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옥희 교육감 "교육 혁신 시도에 적합한 울산을 공교육의 표준으로 만들겠다"
[홍민지 기자(=울산)(bsnews4@pressian.co),박호경 기자(=울산)(bsnews3@pressian.co)]
보수 탈환 바람은 교육감 선거에서도 불었다. 전국 17명 가운데 3명에 불과했던 보수 교육감이 8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지방 선거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 선거는 사상 처음 양자 대결 구도로 성립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만큼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울산에서는 재선에 도전한 노옥희 현 교육감이 보수 진영의 김주홍 후보를 10.07%p 차이로 따돌리며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이로써 노옥희 교육감은 첫 진보, 여성 교육감 타이틀에 이어 재선까지 성공하며 다시 한번 울산의 미래 교육을 책임지게 됐다.
<프레시안>과 만난 노옥희 교육감은 지난 4년 임기 동안 전국 최하위권이었던 청렴도와 교육복지를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리며 그동안 부패비리 교육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게 됐다고 자부했다. 지난 4년에 이어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이라는 비전을 내세운 그는 경쟁 대신 협력적 학습 환경과 교육복지로 모든 아이가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래는 노옥희 울산시 교육감과의 인터뷰 내용.
프레시안 : 재선 소감과 이후 근황은?
노옥희 : 저 개인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그동안 교육공동체가 노력한 성과를 시민들께서 긍정적으로 인정해 주시고 다시 낡은 과거로 돌아가면 안 된다는 열망들이 모여 선택해 주신 것 같다. 앞으로 4년은 재임하면서 지역사회에서도 기대가 클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부담은 훨씬 크지만 우리 아이들만 바라보고 앞으로 4년을 달려갈 계획이다.
프레시안 : 지난 4년간 주요 성과는?
노옥희 : 그동안 울산교육이 참 많이 변했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신다. 전국에서 꼴찌 수준이었던 청렴도는 대통령상을 수상할 정도로 전국 최고 수준이 되었고 전국에서 가장 높았던 학부모님들의 교육경비 부담액도 85% 이상 대폭 줄어들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의 기초학력이 튼튼할 수 있도록 희망하는 학교에 한 교실당 2명의 교사를 배치하고 모든 학교에 초고속 무선망, 인터넷 방송시스템과 원격수업 환경을 구축했다.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1학교 1프로젝트와 교육회복을 위한 교과 보충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변변한 체험시설 하나 없던 곳에 학생 교육 문화회관, 마을 교육공동체 거점센터, 수학문화관, 큰나무놀이터와 같이 다양한 창의 체험 공간도 만들었다. 기후위기대응교육센터와 미래교육의 산실이 될 미래교육관, 자연친화적 놀이·독서 공간인 어린이 독서체험관도 개관하게 될 것이다.
프레시안 :울산교육의 비전과 방향은 무엇인가.
노옥희 : 울산 교육의 비전은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이다. 평소 저는 대부분의 아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 잘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1기에도 그렇게 시행은 해왔지만 2기에는 자기가 가진 재능을 마음껏 꽃 피울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더 꼼꼼하게 채우기 위해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을 쏟을 것이다.
각 연령대의 성장발달 과정에 맞춰 놀거나 배우고 개성에 따라 꿈과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배움의 기초를 튼튼히해 교육과정에 따른 맞춤형 교육으로 우리 아이들의 모든 가능성을 일깨우는 미래 교육을 할 것이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들러리가 아닌 모두가 자기 삶에 주인이 되도록 공교육 안에서 차별 없이 교육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
프레시안 :최근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대책 방안이 있다면.
노옥희 : 결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는 학교 내에서 다양한 소통과정을 거쳐 학생들이 스스로에 대한 존중감을 가지고 타인에 대한 배려나 존중하는 마음을 키워가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학교 내에서 서로 존중하는 약속을 만들고 그 약속과 규칙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근본 대책일 것이다.
