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맵, 대리 중개 1위 로지 인수 후 콜공유 추진.. 대리운전연합 "골목상권 침해"

박수현 기자 2022. 8. 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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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위, 9월 본회의.. 콜 공유 허용 여부 결정
티맵 "로지 인수, 권고와 무관..콜 처리 늘 것"
총연합회 "대기업 잠식 순식간..재심의해야"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화회장 및 관계자들이 지난 5월 24일 오전 제70차 동반성장위원회가 개최된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대리운전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여부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대리운전업계가 이달 중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티맵모빌리티가 지난 6월 로지소프트를 인수하고 대리운전 콜(호출) 공유를 추진하자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플랫폼 호출식을 제외한 유선(전화) 호출식 대리운전업만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동반성장위원회의 결정이 화근이 됐다.

2일 티맵모빌리티에 따르면 로지소프트는 대리운전 콜 공유 시스템을 개발한 중개 업체로, 소프트웨어 업체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동반위 권고 사항과 무관하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동반위는 앞서 지난 5월 24일 제70차 본회의를 열고 대리운전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의결했다. 동반위가 발표한 권고안에는 ▲적합업종 합의·권고는 전화 콜 시장으로 한정 ▲대기업의 신규 진입 자제 ▲시장에 진입한 대기업은 확장 자제 ▲대기업의 현금성 프로모션(플랫폼 영역 포함) 통한 홍보 자제 ▲대리운전 기사 처우 개선 및 복지 향상을 위한 협의체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반면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와 한국플랫폼운전자노동조합,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등은 티맵모빌리티의 로지소프트 인수가 기존 유선 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동반위 권고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지소프트는 엄밀히 말해 유선 콜 대리운전 업체는 아니지만,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대리운전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유선 콜 대리운전 업체 중 68.4%가 이곳의 프로그램을 이용 중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를 근거로 지난달 28일 동반위·SK·티맵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각각 1인 시위를 벌였다.

동반위는 일단 티맵모빌리티 쪽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동반위는 지난달 28일 티맵모빌리티, 총연합회 등과 관련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회의를 열고 “티맵모빌리티의 로지소프트 인수 건은 대기업의 사업 확장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콜 공유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를 거쳐 9월 중 결론짓겠다고 했다. 총연합회 등은 이후 지난달 31일 “8월 전국 규모 집회를 열어 티맵모빌리티와 동반위를 규탄하겠다”고 밝혔다.

티맵모빌리티가 자사 플랫폼을 통해 구축을 준비 중인 ‘모빌리티 밸류체인’. /티맵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는 지난달 로지소프트 지분 100%를 547억원에 취득하고 콜 공유를 예고했다. 유선 콜 대리운전 업체들의 콜을 자사 모바일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티맵’에 소속된 대리 기사들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티맵모빌리티는 로지소프트를 이용하는 타 업체 기사 역시 티맵에 공유되는 콜을 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양쪽의 콜 처리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총연합회 등은 유선 콜 시장의 상당 부분을 티맵모빌리티가 잠식할 것으로 우려한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1일부로 로지소프트와의 콜 연동 베타테스트를 시작했다.

업계는 티맵모빌리티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리운전업을 키우는 데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매각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동안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카카오모빌리티와 마찬가지로 대중교통과 택시, 대리운전, 퍼스널모빌리티(공유킥보드)를 한 앱에 모으는 MaaS(서비스형모빌리티) 서비스 구축을 목표로 하지만, 이제까지 플랫폼 콜 시장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카카오모빌리티는 동반위 권고 발표 이전에 ‘1577 대리운전’을 운영하는 코리아드라이브와 콜 공유 시스템 업계 2위인 콜마너의 인수를 마쳐 유선 콜 사업을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업계는 양측이 9월로 예정된 동반위 본회의 전까지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양측의 간극이 커 난항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이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티맵모빌리티는 새벽 시간대에 공용 콜센터를 운영, 중소 업체들의 고정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상생안을 제시했다. 또 실시간으로 대리운전 수요·공급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관제 비용을 줄일 예정이라고도 했다. 총연합회 등은 동반위 권고에 대한 재심의를 요구할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초 중소벤처기업부에 티맵모빌리티의 대리운전업 진출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도 했는데, 이에 대한 조속한 결정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결국엔 동반위가 중기부에 사업조정을 신청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동반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권고 시 권고 사항에 대해 이행 점검을 진행하며 미이행 사실을 확인한 후 관련 대기업에 시정 요청을 할 수 있다. 시정 요청에도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엔 동반성장지수 감점 및 언론에 공표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다만 업종 전체 대상 자율 합의 제도인 만큼 벌칙을 부과하는 등의 이행 명령, 강제 이행은 추진할 수 없다. 시정 요청 2회 이상에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기부에 사업조정 신청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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