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악몽 재현, 연간 물가상승률 5% 돌파..'역대급' 찍을 수도
9~10월 정점.."유가 등 대외요인 약화"
[파이낸셜뉴스]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6%대를 찍으면서, 연간 물가상승률이 5%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7.5%)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9~10월이 물가 정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높은 물가가 하반기까지 지속돼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물가 상승세를 잡을 확실한 유인이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여건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고, '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도 거센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현상황이 연간 물가 상승률 4%를 넘었던 2008년(4.7%) 급등기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고물가 지속 기간이 2008년의 19개월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진단한 바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올해 5%대를 넘을 전망이다. 이같은 연간 상승률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4.7%)보다도 높은 수치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2011년 4%를 고점으로 2012년부터 1~2%대를 나타냈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해 1~2월 3%대에서 3~4월 4%대를 기록하더니 5월 5.4%, 6월 6.0%로 점차 커지고 있다. 그리고도 7월에 다시 한번 최근 고점을 경신, 6.3%까지 오른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7%를 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월별) 물가상승률이 6% 이하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 "연간 물가상승률이 5%는 넘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당분간 높은 물가가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한국은행 역시 '국내외 경제동향'에서 소비자물가가 상당기간 6%대에 달하고,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5%를 상당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물가가 9~10월 정점을 찍고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상승을 이끌어 온 대외불안 요인들이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그간 물가상승을 주도해 온 국제유가가 다소 하락하는 등 석유류 물가상승압력이 둔화하는 모습"이라며 "최근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6월 중순께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들어 100달러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에 따라 7월 중 석유류가 물가 상승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는 1.59%p로 전월(1.74%p)보다 낮아졌다. 국제 원자재 가격, 곡물 가격도 유사한 흐름이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가와 곡물, 공급망 수급 등의 상황은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추석을 앞두고 기상 여건에 따라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변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최근 9∼10월 물가 정점 전망과 관련해 "대외요건이 현재 상태보다 훨씬 더 나빠지지 않는다는 전제"라고 밝힌 바 있다.
고환율,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가 정점을 지나도 과거 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나타나는 등 고물가가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나 가공식품 처럼 한 번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 물가들이 큰 폭 오르고 있어서다.
'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인플레이션도 치솟고 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7%로 전월보다 0.8%p 높아졌다. 이는 2008년 7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다.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강해지면, 경제 주체들이 오른 물가 눈높이에 맞춰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줄줄이 인상해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우려가 있다. 임금 인상 압력도 커지고, 임금이 오르면 상승률을 고려해 가격이 또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미국 등 해외 물가 상승세와 기대인플레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안에 물가 상승세가 꺾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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