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해용의 홀인원보다 행복한 골프] 여자골프 프로선수가 되는 여정과 골프의 진정한 가치

곽해용 2022. 8. 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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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시즌 대상 포인트와 상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박민지와 2위를 기록한 임희정 프로. 사진제공=KLPGA

 



 



[골프한국] 골프를 좋아하는 내 딸이 어떤 과정을 거쳐 프로선수가 될까? 골프라는 스포츠의 가치는 무엇인가?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가졌던 초보적인 의문들이었다. 이런 질문을 지금도 가끔 지인들이 프로선수 아빠인 내게 물어보곤 한다. 



 



여자골프 선수들은 아마추어와 프로로 구분한다. 중고연맹 대회 등 아마추어 대회를 주로 주관하는 KGA(대한골프협회)와 프로 대회를 주관하는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에서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프로가 되려면 KLPGA에 가입해야 하며, 만 18세가 되면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데뷔할 수 있다. 그리고 우선 연 2회 실시하는 준회원(세미프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준회원 테스트는 만 18세 이상 만 30세 미만이면 지원할 수 있고, 골프 규칙과 매너 교양을 평가하는 이론시험과 실기시험으로 나눈다. 실기는 예선 통과 후 본선 54홀에서 237타[평균 79타 이내(파 72홀 기준)]까지 기록한 자 가운데 상위 35명(총 70명, 1, 2차 35명씩)을 선발한다. 전년도 세계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단체전, 개인전 2, 3위자 등 실력이 입증된 경우는 실기평가를 면제해준다. 



 



연 1회 실시하는 정회원 테스트는 준회원을 대상으로 통상 3일간 실시하며 36홀 종료 후 159타 이내에 들어야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본선 54홀에서 222타(평균 74타 이내)까지 기록한 자 가운데 상위 10명을 선발한다. 



그리고 점프투어 연간 16개 대회를 4개 대회로 묶어 모든 대회에 참가하고 평균 타수가 74타 이내의 경우 상금순위 상위 14명(총 56명)에게도 정회원 자격을 부여한다. 이들은 협회에서 실시하는 간단한 교육을 이수한 후 정식 프로로 활동하게 된다. 



 



KLPGA에는 정회원만 참가할 수 있는 1부 정규투어와 정회원과 I-Tour(International Qualifying Tour-nament Stage) 회원이 참가할 수 있는 2부 드림투어, 그리고 준회원(세미프로)·티칭회원·I-Tour회원·이론교육 이수자가 참가할 수 있는 3부 점프투어와 만 42세 이상 프로(아마추어는 만 40세 이상)들이 참가할 수 있는 챔피언스투어가 있다. 



정회원이 되면 우선 1·2부 투어에 참가할 수 있다. 내 딸도 2010년 프로 데뷔 이후 대부분 2부 투어에서 활동하다가 현재 1부 투어에서 연속 4년째 참가하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곽보미 프로. 사진제공=KLPGA

 



KLPGA 모든 대회는 계절별 일출과 일몰 시간을 고려하여 108명~144명 정도가 참가한다. 정규투어 상금순위 60위, 드림투어 20위, 우승자 등 일부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시드전을 통해 인원을 보충한다. 매년 11월에 실시하는 지옥의 레이스 시드전에서 20위 내에 들어야 겨우 다음 해에 치르는 1부 투어 전 대회에 거의 출전할 수 있다. 



 



이렇게 촘촘하게 설정되어있는 평가시스템이



오늘날 KLPGA의 위상을



세계적 수준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거쳐 현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고진영, 전인지, 김효주, 김세영, 박성현, 이정은6 프로. 사진제공=Getty Images_LPGA

 



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 프로가 된 골퍼들은 골프 규칙을 스스로 준수해야 한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심판관이 별도 없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 곧 심판관이다. 골프는 일종의 윤리 스포츠다. 스스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판결을 내리고 처리하고 정직하게 진행하는 것이 골프다. 



