에 남는 곳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관람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 결정적 순간>. 다큐 사진이라는 장르가 예술적이며 또한 대중적 이해까지 받을 수 있는 작업으로 탄생한 것이 놀라웠다. 그가 사용하던 카메라가 전시되었는데, 그곳에 당도하면 압도감과 함께 뭉클해진다.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날아온 엽서와 지갑, 시계 등의 굿즈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Q 올여름 방문하고 싶은 곳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에 들르고 싶다. 무조건적 호기심이 일었는데 미뤄두었다. 작업을 마치고 곧 달려가 봐야겠다.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

Q 휴가철에 뮤지엄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당연히, 피서를 대신하는 기분이 든다. 국경이 없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내가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 잠시 잊곤 한다. 이를 위해 사람이 많은 시간은 일부러 피한다. 전시는 반드시 혼자 관람하되, 그날 저녁에는 꼭 술 한잔할 자리를 만든다.

Q 여름을 연상케 하는 아트 스폿이 있다면

내겐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이 그러하다. 세 번쯤 방문했고, 근래 들어 계속 떠오른다. 그곳에서 본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내게 여름 그 자체의 청량함처럼 다가왔기 때문인 것 같다. 올여름 휘트니 미술관을 네 번째 방문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Q 바캉스의 진정한 의미는

빈 칸을 늘어놓고, 그것을 가만히 보는 것. 절대 채우려 하지는 말고.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이지현 유튜브 채널 ‘널 위한 문화예술’ 진행자

Q 여름에 방문했던 뮤지엄 중 기억에 남는 곳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서울 근교인 파주에 위치해 나들이 가는 느낌으로 훌쩍 떠날 수 있다.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책을 펼쳐놓은 듯한 형태로 디자인한 건축물은, 여름 하늘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 미술관 내 카페의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며, 방금 본 전시의 여운을 느꼈던 경험은 내게 여름을 대표하는 추억의 한 장면이다.

미래농원

Q 올여름 방문하고 싶은 곳

대구에 가고 싶다. 미래농원이라는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이 오픈했기 때문. 독특한 외관에 카페와 전시 공간이 한곳에 있으니 그만한 휴양지가 또 있을까.

Q 왜 여름에 굳이 예술 공간에 가야 할까

여름의 아트 스폿은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미술관의 정원과 옥상이 개방되고, 이곳이 전시 공간으로 확장되는 경우가 많다. 마곡에 위치한 스페이스K 서울은 코로나19 시기에 개관해 옥상에서 행사를 열지 못했다. 최근 처음으로 옥상에서 전시 오프닝 파티를 했다. 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옥상에는 현재 ‘시간의 정원’이라는 대형 작품이 설치되어 쉼터로 바뀌기도 했다.

Q 여름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 있다면

벨기에 출신의 행위예술가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ÿs)가 꽁꽁 언 얼음 덩어리를 질질 끌면서 멕시코시티를 돌아다닌 퍼포먼스. 작가는 이를 통해 허무와 우리가 외면한 노력을 이야기한다. 예술가는 언제나 예리하고 탁월한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여름의 작업이라 생각한다.

Q 예술 바캉스를 누리는 동안 하는 생각은

자유에 대한 생각이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가, 바캉스를 떠나 자유를 얻으니 어떤가, 진정한 자유를 얻었는가.’ 나만의 자유를 정의해보는 시간이 바캉스라고 생각한다.


포도뮤지엄

김효정 한국영화박물관 전시 해설가

Q 여름에 방문했던 뮤지엄 중 기억에 남는 곳

국립중앙박물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전시실도 넓고 다양하다. 용산에 위치해 큰맘 먹지 않고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박물관은 여름의 떠들썩한 열기에도 언제나 차분하고 고요하게 관람객을 기다린다. 천천히 상설 전시관을 돌아보며 내가 어떤 시대와 유물에 끌리는지, 내 취향을 파악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개인적으로 3층의 도자공예실과 기증관을 좋아한다. 밖으로 나와 청자정이 있는 거울못을 따라 돌면 용산가족공원으로 이어지는 석조물 공원이 나온다. 미르폭포의 시원한 소리와 대나무 길을 걸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Q 올여름 방문하고 싶은 곳

제주 포도뮤지엄에 가고 싶다. 내년 7월까지 열리는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기획전이 흥미롭다. 오노 요코의 ‘보트 피플’, 인도 출신 설치미술가 리나 사이니 칼라트의 ‘짜여진 연대기’, 필리핀 출신 부부 작가 알프레도 & 이사벨 아퀼리잔의 ‘주소 프로젝트’ 등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Q 여름에 뮤지엄에 방문하면 좋은 이유

쾌적하고 고요한 공간에서 다양한 사유와 생각의 자극을 얻을 수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어렵지 않게 리프레시할 수 있는 방법이다.

Q 여름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 있다면

‘여름’ 하면 자동적으로 아그네스 마틴의 색면화와 로니 혼의 유리 주조 작품이 떠오른다. 예전 리움 상설 전시실에 이 두 작가의 작품이 함께 있는 코너를 참 좋아했다. 그리고 조지아 오키프의 수채화 작품도 좋아한다. 특히 오키프의《Watercolors 1916-1918》 화집은 여름이면 자주 손이 간다. 그리고 올봄, 안데르센상을 받은 이수지 작가의《여름이 온다》그림책을 추천하고 싶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1, 2, 3악장에서 영감을 받아 그려낸 작품이다.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이뤄진 그림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유층이 넓은 예술이다. 이 책을 무척 좋아해 작년 알부스갤러리 전시회 때 ‘여름 협주곡’ 회화와 색종이 콜라주 작품을 소장했다.

