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예람 중사 마지막 근무했던 부대서 또 성폭력 피해 발생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성폭력 피해를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또 다시 여군 하사에 대한 성폭력 피해가 발생했다.
2일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을 통해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이하 15비) O대대 ◇반에서 여군 하사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며 "가해자는 이예람 중사가 세상을 떠난 뒤 2021년 7월 새로 부임한 ◇반 반장"이라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집에 보내기 싫다", "나랑은 결혼 못하니까 대신에 내 아들이랑 결혼해서 며느리로라도 보고 싶다"는 등의 언어적 성희롱을 했을 뿐만 아니라 안마를 해준다는 핑계로 피해자의 어깨와 발을 만지고 부항을 떠 주겠다며 피해자의 윗옷을 들쳐 등에 부항을 놓고 마시지를 하는 등 강제적인 신체적 접촉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지난 4월 3일 일요일 늦은 저녁 시간, 코로나로 확진된 동료 남군 하사의 격리 숙소로 동행할 것을 요구했다. 코로나 확진을 받은 남군 하사로부터 코로나를 옮아야 업무를 쉴 수 있기 때문에 접촉해야 한다는 다소 황당한 요구였다.
이에 피해자는 예정대로 내일 코로나 검사를 받을 것이라며 거절했지만 가해자는 약 40분 동안 동행을 요구했고, 상관의 말을 더 이상 거부하기 어려웠던 피해자는 어쩔 수 없이 함께 남군 하사의 격리 숙소에 가게 됐다.
가해자는 해당 숙소에 도착해 피해자에게 남군 하사와 입맞춤할 것을 요구하는 등 코로나에 감염돼야 한다는 구실로 성적 행위를 강요했다. 이에 응하지 않자 가해자는 남군 하사의 눈에 마스크를 씌운 뒤 피해자에게 남군 하사의 입에 손가락을 넣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계속 거부하자 가해자는 본인의 손가락을 넣었으며, 이 외에도 가해자는 다른 여러 접촉 행위들을 지시했지만 피해자는 이를 거부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모든 행위를 거부하자 격리숙소를 나오면서 남군 하사가 마시던 음료 한 병을 챙겨 피해자에게 마시라고 강요했다. 새벽 1시가 가까워오는 시간에 이조차 거부할 경우 집에 돌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피해자는 이를 마셨고 사흘 후 코로나에 확진됐다.
그런데 피해자는 이 일로 인해 피의자로 수사를 받았다. 남군 하사가 입에 손가락을 넣은 사람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행위로 오해해 성추행으로 고소했고, 격리 숙소 출입에 대한 주거침입 및 코로나 확진을 시도한 것에 대해 근무 기피 목적의 상해죄 등이 적용된 것이다.
센터는 피해자의 주거침입과 근무 기피 목적 상해죄는 기소 의견으로, 격리 하사의 혀에 손을 넣어 성추행을 했다는 혐의는 사실과 달라 불기소 의견으로 공군 검찰단 제2보통검찰부에 사건이 송치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피해자는 4월 14일 공군 양성평등센터에 가해자를 신고하며 고소 의사를 밝혔다. 가해자는 4월 15일 군사경찰대에 입건되었고 4월 26일 구속됐다. 4월 15일 성고충상담관은 ◇반에서 유일하게 피해 사실을 알고 있는 원사로부터 비밀유지서약서도 받았다고 한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피해자가 가해자의 행위에 대해 애초부터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지 못한 이유는 피해자가 가해자에 비해 약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었다.
센터는 "피해자는 부사관후보생 출신이다. 공군에서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이하 항과고) 출신이 아닌 부사관들은 상대적으로 진급 경쟁에서 불리하다"며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반장은 평소 '나만 믿으면 장기(장기복무)가 될 수 있다'며 자신의 말을 잘 들을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센터는 "피해자가 성추행, 성희롱 상황을 피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현할 때면 가해자가 불이익을 가하기도 했다. 피해자에게 말도 하지 않고, 피해자가 통상 수행해야 하는 업무에서 배제한 적이 2~3회 정도 있었다"며 "때문에 장기복무를 희망했던 피해자가 할 수 있었던 최대한의 방어는 '싫습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같은 말 뿐"이었다고 말했다.
센터는 "공군 15비는 20전투비행단에서 성추행을 겪었던 고(故) 이예람 중사가 전출 온 부대로, 2차 피해를 겪은 곳이다. 이 중사는 성추행 피해자라는 소문이 부대에 돌고, 이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았으며, 부서원들 다수가 관련 혐의로 입건되어 수사를 받거나 기소됐고 현재 특검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같은 부대에서 성폭력이 발생하고 피해자 보호와 지원이 엉망인 상황은 어떻게 해석돼야 하나"라고 따졌다.
센터는 "가해자 및 2차 피해 유발자를 엄중히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사건을 이처럼 복잡하고 황당하게 만든 군사경찰, 군검찰, 15비 지휘부 등 관계자들도 모두 응분의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며 "군사경찰, 군검찰 등의 사건 지휘가 공군본부 상부의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도 확인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윤석 공군 서울 공보팀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아직 그 내용을 인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공군에서 성폭력 사건이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故 이예람 중사 마지막 근무했던 부대서 또 성폭력 피해 발생
- 국민의힘, 전국위 소집 의결로 비대위 판 깔았다…그런데 어떤 비대위?
- '내부총질' 문자가 부른 '내부총질'?…'친윤 감별사' 김재원도 尹에 쓴소리
- 尹과 친분 과시 '법사' 인사청탁 등 의혹…"대통령실에서 자체조사"
- 2일 코로나 새 확진자 11만1789명…105일만 최대 수준
- 펠로시, 대만행 강행할 듯…"3일 차이잉원 만남" 보도
- 총학이 '포켓몬빵'을 나눠줄 때,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한 이유
- 커지는 '만5세 입학' 논란…거리로 나선 부모들 "줄세우기 더 일찍하냐"
- 미 서부 산불·동부 홍수…"기후변화로 '치명적 조합' 늘 것"
- [만평] '백년지대계'를 향해 '좋아 빠르게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