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이재명 '저소득층' 발언, 출구조사로 살펴봤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인 이재명 의원이 "저소득층에서 국민의힘 지지가 많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국민의힘은 '국민 분열', '전형적인 편가르기'라며 공격 수위를 높였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습니다. 당 대표 경쟁 후보 박용진 의원은 "검찰 탓, 언론 탓, 유권자 탓으로 남 탓 하면, 어떻게 이기는 민주당의 길을 갈 수 있는가"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의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이 의원은 자신의 SNS에 "슈퍼 리치 감세와 민생 지원 축소하는 보수 정당,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의 현실을 지적한 것"이라면서 "발언의 앞뒤를 자르고 공격한다"고 맞섰습니다. 나아가 "월 소득 200만 원 미만 10명 가운데 6명이 尹 뽑았다"는 기사를 링크하며, 근거로 들었습니다.
사실 이재명 의원의 주장은 팩트체크 소재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4천만 명에 달하는 유권자를 전수 조사할 수도 없고, '저소득층'의 기준도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언론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관련 자료와 데이터를 끌어 모아 평가할 부분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이번 검증을 위해,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지난 대선 '방송 3사 출구조사' 심층 면접 데이터를 활용해 보려고 합니다. 지난 대선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는 정확도가 매우 높은 걸로 평가 받았습니다.
팩트체크 사실은, 오늘(2일) 주제는 "저소득층에서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을까" 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근거는, 한 연구 단체의 대선 패널조사 결과를 매일경제가 인용 보도한 기사입니다. 해당 조사는 대선 종료 후인 3월 10일부터 15일까지, 1,104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꽤 많은 여론조사 기관들이 지지 후보와 함께 소득 수준을 동시에 묻기 때문에 소득 별 정치 성향을 유추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표본 수가 적어 정확성에 반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에 SBS 사실은팀은 표본 수가 7만 여명에 달하는 '방송 3사 대선 출구조사' 데이터를 검증 도구로 정했습니다.
특히, 방송3사 출구조사는 응답자 일부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총 36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지역과 성별, 연령, 이념 성향 등은 물론, 직업, 소득 수준, 주택 소유 여부, 주관적 경제 계층 인식, 후보 선택시 고려사항(도덕성, 가족 논란, TV토론, 부동산 문제, 젠더), 복지 확대와 증세에 관한 의견, 지난 대선과 총선 지지 후보, 지난 정부 평가 등 매우 다양합니다. 심층 면접 표본 수도 4천 명이 넘습니다.
이를 위해 일단, 후보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을 같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실제, 출구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자의 96.6%가 윤석열 당시 후보를, 민주당 지지자의 95.9%가 이재명 당시 후보를 지지한 걸로 나왔습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소득 수준에 따른 지지율 분석 결과 보겠습니다. 심층 면접의 오차 한계는 ±2.4%입니다.
월 평균 가계 소득이 200만 원 이하 유권자의 경우, 유의미한 수치가 나왔습니다. 윤석열 당시 후보 지지율이 16.43%p나 높았습니다.
이 수치만 따지면, "저소득층에서 국민의힘 지지가 많다"는 이재명 의원의 말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합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후보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이 같다는 가정에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이재명 의원이 말한 '저소득층'의 개념은 '빈곤층'과 동의어일 텐 데, 소득이 적어도 부동산 자산이 어느 정도 있다면 빈곤층으로 볼 수는 없을 겁니다. 또, 내가 잘 사느냐 못 사느냐와 같은 주관적 인식도 중요합니다. 자신이 저소득자인가 고소득인자인가를 규정하는 건 유권자 개개인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두 항목도 함께 알아보니,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무주택자의 경우 이재명 당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오차 범위 밖에서 높았습니다. 반면, 2주택자 이상 보유한 유권자, 그리고 자신이 비교적 잘 산다고 느끼는 유권자의 경우 윤석열 당시 후보에 대한 강한 지지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왔습니다.
이 데이터들은 "국민의힘 지지자 가운데 저소득층이 많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인 셈입니다.
조사 결과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분석 결과를 보겠습니다.
위 표는 심층 면접 당시 항목 별로, 윤석열과 이재명 당시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큰 순서대로 나열한 결과입니다. 광주·전라 지역, 이념적으로 진보, 이념적으로 보수, 대구·경북 지역, 70세 이상일 수록 두 후보 지지율 격차가 컸습니다.
윤석열 당시 후보를 적극 지지한 계층만 떼어 보면, 나이가 많을 수록, 영남권일 수록, 농·임·어업에 종사할 수록, 무직일 수록, 소득이 적을 수록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
종합하면, 두 후보의 지지율은 지역 변수, 이념 변수, 연령 변수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월소득이나 주관적 경제 수준 인식 등 경제적 요인은 그 영향력이 크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꽤 많은 항목들이 오차 범위 안에 있습니다.
그러면,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한국의 투표 성향과 관련해 진행된 연구가 여럿 있습니다. 2012년 대선 유권자를 분석한 서울대 강원택 교수의 연구를 참고할 만합니다. 당시 박근혜 후보가 저소득층에게 높은 지지를 받으면서 '계급 배반 투표'란 말이 나왔습니다. 계급 배반 투표는 저소득층이 보수 정당을 더 지지하는 경향성을 의미합니다.
저소득층 유권자 가운데 적지 않은 비율이 60대 이상의 고령층 유권자들이었는데, 이들의 강한 보수성이 저소득층 유권자의 '계급 배반적' 특성을 드러나게 했다는 것이다.
- 강원택(2013), 한국 선거에서의 '계급 배반 투표'와 사회 계층, 한국정당학회보, 12(3), 5-28.
이재명 의원의 주장은 '월 평균 가계 소득 200만 원 미만 유권자'가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꽤 많이 투표했다는 출구조사 데이터에 의해 지지 받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조사의 다른 결과들, 가령, 왜 주택을 많이 보유할수록 윤석열 당시 후보를 유의미하게 지지했는가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다주택자를 저소득층으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강원택 교수의 분석처럼 '연령대'의 망원경으로 이를 해석하면, 어느 정도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합니다.
가령, 은퇴한 60~70대는 연금 외에 소득이 없는, 무직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은 이런 경향이 유독 강해서, 10년 넘게 OECD 국가 노인 빈곤율 1위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습니다. 다만, 은퇴 전 모아 놓은 돈이 어느 정도 있어서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2017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만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주택 보유 비율은 75.3%로, 평균 50% 정도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저소득층에서 국민의힘 지지가 많다"는 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말을 검증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확도가 어느 정도 입증된 2022년 대선 출구 조사 심층 면접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데이터 분석 결과, 국민의힘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월 평균 가계 소득이 200만 원 이하인 유권자들에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높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소유한 주택이 많을 수록, 자신이 잘 산다고 인식할 수록 윤석열 당시 후보에 대한 지지도 높았습니다. 관련 연구를 참고하면, '소득수준'도 '연령'의 틀 안에서 합리적 분석이 가능했습니다. 노년층은 임금 노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득은 적지만, 주택 보유율이 높은 계층이기도 합니다.
결국, "저소득층에서 국민의힘 지지가 많다"는 이재명 의원의 발언은 '월 평균 가계 소득 200만 원 이하' 기준으로만 보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만, 다른 문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단정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판단합니다.
(인턴 : 이민경, 정경은)
이경원 기자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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