Q 아이와 함께 가면 좋을 뮤지엄

아이가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낯설어 한다면 양평에 위치한 구하우스 미술관을 추천한다. 개울이 흐르고 마당이 있어 친구 집에 놀러 간 듯한 기분이 든다. 꼭 뮤지엄이 아니더라도 길 위에서 발견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도 많다.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 이우환의 ‘관계항’, 청계천에 있는 클래스 올덴버그의 ‘스프링’, 용산 아모레퍼시픽 사옥에 자리한 올라퍼 엘리아슨의 ‘Overdeepening’, 한강진역 패션5 건물 앞 우고 론디노네의 3m가 넘는 대형 청동 조각 ‘Yellow Red Monk’를 만날 수 있다. 아이와 거리를 걸으며 야외 설치작품들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제주도의 왈종미술관

정우철 미술 전시 해설가

Q 여름에 방문했던 뮤지엄 중 기억에 남는 곳

여름이면 부암동 환기미술관에 간다. 푹푹 찌는 더위에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짜증이 날 때면 생각이나 할 겸 방문한다. 3층이 절정인데 김환기 화백이 한땀 한땀 점을 찍어 그린 전면 점화 작품을 보면 그 인내와 노력에 반성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Q 여름의 뮤지엄과 얽힌 기억

한여름에 일본 베르나르 뷔페 미술관 에 방문한 적이 있다. 산속에 있는 데다 평일이라 그런지 관람객은 나뿐이었다. 전시 한 섹션에 사람의 피부를 벗겨 둔 신체 시리즈의 작품들이 있었는데, 그곳을 본 순간 갑자기 공기가 차가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무서워서 급하게 뛰어나온 적이 있다.

비센테 로메로 레돈도(Vicente Romero Redondo)의 작품

Q 올여름 방문하고 싶은 곳

제주도에 있는 빛의 벙커. 미디어 전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통신시설 벙커를 재생하여 내부를 전부 영상과 음악으로 채운 이 공간은 올여름 꼭 다녀오려고 한다. 작품으로 채워진 거대한 벙커는 규모만으로도 나를 압도할 것 같다.

Q 가족과 함께 가면 좋은 곳

제주도의 왈종미술관. 제주에서의 행복한 삶을 담은 이왈종 화가의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 지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밝은 색상에 귀여운 동물들까지, 아이들도 재밌어 하는 그림이기에 가족 여행지로 추천한다. 미술관 옥상에서 보는 풍경이 절경이니 꼭 올라가 보기를. 물론 커플끼리 방문해도 좋다. 비밀을 알려드리자면 귀여운 미성년자 출입금지 방이 있다는 사실!

Q 여름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 있다면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1965년생 화가 비센테 로메로 레돈도(Vicente Romero Redondo)의 작품. 주로 아름다운 여성과 풍경을 그리는데 특히 물결 표현이 대단하다. 정말 바다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달까.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 바다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한남동 갤러리 ‘BHAK’

김시내 아트 에이전시 TDA HAUS 대표

Q 여름에 방문했던 뮤지엄 중 기억에 남는 곳

파리의 부르스 드 코메르스(Bourse de Commerce). 아트 바젤 일정 중에 파리에 들렀다가 방문한 곳이다. 1899년 설립된 유구한 역사를 지닌 이 건물에서는 구찌, 생로랑,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 등 럭셔리 패션 하우스와 보르도의 라투르, 부르고뉴의 도멘 위제니 등을 소유한 기업 케링(Kering)의 회장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의 미술 컬렉션을 볼 수 있다. 내가 방문한 당시에는 미국 작가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Félix González-Torres)의 작품을 전시 중이었는데, 일상적 소재를 작품으로 이끌어낸 ‘Lover Boy’가 인상적이었다. 40m 높이의 돔형 구조물과 1889년 그려진 벽화를 볼 수 있는 꼭대기층 역시 이 건물의 역사를 알려주는 중요한 스폿이다.

Q 올여름 방문하고 싶은 곳

아트선재센터×카멜커피 팝업스토어에 다시 가고 싶다. 운동화부터 캔버스까지, 손만 대면 황금거위로 변하게 만드는 아티스트 톰 삭스의 신선한 작품 세계, 그리고 힙하다 못해 어떤 면에선 그로테스크까지 한 카멜커피의 만남이 흥미로웠다. 이토록 색다른 조합은 한낮의 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하다.

Q 피서지로서 예술 공간이 지닌 매력

예술은 유행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이다. 이런 것들은 개인의 삶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며 오래도록 기억되기 마련이다. 모든 것이 일회용으로 소비되는 이 시대에, 나만의 기억이 존재한다는 건 얼마나 희귀한 일인지. 지친 일상에서 조용히 홀로 꺼내 먹을 수 있는 양분을 쌓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Q 예술 바캉스를 충분히 즐기는 방법

피서지로 선택했다면,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위한 전시 관람은 삼갈 것. 작가에 대해 미리 공부한 후 방문할 것. 이런 관람 태도는 평생 나만 아는 보물 창고를 채워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Q 여름을 연상케 하는 전시와 작품이 있다면

올여름 한남동 갤러리 ‘BHAK’ 에서 열리는 손정기 작가의 <사유의 방>과 홍성준 작가의 <레이어 사이를 바라보다>를 추천한다.

에디터 : <리빙센스> 편집부  |   일러스트레이터 : 박다솜(@s0m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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