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가 끌어올린 채솟값, IMF환란 후 최고로 치솟은 서비스 물가..인플레 고착화되나

지난달 신선채소 물가 26% 상승
가뭄 이후 장마 영향으로 채소류 작황 악화
식자재 가격 인상에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 급등
코로나 진전에 여행·숙박 등 대면서비스업 호황
추석 전 태풍, 하반기 물가 최대 변수로 부각

최근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오르는 가운데, 채소 가격도 치솟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채소 판매대. /연합뉴스

배추 72.7%(이하 전년동월비), 오이 73%, 시금치 70.6%, 상추 63.1%, 파 48.5%...

폭염으로 인한 가뭄에 이은 장마로 인한 폭우, 고온다습한 날씨가 반복된 지난 7월 채소류 가격이 일제히 급등하면서 이미 6%까지 치솟은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더욱 부풀어 오르게 만들었다. 신선채소 물가는 지난해 7월 대비 26% 폭등했다. 특히 상추와 시금치 등은 지난 6월과 비교해 108%, 98%씩 올라 한달 새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주요 식재료인 채소값이 뛰면서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도 덩달아 뛰었다. 지난달 개인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0% 올랐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유가 인상이 농가 생산단가로 전이된 가운데, 일기 등의 영향으로 식품 물가가 치솟으며 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장마 때문에”… 초강력 태풍 연달아온 2020년 9월 이후 채소 물가 최대 상승

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식품지수는 113.70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 올랐다. 신선어개(3.3%)와 신선과실(7.5%)은 비교적 소폭 상승한 반면, 신선채소가 26.0%나 올랐다. 이는 ‘마이삭’과 ‘하이선’ 등 초강력 태풍이 연속으로 한반도에 상륙했던 2020년 9월(31.8%)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전체 물가에 대한 농축수산물의 기여도도 커졌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비) 6.3%에 대한 농축산물의 기여도는 0.62%p로 분석된다. 지난 6월의 기여도 0.42%p에 비해 0.2%p 상승한 것이다. 채소류 가격이 6월 수준을 유지했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초반에 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채소류 물가가 급등한 것은 폭염, 폭우 등 일기 상황과 농가 생산 단가 인상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반적인 국제유가 상승과 주요국의 식량·비료 수출제한 조치 등으로 (농가) 생산비가 상승했다”면서 “특히 이달에는 잦은 강우와 고온다습한 날씨 등으로 잎채소의 작황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식품 물가 상승은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생활물가지수에서도 나타났다. 생활물가지수 중 식품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8.8% 뛴 것이다. 이는 지난달 상승률 7.7%보다 1.1%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채소 등 농산물과 가공식품 가격 인상의 영향으로 식품 물가 오름폭이 확대됐다”며 “특히 폭염·장마철 등 기후 악화로 채소류 가격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4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들이 인파를 이루고 있다. /뉴스1

◇ 식자재값 급등이 밀어올린 개인서비스 물가

날씨 변화로 인한 채소류 등 농축산물 물가 상승은 개인 서비스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하반기 물가 관리에 중요한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외식 가격이 식자재 물가 변동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개인서비스는 외식이 8.4%, 외식 외 개인서비스가 4.3% 오르며, 전체적으로 6.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서비스가 6% 이상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1998년 4월 6.6%를 기록한 이후 24년 3개월 만이다.

외식업 중에선 대표적인 서민 외식 메뉴인 치킨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1.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삽겹살은 11.2%, 생선회는 10.7% 올랐다. 겉절이나 깍두기 등 채소류 반찬을 많이 내는 갈비탕(12.6%), 해장국(10.5%), 설렁탕(9.0%) 가격도 크게 올랐다.

이 같은 외식 물가 상승은 유류비 등 전반적인 운영비용 증가와 함께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재료비 인상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지난달 국제 유가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서 유가에 따른 물가 요인은 안정화됐다”면서 “반면 외식 물가가 많이 상승했는데, 이는 연초부터 시작된 국제 곡물가 인상이 후행적으로 외식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거리두기 해제’에 외식·여행·숙박 모두 급등

외식 외 서비스에서는 국내단체여행비(27.5%), 승용차임차료(24.7%), 국내항공료(16.3%), 호텔숙박료(13.5%) 등 여행·숙박 관련 업종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여행 수요 증가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식품 및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 추세는 추석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변수는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 여건이다. 8월 이후 가을 사이 초대형 태풍이 북상해 농작물에 피해를 끼칠 경우 신선채소를 중심으로 식품 물가가 급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물가의 최대 변수로 기상을 꼽고 있다. 어 심의관은 “대외적 불안요인이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추석 명절을 앞두고 기상 여건에 따라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불안할 모습을 보일 우려가 없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