 



경기 규칙이 헷갈리는 상황일 때는 대회를 진행하는 경기위원이 도움을 줄 뿐이다. 따라서 골프의 진정한 가치는 규칙을 준수하려는 성실성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골프 규칙의 산실인 R&A(영국왕립골프협회)와 USGA(미국골프협회)가 발행한 『플레이어를 위한 골프 규칙』 중 첫 번째 규칙(골프, 플레이어의 행동 그리고 규칙)에도 그런 내용이 담겨 있다.



 



- 코스는 있는 그대로, 볼은 놓인 그대로 플레이하여야 한다.(Play the course as you find it and play the ball as it lies)
- 골프의 정신에 따라 규칙을 지키면서 플레이하여야 한다.
- 규칙을 위반한 경우, 플레이어는 스스로 페널티를 적용하여야 하며 매치플레이의 상대방이나 스트로크 플레이의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잠재적인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



 



골프를 신독(愼獨)의 스포츠라고도 한다. 신독(愼獨)은 동양의 고전인 '대학'과 '중용'에서 유래한 말로, '혼자 있을 때도 조심한다'는 뜻이다. 



골프는 끊임없는 유혹을 이겨내며 자신을 수양하는 게임에 가깝다. 그러나 때로 좋은 점수를 얻으려는 욕심에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마추어들이 흔히 첫 홀과 마지막 홀을 '파'로 스코어 처리하는 것도 골프 정신에는 반하는 행위다. 



 



볼을 샷 하기 좋은 위치로 슬쩍 옮긴다거나 그린에서 볼마크를 핀 가까이로 당기는(오소 플레이) 비신사적 사례도 그러하다. 또 숲 속으로 볼이 들어가 자기의 볼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여분의 볼을 떨어뜨려 마치 찾은 척하거나 로스트볼을 자기 볼인 양 샷 하는 '오구 플레이'가 나올 수도 있다. 



골프 성적에만 너무 집착하다 보면 결국 이처럼 속임수를 쓰는 부정행위를 범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고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규칙을 위반한 경우는 강한 벌칙을 부여한다.



 



골프 라운드 중에 또 하나 유의해야 할 것이 '느린 플레이'이다. 『플레이어를 위한 골프 규칙』 중 규칙 5(라운드 플레이)에서도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신속한 속도의 플레이를 언급하고 있다. 



- 플레이어는 정해진 시각에 각 라운드를 시작하고
- 한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각 홀을 이어서 플레이하여야 하며 신속한 속도로 플레이하여야 한다.
- 플레이할 순서가 된 플레이어는 40초 안에, 대체로는 그보다 빠른 시간 안에 스트로크 할 것을 권장한다. 



 



『매너 북』에서 저자 헬렌 맥도걸도 "결단력이 결핍되고 자립심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플레이가 늦어지는 법이다. 또한, 자기밖에 생각하지 않는 에고(이기심)가 느린 플레이를 낳는다. 코스에서 남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한 사람의 느린 플레이로 전체적인 경기 흐름이 깨지거나 다른 동반자들에게도 심리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느린 플레이를 하면 안 된다. 느린 플레이도 세 번째 위반할 때는 실격 처리된다. LPGA에서는 느린 플레이 선수 블랙리스트를 확보하여 경기위원이 갤러리 속에 들어가서 감시활동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제 우리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한 골프 강국답게 규칙 준수에 대한 골프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 그 어려운 프로선수 과정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입문한 골퍼들은 골프 정신이 주는 성실과 정직, 타인 배려 등 좋은 가치를 잘 이해하여 어느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잘 실천하다 보면, 우승보다도 더 값진 행복하고 명예로운 자신의 삶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곽해용: 육군사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고려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필가이며 최근에는 행복한 골퍼를 응원하는 『홀인원보다 행복한 어느 아빠의 이야기(2022)』를 출간하였고, 『50대, 나를 응원합니다(2020)』 등의 저서가 있다. 프로 데뷔 11년 만에 2021년 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곽보미 선수의 아빠이기도 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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