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리스타 폴 바셋 "품질과 타협하지 않는 것이 원칙"
"매장서 커피 마시는 작은 사치 되찾게 할 것"
매일유업, 피자 등 곁들인 폴바셋 특화 매장 확대
“2009년 1호점을 냈을 때부터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반드시 지키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커피의 품질이다.”
커피 전문점 ‘폴바셋’으로 유명한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바리스타 폴 바셋이 제주도에서 커피 추출 행사를 열고 ‘폴바셋 커피의 품질’을 재차 강조했다. 그가 한국을 찾은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번지기 전인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그의 품질 강조는 지난 3년간 불거진 폴바셋의 위기에서 비롯했다. 폴바셋을 운영하는 매일유업(267980)은 2018년 100호점을 돌파하며 2020년까지 200개 매장에서 매출 1700억원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매장을 찾는 발길이 줄면서 작년 기준 111호점을 갖춘 데 그쳤다.
조선비즈는 지난 1일 에스프레소 머신 점검 등을 위해 행사 하루 먼저 폴바셋 제주 용담 DT점을 찾은 그를 만나 폴바셋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그는 “폴바셋은 고품질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서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는 작은 사치를 되찾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바셋은 매일유업이 바리스타 폴 바셋과 손잡고 선보인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이다. 2003년 세계 최고 권위의 바리스타 경연 대회인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우승, 호주에서 고급 원두 유통사를 운영하던 그를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이 직접 찾아 국내 진출을 타진했다.
당시 김 회장은 “저렴한 제품을 적당한 값에 팔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 비싸도 좋은 품질을 내놓아야 한다”며 폴바셋을 국내에 들였다. 이후 매장 운영 등은 매일유업 자회사인 엠즈씨드가 맡고, 원두 선택과 커피 추출법 등 커피 관련 운영 전반의 권한을 폴 바셋에게 넘겼다.
폴바셋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1호점을 낸 것을 시작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에서 생소했던 고품질 ‘스페셜티 커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스페셜티 커피는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에서 인증한 고급 커피라는 뜻으로 폴바셋은 커피 향 등 상위 7%에 드는 생두만을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엠즈씨드에 따르면 2009년 1호점, 2010년 2호점을 낸 이후 2019년까지 매년 10곳 넘는 신규 매장을 냈다. 2019년에는 857억원 매출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매장 수는 107개로 7곳을 확장에 그쳤고, 2021년에는 111개로 4곳 매장이 순증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폴 바셋은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라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하기보다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늘어났다”면서 “덩달아 폴바셋과 같이 커피 전문점을 찾는 소비자는 줄었고, 집에서도 비교적 고품질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캡슐커피 시장이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폴바셋의 커피 품질을 보다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매장을 찾는 발길은 줄었지만, 캡슐커피의 성장에서 볼 수 있듯 커피 자체의 품질을 따지는 소비자는 여전하다는 판단에서다. 캡슐커피는 에스프레소 원액을 캡슐에 담은 것으로 향과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라질과 에티오피아 등 세계 주요 커피 산지를 직접 찾는 행보도 강화한다. 올해는 브라질을 방문해 생두 선정부터 운송, 보관, 로스팅, 유통, 그리고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관리했다. 오는 12월과 내년 3월에는 에티오피아 방문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폴바셋은 ‘품질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브랜드 원칙 아래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좋은 생두를 확보해 생두의 맛이 변하지 않으면서 산미가 덜하고 단맛이 있는 커피로 한국 시장을 사로잡았는데, 이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자사 외식 브랜드를 커피 전문점인 폴바셋에 더하는 방식으로 폴바셋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엠즈씨드가 폴바셋과 함께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키친 일뽀르노’의 피자 화덕을 폴바셋 매장 안에 설치하고 커피와 피자를 함께 하는 식이다.
이날 폴 바셋의 커피 추출 행사가 열린 제주 용담 DT점 내부에도 더 키친 일뽀르노의 피자 화덕이 설치됐다. 엠즈씨드는 지난 1월 부산 해운대에 있는 폴바셋 아이파크점을 아예 피자 특화 매장으로 꾸리고, 셰프가 상주하며 피자를 굽고 파스타를 판매하는 매장을 냈다.
이는 5000원 안팎인 커피 한 잔 가격에 1만원이 넘는 피자 판매를 통한 객단가 확대 전략으로, 폴바셋의 매장 확장이 멈춘 지난해에도 매출이 늘게 만들었다. 지난해 폴바셋 매출은 코로나19 지속에도 997억원을 기록하며, 2020년 733억원과 비교해 36% 증가했다.
폴 바셋은 “과거와 같은 빠른 성장이 이제는 통하지 않지만, 최고의 커피 맛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 다시 고객이 폴바셋으로 돌아올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에스프레소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점을 반영해 에스프레소 관련 메뉴도 함께 늘렸다”고 말했다.
바리스타 폴 바셋은 2003년 25세 나이에 세계 최고 권위의 바리스타 경연 대회인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우승하면서 유명 인사가 됐다. 호주 시드니에서 폴바셋 등에 원두를 공급하는 ‘바셋 에스프레소’라는 이름의 원두 유통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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