특히 일방적으로 규칙을 만드는 것이 아닌 반드시 학생이 참여해 함께 정하고 지키지 않았을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을 공동체 전체가 약속을 정해서 책임을 다하는 문화가 중요하다.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와 같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학교의 주인으로 참여해 학생을 중심에 두고 학교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변화를 이끌어갈 사람들이 열정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주는 것이 교장 선생님이나 교육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처음으로 학교폭력이 다수 발생하는 학교 10곳을 관계회복지구 권역으로 묶어 학교간, 업무담당자간 학교교육 문제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대처하고자 교육공동체 관계회복 지구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학교폭력 화해분쟁조정지원단을 구성해 학생과 보호자간 관계회복을 돕고 심의위원회의 조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갈등과 손해배상에 관련된 합의조정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단은 외부전문가, 교감, 상담사 등 26명으로 구성했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지원을 할 계획이다.
프레시안 :울산시, 시의회 간의 협치도 미래 교육을 위해 중요해 보이는데?
노옥희 :솔직히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교육의 중요성은 다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거라 보기 때문에 협치가 잘 이뤄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가정에서만 이뤄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시청, 시의회, 시민사회 등 지역사회와 함께 해야한다. 시정 연설을 통해서도 말했듯이 학생들은 교복입은 시민이다. 시민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학생에 중심을 두고 운영하면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위한 행정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현 정부에서 자사고, 특목고를 존치시킬 가능성을 내비쳤는데?
노옥희 :진학단계에서부터 무리한 입시경쟁과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고교 서열화를 막기 위해 당시 여론을 반영해서 자사고, 특목고를 2025년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정책화한 것인데 이런 정책 배경을 무시하고 정권이 바뀐다고 완전히 되돌린다는 것은 교육의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다.
현재 자사고와 특목고는 2025년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준비하고 있고 과학고, 예술고, 스포츠고와 같이 특정 분야의 재능을 중점적으로 계발하는 학교는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미 일반고의 틀 내에서도 자사고나 특목고의 특성화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고 이들 학교의 좋은 내용이 있다면 일반고에서 교육과정 다양화를 시도해 보완할 수 있다.
또한 모든 학교에서 아이들의 관심이나 학습도에 따라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역량을 최대한 맞춤식 지원을 할 수 있는 개별화 교육이 되도록 하는 것이 지금 고교학점제의 취지이며 이에 맞게 준비해 추진하고 있다. 그런 취지와 현장의 변화와 성과,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기 위해서 지원해야 하는 여러 가지 보완 대책들을 논의하다 보면 일부 있는 자사고, 특목고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정책적 필요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학업성취도평가 전수조사 방식 전환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노옥희 : 일제고사 폐지는 이미 오랜 역사가 있는건데 하루아침에 뒤엎을 수는 없을 것이다. 기초학력진단검사가 전수조사라는 명목으로 전체 학생의 학력을 측정하는 일제고사식 학업성취도 평가의 부활로 이어지는 것은 과거 교육으로 돌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학교에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안 맞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치르고 있다.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새 학년이 되면 전년도에 배운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수업시간 과정에서 수업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평가하여 부족한 부분은 다시 지도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순히 결과와 지적인 부분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이해와 참여, 태도, 정의적 영역까지 살펴보고 교육하고 있고 앞으로 평가의 방향은 인공지능(AI) 기반 진단 프로그램을 통한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처방을 위한 과정 중심평가로 진단 프로그램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차별과 불평등 교육 심화가 아닌 학생들의 성장과 배움에 도움이 되는 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울산시민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노옥희 : 그동안 울산은 17개 시도중 진보 교육도 늦게 시작하고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울산에는 학교가 250여개 정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서 많지 않기 때문에 학교를 바꾸든 교육 혁신을 시도하기에는 좋은 여건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시도를 따라가는 교육청이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을 선도하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서 우리 아이들의 상상력을 비롯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역량을 키울수 있도록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빈틈없는 맞춤형 지원을 해나가겠다.
취재 : 김진흥 기자, 박호경 기자, 홍민지 기자.
[홍민지 기자(=울산)(bsnews4@pressian.co),박호경 기자(=울산)(bsnews3@pressian.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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