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치료하던 의사가 후계자로..美 사살한 알자와히리 누구?

윤세미 기자 2022. 8. 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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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최고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71)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

테러단체 알카에다에서 오사마 빈라덴을 도와 9·11 테러를 설계한 알자와히리는 미국인 살해와 살해 공모, 연방시설 공격 혐의를 받는다. 그에게 걸린 현상금은 2500만달러(약 326억원)에 달했다.

미국 매체들은 알자와히리 제거는 2011년 빈라덴 사살, 2019년 이슬람 국가(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사살에 이어 미국 대테러 작전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고 평했다.

사진=FBI 웹사이트
15살에 테러단체 조직…9·11 테러 기획한 '알카에다의 두뇌'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알자와히리는 '알카에다의 두뇌'로서 오랜 기간 각종 테러를 직접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다. 1998년 "미국인과 그들의 동맹을 죽이는 것은 모든 무슬림의 의무"라는 이슬람전선 선언문을 작성한 것도 그였다. 그리고 3년 뒤 그는 빈라덴과 함께 9·11 테러를 감행, 선언을 행동으로 옮겼다. 약 3000명의 목숨이 희생됐고 미국의 상징적인 건물인 뉴욕 무역센터와 국방성이 무너졌다.

알자와히리는 1951년 이집트 카이로 외곽의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의 신념에 영향을 준 건 이집트 세속 정부에 비판적인 삼촌들과 이슬람 원리주의를 주창한 이집트 학자 사이드 쿠틉이었다. 이슬람 원리주의란 서구의 가치체계에 대항해 이슬람 정신을 기본으로 새로운 정치 및 사회질서를 창출하자는 운동이다.

하지만 1966년 쿠틉이 이집트 정부를 전복하려 한 혐의로 사형되자 15살이던 알자와히리는 뜻을 같이 하는 친구들과 단체를 결성하게 된다. 이집트 정부 전복과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이 단체는 이후 아랍계 무장조직 '알지하드'로 발전했다. 지하드는 성스러운 전쟁(성전)을 의미한다.

2001년 파키스탄 언론과 인터뷰하는 오사마 빈라덴(왼)과 아이만 알자와히리(오) /사진=로이터=뉴스1

이런 활동과 별개로 그는 학업을 이어가며 카이로대학에서 의사 학위를 받았다. 부모 소유 건물에서 병원을 개원했고 가끔 이슬람 원리주의 반정부 조직인 무슬림 형제단이 운영하는 카이로의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기도 했다. 그러던 1985년 중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에 있는 난민 캠프를 방문했다가 소련과 전쟁으로 다친 무자헤딘(아프가니스탄의 지하드 전사)들을 치료하며 빈라덴과 인연을 맺는다.

하지만 당시 자와히리는 이집트 정부 전복에 몰두하던 때였고 이집트 대통령 암살사건에 연루돼 징역형도 살았다. 3년 복역 후 출소해 방랑 생활을 하면서 남아시아를 자주 찾았는데, 그곳에서 저혈압과 만성 질환을 앓던 빈라덴을 치료하면서 둘 사이에 굳건한 유대가 형성됐다. 결국 1998년 알자와히리는 자신이 이끌던 알지하드를 알카에다에 합병시키며 빈라덴의 주치의 겸 가장 강력한 심복이 됐다.

"놀랄 정도로 지루해"…카리스마 부족한 사색형 리더
알자와히리는 알카에다에서 주로 테러를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 9·11 테러 외에도 2000년 10월 예멘에서 미국 구축함 USS 콜에 자살 폭탄 테러를 지시해 미 해군 17명이 숨지게 했다. 1998년 8월에는 케냐와 탄자니아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폭탄 테러를 가해 224명이 사망하고 5000명 이상이 다쳤다.

알자와히리는 한때 핵무기와 생물학 무기까지 확보하려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그의 야심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이만 알자와히리 /사진=AFPBBNews=뉴스1

알카에다의 2인자였던 그는 2011년 빈라덴이 미국 해군 특수부대의 작전으로 사망한 뒤 알카에다의 2대 지도자로 선출됐다.

하지만 그는 빈라덴처럼 조직 전체를 이끄는 카리스마나 지도력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동형이라기보다 사색형 리더이며 조직 내 신망이 빈라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미국 정보통들의 분석이다. 전 CIA 대테러 전문가인 브루스 리델은 "그는 알카에다의 이데올로기였다"면서 "그의 글은 심오하고 가끔은 놀라울 정도로 지루하다"라고 했다.

알자와히리는 알카에다의 부활을 꾀하며 시리아, 이라크, 리비아에서 뿔뿔이 흩어져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에 대한 지휘권을 장악하려고 시도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실패로 끝났다.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였던 알누스라전선은 알카에다와 분리를 선언했고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로 출발한 IS 역시 극단적 무장단체로 세력을 키우며 독자적으로 활동했다.

2019년 3월 국제연합군의 공세로 IS가 궤멸된 뒤 알카에다의 재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지도부 주요 인사가 미군 공격에 제거되며 테러 수행 능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리델은 "그는 알카에다가 필요로 하는 카리스마형 리더가 아니었다"라며 "현재로서 그런 인물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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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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