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치료하던 의사가 후계자로..美 사살한 알자와히리 누구?
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최고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71)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
테러단체 알카에다에서 오사마 빈라덴을 도와 9·11 테러를 설계한 알자와히리는 미국인 살해와 살해 공모, 연방시설 공격 혐의를 받는다. 그에게 걸린 현상금은 2500만달러(약 326억원)에 달했다.
미국 매체들은 알자와히리 제거는 2011년 빈라덴 사살, 2019년 이슬람 국가(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사살에 이어 미국 대테러 작전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고 평했다.
알자와히리는 1951년 이집트 카이로 외곽의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의 신념에 영향을 준 건 이집트 세속 정부에 비판적인 삼촌들과 이슬람 원리주의를 주창한 이집트 학자 사이드 쿠틉이었다. 이슬람 원리주의란 서구의 가치체계에 대항해 이슬람 정신을 기본으로 새로운 정치 및 사회질서를 창출하자는 운동이다.
하지만 1966년 쿠틉이 이집트 정부를 전복하려 한 혐의로 사형되자 15살이던 알자와히리는 뜻을 같이 하는 친구들과 단체를 결성하게 된다. 이집트 정부 전복과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이 단체는 이후 아랍계 무장조직 '알지하드'로 발전했다. 지하드는 성스러운 전쟁(성전)을 의미한다.
이런 활동과 별개로 그는 학업을 이어가며 카이로대학에서 의사 학위를 받았다. 부모 소유 건물에서 병원을 개원했고 가끔 이슬람 원리주의 반정부 조직인 무슬림 형제단이 운영하는 카이로의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기도 했다. 그러던 1985년 중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에 있는 난민 캠프를 방문했다가 소련과 전쟁으로 다친 무자헤딘(아프가니스탄의 지하드 전사)들을 치료하며 빈라덴과 인연을 맺는다.
하지만 당시 자와히리는 이집트 정부 전복에 몰두하던 때였고 이집트 대통령 암살사건에 연루돼 징역형도 살았다. 3년 복역 후 출소해 방랑 생활을 하면서 남아시아를 자주 찾았는데, 그곳에서 저혈압과 만성 질환을 앓던 빈라덴을 치료하면서 둘 사이에 굳건한 유대가 형성됐다. 결국 1998년 알자와히리는 자신이 이끌던 알지하드를 알카에다에 합병시키며 빈라덴의 주치의 겸 가장 강력한 심복이 됐다.
알자와히리는 한때 핵무기와 생물학 무기까지 확보하려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그의 야심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알카에다의 2인자였던 그는 2011년 빈라덴이 미국 해군 특수부대의 작전으로 사망한 뒤 알카에다의 2대 지도자로 선출됐다.
하지만 그는 빈라덴처럼 조직 전체를 이끄는 카리스마나 지도력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동형이라기보다 사색형 리더이며 조직 내 신망이 빈라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미국 정보통들의 분석이다. 전 CIA 대테러 전문가인 브루스 리델은 "그는 알카에다의 이데올로기였다"면서 "그의 글은 심오하고 가끔은 놀라울 정도로 지루하다"라고 했다.
알자와히리는 알카에다의 부활을 꾀하며 시리아, 이라크, 리비아에서 뿔뿔이 흩어져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에 대한 지휘권을 장악하려고 시도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실패로 끝났다.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였던 알누스라전선은 알카에다와 분리를 선언했고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로 출발한 IS 역시 극단적 무장단체로 세력을 키우며 독자적으로 활동했다.
2019년 3월 국제연합군의 공세로 IS가 궤멸된 뒤 알카에다의 재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지도부 주요 인사가 미군 공격에 제거되며 테러 수행 능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리델은 "그는 알카에다가 필요로 하는 카리스마형 리더가 아니었다"라며 "현재로서 그런 인물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갑질 논란' 아이린, 발리 공항영상 또 나와…캐리어는 안 끌었다 - 머니투데이
- 18살에 엄마된 탈북 싱글맘 "아이 아빠, 교도소에" 충격 고백 - 머니투데이
- 손담비♥이규혁 신혼집, 장맛비에 누수…"돈 많이 벌었잖아?" - 머니투데이
- '연매출 6억' 미용실 운영 남편 "셔터맨 오해 억울"…서장훈 '타박' - 머니투데이
- "내년 결혼" 김희철 축의금에 손담비 눈 '번쩍'…"너무 많은데?" - 머니투데이
- 차 집어삼키고, 나무 쓰러뜨렸다…100년 만에 '역대급 폭우' 내린 제주 - 머니투데이
- 흰 천 들추자…"어머니인 줄 몰랐어요" 시신 이송한 구급대원 '오열' - 머니투데이
- 장계현, 길에서 본 여성과 외도…"어느날 아내와 거실에"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이다은과 재혼' 윤남기, 대치동 금수저 맞았다…"없는 게 없는 집" - 머니투데이
- '사생활논란' 타격 없었다…트리플스타 식당, 예약 열리자 1분 마감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