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닻 올린 '경찰국'..정상 운영까지 '첩첩산중'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경찰 전반을 지휘·감독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이 2일 문을 열었다. 역대 정부에서 비공식적으로 경찰을 통제해온 방식에서 벗어나 법치 통제 시스템으로 경찰 관련 운영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경찰 내부 반발, 절차적 정당성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날 행안부에 따르면, 경찰국은 전날 경찰국 과장급 이하 직원까지 인사 발령하는 등 인사를 완료하고 이날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본격 업무를 시작했다. 경찰국은 총괄지원과, 인사지원과, 자치경찰지원과 등 3개과 16명으로 구성됐다. 형식적으로는 차관 아래 설치됐지만 사실상 이상민 장관 직속으로 운영된다. 초대 경찰국장에는 비경찰 출신의 김순호 경찰청 안보수사국장(치안감)이 낙점됐다.
'초스피드'로 신설된 경찰국이 안착할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커진 경찰의 권한을 조율하기 위한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며 속전속결로 경찰국을 출범시켰다. 이상민 장관 취임 직후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한다며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꾸렸고, 한 달여 만에 경찰국 신설을 골자로 한 권고안이 발표됐다. 행안부가 이를 즉각 수용하면서 사상 초유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리는 등 경찰 내부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정부는 시행령 입법 예고기간을 40일에서 4일로 줄이는 무리수도 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범대학 교수는 "표면적으로는 갈등이 봉합된 것으로 보이지만 잘 운영될 수 있을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우선 시행령 개정으로 만들어진 경찰국 신설의 위법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야당 등은 장관 탄핵과 권한쟁의 청구, 장관 인사제청권 배제하는 법률 개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위한 법률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또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과정을 통해 경찰국 신설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행안위 업무보고와 결산 심사 과정에서 시행령이 상위법을 위반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배 의원은 "헌법과 법률이 아닌 하위 법령으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시행령 개정이라는 쿠데타를 통해 수사권을 장악하고 검·경을 한 손에 거머쥐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임호선 의원은 "다른 외청과 마찬가지로 장관의 인사제청권을 배제하고 경찰청장에게 제청권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경찰공무원법을 개정하겠다"며 "행안부 장관을 거치는 대신 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과 국무총리를 거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내부와 신뢰를 회복하는 것 또한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국이 인사·수사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돼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침해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14만 전체 경찰회의가 예고되는 등 정부와 경찰 간의 대치가 파국으로 치닫는 듯했지만, 결국 철회되면서 소강 국면을 맞았다. 이 과정에 이 장관이 총경 회의를 '쿠데타'에 비유하면서 정부의 소통방식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당시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의 대기발령과 참석자들에 대한 감찰이 진행 중이어서 여전히 갈등이 불씨는 남았다.
국회 차원에서 투쟁이 본격화되면서 경찰국이 제대로 운영되기도 전에 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야권이 본격적으로 국회 차원에서의 투쟁을 시작하면 장관이 해임되거나 시행령이 위법하다는 결론에 따라 경찰국이 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법적인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경찰국은 현재 뭔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청의 인사담당, 감찰담당 부서 등과 전혀 역할 분담이 이뤄지지 않았고, 경찰위원회와의 관계 설정도 안된 상황"이라며 "강력한 드라이브로 일단 출범은 했지만 정상 가동은 힘들 것"이라고 말헀다. 이어 "경찰국 직원들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돼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상황에서,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는 정부의 방식을 본 국민들의 실망감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경찰의 거센 반발로 인해 국민들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게됐다"면서 "경찰이 14만 전체회의까지 개최했다면 오히려 역풍이 불었을텐데, 적절한 타이밍에 공을 국회로 넘겼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경찰청장 청문회에서 또 한번 격돌이 있을 것이고 해임건의안 등 국회에서 투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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