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사망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왜 전원됐나

박정연 기자 2022. 8. 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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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은 뇌출혈 등 신경계 응급환자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신경비상팀(NAT)'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유일 상급종합병원이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한 교수는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했다'란 표현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위해선 당시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중요한 건 서울아산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에서 뇌출혈 환자에 대해 가능한 모든 치료가 이뤄질 수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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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술적 치료법 '색전술' 등 시행..수술적 치료법은 의사 부재로 이뤄지지 않아
서울아산병원 전경.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은 뇌출혈 등 신경계 응급환자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신경비상팀(NAT)'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유일 상급종합병원이다. 후송된 환자는 20분 이내에 검사에서 초기 처치까지 받을 수 있다. 국내 평균기록이 55분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다. 응급환자가 전문의를 만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단 8분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간호사 전원 후 사망사건’은 이처럼 철저한 응급의료체계를 자랑하던 대형병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도 언급됐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기일 보건복지부 2차관에게 “상급병원에서 이런 의료환경이 있었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라고 물었다. 이 차관은 “해당 사건을 알고 있으며 별도 보고를 드리겠다”고 답변했다.

2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A씨는 지난달 24일 근무를 하던 중 극심한 두통을 느끼고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강한 두통은 전형적인 뇌출혈의 초기 증상이다.

A씨에 대해 뇌출혈을 진단한 의료진은 뇌의 압력을 낮추기 위해 약물을 투여하고 비수술적 치료법인 색전술을 실시했다. 색전술은 뇌출혈이 발생했을 때 비정상적으로 부푼 뇌혈관 부위(뇌동맥류)에 백금으로 만든 코일을 채워 넣어 차단하는 시술이다.

이같은 처치를 받은 A씨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의료진은 A씨를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시켰다. 비수술적 치료법에 이어 수술적 치료법을 할 수 있는 의사들이 휴가차 지방에 머무르고 있던 등 전부 부재중이었기 때문이다. 

뇌출혈 환자에 대한 치료는 크게 비수술적 치료법과 수술적 치료법으로 나뉜다. 비수술적 치료법인 색전술은 신경과와 영상의학과 전문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뇌를 절개한 뒤 뇌동맥류를 묶는 수술적 치료법인 클립결찰술은 신경외과 전문의만이 가능하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지 못한 A씨는 서울대병원에서 이어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에 대해 병원의 대응체계에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한 교수는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했다'란 표현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위해선 당시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중요한 건 서울아산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에서 뇌출혈 환자에 대해 가능한 모든 치료가 이뤄질 수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뇌출혈 등 신경계 응급환자에 대한 대응역량을 평가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의 항목 중에는 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상근 여부가 있다. 수술적 치료법을 포함해 환자에게 모든 처치가 가능한지 살피기 위해서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이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심평원 관계자는 “해당 항목에서 상근의 정의는 주 40시간 이상으로, 각 전문의가 이 시간 이상 근무하는지를 확인한다”며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이같은 기준은 충족했지만 인력을 운영하는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당시 당직 의료진이 최선을 다했다. 유족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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