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프라우도 못 가" 100년 만의 통제..알프스 빙하 녹아내린다

알프스산맥이 올여름 유럽을 덮친 '역대급 폭염'에 붕괴되면서 산사태와 눈사태 등의 위험이 고조돼 일부 탐방로들이 통제됐다.

31일(이하 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5월부터 이어진 이상고온으로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알프스 마터호른(4478ｍ)과 몽블랑(4809ｍ)의 인기 탐방로 중 일부가 통제됐다"고 보도했다.

피에르 마테이 스위스 산악가이드협회 회장은 "현재 알프스에는 마터호른, 몽블랑 같은 대표적인 봉우리를 포함해 약 12개의 봉우리에 대한 출입 금지 경고가 내려졌다"며 "보통 기온이 가장 높은 8월에 폐쇄되고는 했지만, 올해는 고온 현상이 일찍 발생해 6월 말부터 폐쇄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알프스산맥의 대표 봉우리들은 여름에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이에 알프스가 걸쳐져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는 몇 개 코스에 등반을 허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여름 역대급 폭염이 덮치면서 관광에 비상이 생긴 것이다.

에조 말리에르 이탈리아 발레다오스타주 가이드협회 회장은 "코로나19로 2년간 일손을 놓았다가 최근 겨우 관광객이 오기 시작했다"며 "관광객이 가장 좋아하는 탐방로들이 통제되면서 또 일을 멈춰야 한다니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스위스 융프라우(4158ｍ) 가이드들도 지난주부터 관광객에게 등정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 가이드들이 융프라우 등정을 막아서는 것은 100년 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빙하·산악 위험성을 연구하는 마일린 자크마르트 ETH취리히 대학교 교수는 "융빙수(빙하나 얼음 등이 녹은 물)가 많아질수록 상황은 복잡해지고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고 경고했다.

한편, 빙하가 녹으면서 국경 분쟁도 수면 위로 떠 오른 상황이다. 1일 가디언은 빙하가 녹으면서 스위스 체어마트와 이탈리아 체르비니아 사이에 국경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두 나라 사이에 위치한 테오둘 빙하의 크기가 최근 4분의 1가량 줄어들면서 국경이 100m 정도 이동했고, 이로 인해 관광객 산장 체르비노 대피소가 포함된 영토가 기존 이탈리아에서 스위스 남부로 바뀌었다.

이 지역은 소속국에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관광산업의 핵심지다. 이에 양국은 2018년 외교 협상을 시작했고, 지난해 11월 합의안을 마련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2023년까지 공개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탈리아 측은 "국제 상황이 복잡하다"며 관련 언급을 거부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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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채 기자 jejuflower@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